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오대산 문수성지를 찾아서 이도업
스님/ 경주캠퍼스 정각원장
화엄을
공부하는 화엄행자들이 평생에 한번은
꼭 가보고 싶어하고, 가서 보면 아주 좋을
곳이 있다. 중국 오대산이다. 당·송
代에는 청량 징관 법사를 위시한 수많은
화엄행자들이 그곳을 찾아갔고, 신라시대
자장법사가 목숨을 걸고 중국에 건너간
것도 그 오대산을 참배하기 위한 것이었다.
화엄 후학으로써 필자가 작년에 이어 또
다시 그곳을 찾아간 것도 두 눈으로 확인해
보고 싶은 것이 몇 가지 있었기 때문이었다.
중국
산서성에 있는 오대산은 최고봉인 3058m의
북대를 위시해서 동대·서대·남대
그리고 중대의 다섯 봉오리로 이루어진
거대한 靈山이다. 이곳은 한 여름에도
눈발이 날리며 서늘해서 일명 청량산이라고도
한다. 이 청량산에는 문수보살이 상주(常住)하면서
1만 권속들에게 화엄설법을 하고 계신다고
전한다. 그래서 예로부터 수많은 화엄행자들은
문수보살을 친견하기 위해서 이곳을 찾았고,
그것에 얽힌 문수보살 영험 얘기가 기록으로
전하고 있다.
필자가
이번에 불교문화대학원생들과 함께 이곳을
다시 찾아온 것은 문수보살 영험이 서려있는
이 오대산을 두 발로 밟아보고, 작년에
조사하지 못했던 그 영험담의 유적지를
확인해 보고 싶어서였다. 출발하기 전
그곳에서 확인해야 할 사항들을 몇 가지로
정리해 보았다. 첫째, 인도에서 설해진
화엄경과 문수보살과 청량산은 어떤 관계가
있을까? 둘째, 화엄경에 나오는 청량산과
중국 산서성에 있는 오대산(일명 청량산)은
어떤 관계가 있을까? 셋째, 중국 산서성의
오대산에는 문수보살의 영험화가 많이
전해오고 있는데, 예를 들면 문수보살
목욕池, 금강굴, 큰 가마솥(大鼎), 문수발탑(髮塔)
등의 유적은 지금도 실제로 전해오고 있는가.
그렇다면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라고
하는 것들이었다.
첫째,
화엄경과 문수보살과 청량산은 어떤 관계가
있을까?
60화엄경의
「보살주처품(菩薩住處品)」에
“그때
心王보살이 보살 대중들에게 말씀하시기를,
불자야! 동방에 선인산(仙人山)이 있다.
옛날부터 그곳에는 많은 보살 대중이 住하고
있는데, 지금도 금강승(金剛勝) 보살이
그 권속 300인과 함께 있으면서 항상 法을
설하고 계신다. 南方에는 승봉산(勝峯山)이
있는데 법혜보살이 500명의 대중과 함께
있으면서 항상 법(法)을 설하고 계신다.
또
西方에는 금강염산이 있는데 정진무외행(精進無畏行)이라는
이름의 보살이 300명의 보살과 상주하면서
법을 설하고 있고, 北方에는 향적산이
있는데 향상(香象) 보살이 3000의 보살
대중과 함께 머물면서 法을 연설하고 있다.
그리고
東北方에는 청량산이 있는데 지금도 문수보살이
1만의 보살 대중을 거느리고 살면서 그들에게
法을 설하고 있다.”
고
전한다.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문수보살은
화엄경의 주불인 비로자나불의 보처보살이다.
지혜의 상징인 문수보살, 항상 사자를
타고 나타난다는 문수보살이 동북방에
있는 청량산에 계신다니 그게 사실일까?
우리와 같이 세 때 밥을 먹으면서 일만
명이나 되는 대중들을 거느리고 설법을
하고 계신다니 사실일까? 그 설법의 내용은
어떤 것일까? 단 한번만이라도 들어볼
수 있다면 우리 같은 업보 중생이라도
지혜의 心眼이 활짝 열리지 않을까?
화엄경
보살주처품에는 동북방에 청량산이 있고,
문수보살이 그곳에서 상주 설법을 하고
계신다고 했는데, 여기서 말하는 청량산과
중국 산서성에 있는 오대산과는 무슨 관계가
있을까? 이것이 이번 여행에서 나의 두
번째 화두였다.
화엄경의
청량산과 중국 산서성의 오대산과의 관계를
처음으로 언급한 사람은 당(唐)나라 때의
도선(道宣)스님이다. 도선(596-667)은
이 두 산의 관계를 『집신주삼보감통록』에서
다음과 같이 전하고 있다.
“대주(代州)의
동남쪽에 오대산이 있다. 옛날부터 사람들은
그곳을 신선이 사는 집이라 했다. 이 산은
다섯 개의 높은 봉우리(五台)로 되어 있는데,
넓이는 사방 3백 리에 이른다. 그 산 정상에는
나무는 물론 풀도 잘 자라지 않는다. 산
정상은 지극히 춥고 서늘해서 청량산이라
했는데 지금도 그 부근에 청량부(淸凉府)가
있다. 화엄경에 보면 문수보살이 신선
오백 인을 데리고 눈덮힌 청량산으로 갔다고
했는데 바로 이 산을 말하는 것이다.”
도선은
또 말하기를,
“중대(中台)에
올라가면 태화라는 큰못이 있는데 그 물은
맑고 밝기가 거울과 같다.”
화엄경에
나오는 청량산을 중국 산서성에 있는 오대산으로
설명하기 시작한 최초의 사람은 도선이었다.
그러나 도선은 오대산은 여름에도 지극히
서늘하기 때문에 청량산이라고 한다는
말만을 전하고 있을 뿐, 화엄경의 청량산을
무슨 이유로 산서성의 오대산으로 보는가에
대해서는 한마디의 언급도 하지 않았다.
그에
대한 해답을 법장은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75호에
계속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