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륵기도
이법산 스님/ 서울캠퍼스 정각원장

미륵(彌勒)은 범어 Maitreya를 음(音)으로 표기한 것이며, 한역으로는 자씨(慈氏)라고 한다. 미륵은 현재는 보살로써 도솔천(Tusita)이라는 하늘 궁전에서 하늘나라 사람들에게 진리의 법문을 설하고 있다. 미륵보살은 석가모니 부처님 다음 세대의 부처님으로 도솔천의 수명인 4000세(인간의 시간으로 계산하면 56억 7000만 년)가 지나면 인간 세상에 태어나시어 용화수(龍華樹) 아래에서 성불(成佛)하시고, 3회에 걸쳐 설법하시어 모든 중생을 성불하게 하여 용화미륵정토 세계를 성취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미륵보살은 미래 부처님이므로 미륵불(彌勒佛)이라고 한다.

미륵기도는 현재의 도솔천에 계신 미륵보살과 미래의 용화수 아래에서 깨달아 부처님이 되실 미륵부처님께 기도 드리며 깨달음의 인연을 함께 한다는 것이다. 미륵사상은 미래의 성취를 의미하므로 현존의 한 마음을 밝게 하고 현상계를 분명히 관찰할 수 있는 반야의 지혜를 성취한다면 나 자신이 곧 미래의 미륵부처님과 더불어 하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미륵기도는 곧 미륵보살을 관하여 반야바라밀다의 수행을 원만히 성취하고 모든 업식이 다하면 미륵불의 용화회상에서 설법을 듣는 즉시 미륵부처님처럼 성불하게 되는 원력을 갖는 기도라고 할 수 있다.

이 미륵사상은 『미륵상생경(彌勒上生經)』과 『미륵하생경(彌勒下生經)』에 미륵이 도솔천으로 간 연유와 56억 7000만 년 후 이 세상에 태어나시어 수행을 통한 깨달음의 모습을 나투시고 3회의 설법으로 중생을 모두 깨닫게 하는 연유가 잘 기록되어 있다. 이것은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예언하신 것이다. 따라서 사회의 변천에 따라 불안한 미래의 의지처를 찾으려는 많은 사람들이 신앙하게 되었고, 이를 이용하여 권능을 누리려는 자칭 미륵임을 가장한 자가 나타나 인민을 현혹시킨 바도 적지 않았다. 즉, 미륵교라는 종파 형태의 단체도 있으므로 모두가 부처님께서 설하신 진정한 미륵의 의미를 알고 신행해야 할 것이다.

미륵의 형상도 여러 가지가 있다. 돌에 조각되고 청동으로 주조되기도 하고 미륵의 화신이라고 하는 중국의 배가 불룩 나오고 큰 포대를 짊어진 포대화상(布袋和尙)의 모습으로 사람의 상상에 따라 모양지어져 있으나 모두가 상징적일 뿐 진정한 미륵의 참 모습은 아니다. 오직 미륵기도를 하면서 청정한 마음이 도솔천에 있는 미륵보살과 하나되어 모든 차별상을 여 의었을 때 기도의 공덕이 원만하게 될 것이다.

『석문의범(釋門儀範)』에 있는 미륵청(彌勒請)의 거불(擧佛)은 다음과 같다.

현재 도솔천에 계신 미륵부처님께 귀의합니다.

당래의 교주이신 미륵부처님께 귀의합니다.

3회에 중생을 제도하실 미륵부처님께 귀의합니다.

南無現居兜率彌勒尊佛

南無當來敎主彌勒尊佛

南無三會度人彌勒尊佛

유치(由致)에도 “미륵대성자께서는 현재 도솔천에 계시지만 당래에는 용화세계에 강림하시어 칠변의 언음(七辯之言音)을 널리 베풀어 오승의 성중(五乘之聖衆)을 두루 교화하신다”고 하였으며, 청사(請詞)에는 “복덕의 인연이 수승하고 수명도 다함이 없는 원력으로 장엄하고 자비가 광대하여 4천년을 보처보살(補處菩薩)로 계시고 8만세에 몸이 용화세계에 강림하여 당래에 태어나실 미륵존 부처님이시여, 오직 원하옵건대 자비로 이 도량에 강림하시어 저의 공양을 받으소서.”하고 간절한 정성으로 미륵부처님을 청하여 모신다.

그리고 다시 게송(偈頌)으로 이 자리에 좌정하시게 한다.

어느 때나 설법하여 쉼이 없으시고

3회로 중생제도 한가하지 않네

5탁에 빠진 중생 외면하지 않고

오늘 밤 잠깐 인간에 오시었네

六時說法無休息

三會度人非等閑

切念勞生沈五濁

今宵略暫到人間

마음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생각으로 온갖 모양을 지을 수 있으나, 거울이 본래 모든 것을 비출 수 있으나, 때 뭇은 거울은 자기 노릇을 할 수 없듯이 번뇌의 업(業)이 마음의 때가 되었을 때 마음 역시 자기 본성을 제대로 들어 낼 수 없다. 미륵보살이 비록 감히 인간으로서 상상할 수 없는 공간적으로 먼 하늘나라인 도솔천의 내원궁에 계시며, 56억 7000만 년이니 4000년이나 8000세 등의 긴긴 시간을 보내고 인간 곁으로 오셔서 3회 설법으로 오탁악세의 고통받는 중생들을 다 제도하게 하신다 하였지만, 중생의 마음에서 시간과 공간의 제한에 걸리는 것이지, 보살의 관행이야 시공(時空)에 걸릴 것이 없다.

어디서나 상시 설법하고 계신 미륵보살님은 현재 장소에서 밝고 맑은 마음으로 미륵보살이든 미륵부처님이든 한 마음으로 모시고 공양·예배·찬탄하며 기도한다면 반드시 미륵보살을 친견하여 설법을 듣고 깨달음을 성취할 수 있으며, 비로소 미륵부처님의 가피로서 함께 하게 될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신라시대 진표율사가 금산사와 법주사 등 미륵도량을 개설하고 미래의 모든 중생이 성불하여 미륵정토를 구현하여 이 땅의 모든 생명이 기쁘고 즐거운 삶을 향유하게 하려는 원력을 펴기도 하였다. 이 땅에는 많은 미륵부처님이 여러 가지 형태로 곳곳에 모셔져 있다.

미래 성불의 의지가 담겨진 미륵기도를 정성 다해 열심히 하면 미륵보살과의 인연이 점점 가까워지고 법희(法喜)가 충만하여 마침내 깨달음을 성취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