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경제불가(禮敬諸佛歌) 이임수/
인문과학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마음의
붓으로
그리온
부처님께
절하옵는
몸은
法界
다하도록 이르거라.
티끌마다
부처님 절
절마다
모시고 싶은,
법계
가득하신 부처님
九世
다하도록 禮하고 싶네.
아으,
몸과 말과 마음에 지침 없이
이에
부지런히 禮하겠네.
고려
초 균여대사(923-973)가 지은 보현십원가(普賢十願歌,
普賢十種願王歌)는 혁연정(赫連挺)이 편찬한
균여전(大華嚴首座圓通兩重大師均如傳)에
실려 있는데, 균여의 일대기와 더불어
노래를 지은 까닭과 목적, 최행귀(崔行歸)가
한역한 칠언율시 11수와 향찰로 된 10행의
향가 11수가 기록되어 있다. 보현십원가는
보현보살의 서원(誓願)인 수행하는 10가지
요체(要諦)를 노래한 10수와 전체적 종합인
총결무진가(總結無盡歌) 1수를 보태어
11수로 이루어져 있다. 불교의 포교(布敎)를
목적으로 지은 보현십원가는 동일한 주제
아래 조금씩 다른 소재로 지어진 연작시와
같아 전체를 하나의 작품으로 볼 수도
있는데 그 첫 수가 <예경제불가>이다.
모든
부처님께 예로써 공경하고자 하는 보현보살의
염원을 본받으려는 신심(信心)의 노래.
마음의 붓으로 그린 부처님께, 티끌마다
절이요 절마다 모신 부처님께, 구세(九世)
다하도록 쉼 없이 예하고자 하는 경건한
마음이다. 문학적인 비유는 삼국유사의
작품들보다 좀 떨어지나 불교적인 포교나
수행을 위한 종교시로는 대표적인 작품이라
할 수 있다.
부처님
오신 초파일도 지나 화려한 연등도 꺼지고
그 마음만 남았다. 외형적인 부처님에의
공경 못지 않게 삼라만상을 사랑하는 자비의
마음을 기르는 것도 중요하리라. 부처님께
절을 함도 곧 자신을 한없이 낮추어 더욱
겸손해지라는 가르침인지도 모를 일이다.
부처님께서 이 땅에 오신 뜻은 무엇인가?
모든 중생의 고통을 내가 짊어지고 끝없이
사랑하는 일만이 우리 산 자들에게 주어진
해탈의 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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