72호 표지

이달의 법문/ 월운 큰스님

불자들의 공동체 생활 ☞▷

정각도량/ 이법산 스님

신행(信行) ☞▷

특집/ 불교와 2002 월드컵

월드컵대회와 한국불교/이학종☞▷

축구에 필요한 불교적 훈련/남수영☞▷

수행의 길/ 이만

한 잔의 차를 마시며☞▷

고승의 향기 / 정유진 스님

희비에도 동요하지 않는 신회☞▷▷

제 4회 연등 축원문(사연)공모

성불사로 올라가는 길/송옥연☞▷

미경 언니에게 보내는 축원문/정희선☞▷

송주하를 축원합니다/김소민☞▷

사랑하는 부모님께/박주현☞▷

일주문/ 진광 스님

나는 누구인가☞▷

세계 문화 유산/ 김미숙

인도네시아의 보로부두르 ☞▷

인터넷의 세계 불교/ 서재영

선(禪)과 호스피스의 만남 ☞▷

詩心佛心/ 이임수

예경제불가(禮敬諸佛歌)  ☞▷

신간 안내/ 편집부

붓다의 깨달음  ☞▷

교계소식 ☞▷

동국동정 ☞▷

 
월드컵 대회와 한국불교
이학종/ 법보 신문사 편집부장

월드컵 대회와 한국 불교 사이에는 어떤 상관 관계가 있을 수 있을까.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축구 대회와 정신적 가치를 중시하는 종교와의 사이에서 어떤 관계성을 끌어낼 수 있다는 말인가. 얼른 생각하기에는, 월드컵은 격렬한 몸싸움을 동반하는 스포츠 대회이고 불교는 마음 공부를 중시하는 종교라는, 매우 이질적인 관계에 지나지 않을 뿐인데 말이다.

그런데도 우리 사회 전반은 월드컵 대회를 맞이하여 온통 월드컵 타령에 빠져 있다. 스포츠 관련 분야는 물론이요, 정치계를 비롯해서 경제계는 경제계대로, 문화계는 문화계대로 월드컵 대회라는 대단한 존재에 마치 신이라도 들려 있는 듯한 형국이다. 좀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상점, 관광지, 숙박업소 등 여행관련 분야는 물론이요, 미술, 음악, 연극, 영화, 방송 등 거의 모든 분야가 월드컵을 목청 높여 이야기하고 있다. 간단히 말하자면 월드컵 대회가 우리 사회 각 분야의 발전과 중흥에 커다란 계기가 될 것이니 단단히 준비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종교계 역시 이런 흐름에서 예외가 아니다. 각 종교마다 월드컵을 맞이하는 자세가 예사롭지 않다. 종교간에 미묘한 경쟁적 분위기까지 일어나고 있다.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월드컵 대회와 관련해서 가장 주목을 받는 종교는 불교라는 데는 별다른 이의가 없어 보인다. 왜 그럴까. 이유는 간단하다. 이번 월드컵 대회는 주최국인 우리나라의 문화를 보여주는 ‘문화 월드컵 대회’이기 때문이다.

지금으로부터 14년 전 서울에서 개최됐던 88서울올림픽을 생각하면 이번 월드컵 대회에서 우리나라가 주력해야 할 분야가 문화, 그것도 한국을 대표하는 불교 문화여야 하는 이유가 명확해진다. 88올림픽 당시 우리나라가 세계를 향해 보여주고 주창해야 할 최대의 가치는 우리가 가진 산업 성장의 엄청난 잠재력이었다. 한국 전쟁의 상흔을 딛고 일어나 경제 대국을 향해 무섭게 급성장하는 한국의 잠재력, 한강의 기적으로 일컬어졌던 그 무한한 가능성을 88올림픽이라는 세계 잔치를 통해 세계에 알리고 한국에 대한 지구촌의 인식을 전환시키고자 했던 것이다. 88올림픽이 성공적으로 개최된 이후 실제로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위상은 크게 달라졌다. 당시 우리나라가 역대 최고의 성적인 4위를 기록했다는 사실을, 또 10여 개의 금메달을 차지했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88올림픽의 중요성은 이처럼 대회에서 거둔 성적표가 아니라 그 올림픽을 통해서 우리나라의 경제적 잠재력을 얼마나 세계에 전달했는가에 달려 있었던 것이다.

같은 이유로 이번에 열리고 있는 2002 월드컵 대회에서 중요한 것은 한국 문화의 진정한 가치, 그 우수성과 독창성을 세계에 널리 선양하는 일이다. 우리나라 대표팀이 16강에 오르거나, 나아가 8강에 드는 성적도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우리 문화의 진수를 얼마나 정확하게 보여줄 수 있느냐의 문제이다. 88서울올림픽이 경제 올림픽이었다면 2002 월드컵 대회는 문화 월드컵 대회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번 한일 공동 월드컵 대회는, 통칭 ‘문화의 세기’로 일컬어지는 21세기 들어 열리는 첫 번째 월드컵 대회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번 대회에서 문화가 갖는 가치는 거의 절대적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다 아는 이야기이긴 하지만, 21세기에 문화적 가치가 갖는 중요성은 재론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세계의 많은 석학들은 ‘지난 20세기가 산업 문명(과학 기술)이 세계를 지배하는 세기였다면 21세기는 문화적 역량이 그 역할을 하는 세기가 될 것’이라는데 이구동성으로 동의하고 있다. 한 나라가 얼마나 우수한 문화 전통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 전통을 세계화하고 더 나은 문화를 만들어갈 수 있느냐에 따라 세계 국가 간의 질서가 재편될 것이라는 것이 세계 유수한 미래 학자들의 공통된 전망이다.

한국 문화를 이야기할 때 불교 문화를 빼놓는다면 남을 것이 별로 없다는 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그만큼 불교 문화는 한국 문화의 절대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어쩌면 21세기, 그리고 이번 월드컵 대회는 오랜, 그리고 우수한 문화 전통을 가지고 있는 한국 불교에게는 절대적인 기회라고 할 수 있다. 월드컵 대회를 맞아 유독 한국 불교와 불교 문화에 국내외적 관심이 고조되는 배경도 다 이런 이유에서 비롯된 것이다.

88서울올림픽대회가 그러했듯이 2002 월드컵 대회의 성패는 한국의 전통 문화, 다시 말해 한국 불교 문화의 우수성과 독창성을 얼마나 세계 만방에 제대로 전달했는가의 여부에 달려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또한 이 대회를 통해 한국이 오랜 문화적 전통을 가진 국가이며, 한국 민족이 세계 어느 문화에도 뒤지지 않는 우월한 문화를 가꿔온 문화 민족임을 드러내느냐에 성패가 달려 있다고 해도 틀릴 것이 없다. 월드컵과 불교, 이 두 단어의 조합이 그저 흔히 접할 수 있는 그렇고 그런 단어들의 나열일 수만은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난 5월 12일 부처님오신날 연등 축제를 통해 한국 불교계는 한국 불교가 가지고 있는 문화적 역량의 일단을 외국인들에게 보여준 바 있다. 그러나 그것은 시작에 불과하다. 월드컵이 진행되는 6월 한 달 동안 서울을 비롯한 전국의 10대 도시를 말할 것도 없거니와 모든 지역의 전통 사찰들은 각별한 준비와 외국인들을 맞이하는 자세를 갖추고 있어야 한다. 나아가 과거의 문화적 전통이나 유물, 유적에 만족해 하지 않고 새로운 불교 문화를 창출해 가는 전기로 월드컵 대회를 맞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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