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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화장
정수 스님 / 불교문화대학 강사

정각원 옆 작은 호수를 지나가다 보면 언제부터 피었는지 예쁜 연꽃들이 송알송알 피어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그래서 정각원 올라가는 길이 더욱 아름답고 흥미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연꽃은 언제 보아도 우아한 아름다움이 있는 꽃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나도 모르게 호수 가에서 발길을 멈추고 잔잔한 물 속에 핀 연꽃을 감상하며 바라보게 된다.

연꽃은 누구나 사랑하는 꽃이며 특히 우리민족은 연꽃을 매우 사랑하여 예술과 문학에 많이 등장하는 것을 발견 할 수 있다. 그래서 우리 선조들은 연꽃을 오행으로 나누어서 화련, 목련, 수련, 토련(토란), 금련(목단화) 등으로 보기도 한다. 이중에서도 수련이 으뜸일 것이다.

연꽃을 보니 문득 옛날 실상사 화엄학림에 있을 때가 생각이 난다. 학림의 학장스님은 연꽃을 특별히 사랑하여 꽃이 필 무렵이면 학인들을 데리고 연꽃군락지로 데리고 가서 연꽃 구경을 하곤 했다. 그때 강주스님께서는 우리에게 연꽃은 화엄의 꽃이라 하셨다.

불교의 이상향을 “연화장 세계(蓮華藏 世界)”라고 하는데 화엄경에 보면 거대한 향수해의 연꽃 속에 펼쳐진 세계를 연화장이라고 말한다. 부처님이 보리수아래서 무명을 타파하고 자성청정심으로 이 세상을 보니, 이 세상은 마치 거대한 연꽃 속에 소장되어져 있는 것처럼 아름답고 장엄하고 환희로 가득찬 세계로 이루어져 있는 것을 깨달으셨다. 부처님이 깨달으신 보리수 아래 이 중생세계가 바로 연화장 세계인 것이다. 저 호수에 핀 연꽃이 바로 청정장엄한 부처님이 깨달으신 세계인 것이다.

옛날 무학대사가 조선 태조 이성계와 나눈 이야기에서 말하듯 돼지의 눈으로 세상을 보면 이 세상은 온통 돼지일 뿐이고, 부처의 눈으로 이 세상을 보면 부처 아닌 자가 없다는 이야기처럼 청정한 마음으로 중생세간을 보니 이 자체가 바로 청정한 연꽃과 같은 연화장 세계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조사들은 “心淸淨國土淸淨”이라고 말씀하셨던 것 같다.

옛날 유학자 주련계는 연꽃을 매우 아끼고 사랑하여 연꽃은 청렴한 선비의 꽃이라 말한다. 연꽃은 ‘불만불지 중통외직(不蔓不枝 中通外直)’이라 하여 군자의 지절한 삶에 비유하기도 한다. ‘불만불지’란 장미와 국화는 자신의 아름다움을 뽐내려고 많은 가지와 잎을 뻗어 남에게 과시하려고 하나, 연꽃은 지나친 과시와 치장을 하지 않고 단 하나의 줄기와 잎으로 우아하고 단아한 아름다움을 보여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군자의 지절함을 느끼게 한다. 그리고 ‘중통외직’이란 연꽃줄기의 안은 비어져 있으나 꼿꼿이 꽃을 지탱하여 구부러져 꺾이지 않는다 하여 군자의 지조와 절개를 상징하기도 한다.

연꽃은 이러한 의미를 지닐 뿐만 아니라 불교의 핵심사상인 평등사상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부처님이 깨달으신 무상정각의 입장에서 이 세상을 보면 더 이상 닦아야할 주체와 닦아야할 대상이 존재하지 않는다. 부처님의 살바야해는 차별이 없고 절대 평등한 세계를 의미한다. 그래서 부처님의 대원경지로 이 세상을 바라보면 부처와 중생이라는 구별이 없이 법계연기의 세계 그 자체일 뿐이다.

화엄경 입법계품에서 선재동자가 미륵보살을 만나서 보살이 손가락을 한 번 튕기는 찰나에 선재동자가 기존 선지식에게서 배운 모든 법문을 잊어버리고 초발심의 경지에서 바로 무상정각의 세계를 체득하는 것 이것이 바로 부처와 중생이 구분이 없는 세계, 화엄경에서 말하는 동시인과(同時因果)의 세계이다.

더욱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인해과덕 과철인행(因該果德 果徹因行)’이다.

‘因’은 초발심의 단계요, 수행의 단계요, 중생의 단계를 의미하며 과실에 있어 꽃잎에 비유될 수 있다. ‘果’는 깨달음의 세계요, 무차별의 세계요, 대적멸의 세계를 의미하며 과실에 있어 열매에 비유될 수 있다.

쉽게 말하자면 중생일 때에 우리는 벌써 부처의 복과 덕을 갖추었으며 부처일 때는 중생의 행과 원을 성취했다는 말로 부처와 중생이 서로 차별이 없이 함께 존재한다는 말로 ‘同時因果’라고도 한다. 즉 因인 중생과 果인 부처가 동시에 구족해 있다는 의미를 말하며 여기에는 우열을 나눌 수 없는 대적멸의 세계인 것이다.

이러한 평등사상이 연꽃에 잘 나타나고 있다.

다른 과실들인 배, 사과 등은 먼저 꽃이 피고 난 뒤에 열매가 맺지만 연꽃은 여타의 다른 과실과 달리 꽃잎과 연실이 동시에 자라나기 때문에 동시인과라고 말 할 수 있다. 꽃과 열매가 함께 구족해 있다는 의미로서 부처와 중생이 동시에 구족하여 평등을 의미한다. 오직 연꽃만이 열매와 꽃잎이 동시에 구족하여 피어나기 때문에 많은 불보살들이 연화대에 앉아서 불이(不二)법문을 설하여 중생을 교화하시는 것 같다. 그래서 연꽃 그 자체가 바로 부처님의 깨달으신 대적멸·대장엄·대환희·대긍정의 세계를 나타낸다고 말할 수 있는 것 같다.

이러한 꽃이기에 바라보는 내 마음은 절로 숙연해지고 청정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연꽃은 우리들의 마음에 카타르시스의 메시지를 전해주는 영적 힘을 지닌 것 같다. 그래서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평온과 기쁨을 안겨주며 연인이나 아이들이나 모든 이의 발길을 멈추게 하여 심연한 자아에 빠져들게 하는 듯하다.

주렴계는 연꽃을 우리가 멀리서 바라볼 수만 있을 뿐이지 가까이 가서 갖고 노닐 수 없어서 진실로 세속의 욕망에서 벗어나 초연히 자라나는 경외스러운 꽃이라 하니 실로 연꽃은 깨달음의 꽃이라 아니 말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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