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여행에서 만나는 불교문화
강민수 / 도서출판 나누리 대표

여름 휴가철을 맞아 해외 여행의 발길이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올 7월 인천공항 입출국자의 수가 사상 최고인 189만 명에 달했다는 신문 기사를 보니, 이제 우리 국민에게 해외 여행은 특별한 행사가 아닌 일상생활의 일부로 자리잡은 듯하다.

온 나라를 휩쓸고 있는 해외 여행 바람은 불교계에도 예외 없이 불어닥쳐 교계 신문의 광고란이나 사찰의 게시판은 온통 해외 성지 순례 여행 안내문으로 덮여 있다. 해외 성지 순례가 전국 사찰의 주요 연례 행사의 하나가 된 지 이미 오래되었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해외 여행을 통해 그 나라의 문화와 역사를 체험하고 이해하는 과정은 누구에게나 두고두고 깊이 인상에 남을 만한 일이다. 특히 불교 신자들에게 부처님의 발자취를 따라 불교 성지를 순례하거나 여러 나라의 불교 유적지를 참배하는 일은 관광, 답사를 목적으로 하는 여행과는 달리 수행과 신앙의 차원에서 적지 않은 의미를 지니게 될 것이다.

여행, 특히 해외 여행은 쉬운 일이 아니어서 이를 감당할 만한 체력과 여행지에 대한 다방면의 정보, 그 나라의 문화와 역사에 대한 이해가 전제 조건이 된다. 하물며 불교 성지 순례를 목적으로 하는 여행이라면, 이러한 조건에다 불교 자체에 대한 이해가 더해져야 할 것이다. 체력이야 누가 줄 수 있는 것이 아니지만, 여행 정보는 다양한 경로를 통해 얻을 수 있다. 특히 오늘날 인터넷의 성과는 괄목한 만한 것이어서 여행지에 대한 학술 논문에서부터 시시콜콜한 여행 일지까지, 너무 많은 정보 때문에 오히려 번잡스러울 정도이다. 하지만 좋은 정보를 선별할 능력만 있다면 이보다 유용한 정보원은 없을 것이다.

관심을 불교 예술에 국한하여 유용한 몇 개의 인터넷 사이트를 소개하고자 한다.

사이버 여행의 시작은 백과 사전으로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다. 두산세계대백과사전(http://

www.encyber.com/)은 19만 항목의 백과 사전을 인터넷에 그대로 옮겨 놓았다. 회원 가입만 하면 컨텐츠 전체를 아무 제약 없이 이용할 수 있다. 자유로운 검색과 정밀한 하이퍼텍스트, 멀티미디어 기능은 책으로 된 백과 사전과는 차별되는 특징이다. 여행 국가의 역사와 문화, 불교 유적, 유물을 개괄적으로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붓다넷(http://www.buddhanet.net)은 ‘불교 정보 및 교육 네트워크’를 표방하고 있는데, 이에 걸맞게 불교 전반에 걸쳐 법문, 불교학, 불교사, e-북, 오디오 도서관, 예술 등 다양한 컨텐츠를 제공한다. 이 가운데 ‘불교 미술과 건축’(Buddhist Arts and Architecture)이라는 소제목으로 인도네시아의 보로부두르, 인도의 산치 대탑, 티베트 미술, 만달라, 수인(手印), 불탑 등을 소개하고 있다(http://www.buddhanet.net/

gallery.htm). 주제가 몇 가지 되지는 않지만 잘 편집된 잡지 몇 쪽을 보는 것처럼 완성도는 높은 편이다.

헌팅턴 아카이브(Huntington Archive, http://kaladarshan.arts.ohio-state.edu/default.html)는 전문적인 불교 미술 사이트로서, 방대하고 선명한 사진 자료로 방문자의 눈길을 끈다. 헌팅턴 아카이브는 미국 오하이오 주립대학교 예술대학 미술사학과 존 헌팅턴(John C. Huntington), 수잔 헌팅턴(Susan L. Huntington) 두 교수가 25년 이상을 아시아 여러 나라들의 불교 유적지를 답사하면서 찍은 사진 30여만 장과 이 사진들을 해설한 문서 자료를 기본으로 하여 1995년에 개설한 인터넷 사이트이다.

헌팅턴 아카이브가 보유한 자료는 인도,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스리랑카, 네팔, 중국, 일본, 태국, 인도네시아, 미얀마의 불교 관련 자료로서 대부분은 불교 미술에 관련된 것인데, 힌두교, 자이나교, 이슬람 관련 사진들도 일부 포함되어 있다. 홈페이지의 설명에 의하면, 네팔의 예술과 건축에 관한 한 세계에서 가장 많은 사진 자료를 보유하고 있다고 한다.

현재까지는 아프가니스탄, 중국, 네팔 3개국의 자료 중 일부를 제공하고 있는데, 얼마 전에 아프가니스탄 반군의 만행으로 사라진 바미얀 석불을 자세한 설명과 함께 여러 장의 세부 사진으로 감상할 수 있다.

머지 않아 보유하고 있는 모든 이미지와 문서를 검색할 수 있는 온라인 검색 데이터베이스를 서비스할 예정이라고 한다. 30만 점의 사진 자료가 모두 포함되는 방대한 프로젝트여서 그 귀추가 주목된다.

여행을 떠나서 직접 체험하는 것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일이겠지만, 인터넷으로 떠나는 사이버 여행 또한 여행을 준비하는 이들에게는 여행지에 대한 친절한 길잡이가 되고, 이런 저런 사정으로 떠나지 못하는 이들에게는 간접 체험의 기회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