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천수대비가(禱千手大悲伽) 이임수 /
인문과학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무릎을
조아리며 두 손바닥 모아 천수관음(千手觀音)
앞에 빌어 사뢰옵니다. 즈믄 손의
즈믄 눈을 하나를 놓고 하나를 덜어 둘
없는 내라 하나야 가만히 고쳐주소서 아아,
내게 끼쳐 주신다면 놓되 쓰올 자비여
큰고.
신라
제 35대 경덕왕 시절, 한기리에 희명이란
여인이 살았다. 그녀에게는 아이가 하나
있었는데 5살이 되자 갑자기 눈이 멀어
앞을 보지 못했다. 어느 날 희명은 아이를
안고 분황사 왼쪽 전각의 북쪽 벽화인
천수대비(千手大悲) 앞에 나아가 간절히
기도했다.
“무릎을
조아리며 두 손바닥을 모아 관세음보살께
비옵니다. 천 개 손의 천 개 눈 중, 하나를
손에서 놓고 하나를 덜어 둘 없는 내게
가만히 고쳐주소서. 아아, 내게 끼쳐 주신다면
하나를 손에서 놓으시되 그 쓸 자비는
얼마나 클까.”하는 여인과 눈 먼 아이의
간절한 기도의 노래이다.
관세음보살은
다른 이름으로 천수천안보살, 천수관음보살,
대자대비보살 등으로도 부르는데 이는
인간 세상에 가장 자비로움을 베푸는 보살로,
천 개의 손과 천 개의 눈을 가져 눈으로
보지 못하는 것이 없고 손으로 구원하지
못하는 것이 없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관세음(觀世音)이라 하여 세상의 모든
것을 보고 모든 소리를 들을 수 있음을
말한다.
지금
경주 분황사의 왼쪽 전각이 없어져 그
관음보살벽화를 볼 수 없으나 다른 사찰의
많은 관음보살탱화에서 천수천안을 찾을
수 있다. 관음보살상을 중심으로 그 주변을
천 개의 손바닥 안에 눈을 하나씩 그려
천 개의 눈을 그리고 있다. 현재 불국사의
관음전은 가장 높은 곳, 가파른 계단 위에
위치하고 있는데 이도 멀리 인간세상을
굽어보고 보살펴 달라는 인간들의 염원
때문인지도 모른다.
기도를
마치자 눈먼 아이가 광명을 얻었다니 더
없이 기쁜 일이다. 학자들은 맹아득안가(盲兒得眼歌,
눈밝 노래)라고도 하는데 삼국유사의
저자 일연선사는 이렇게 찬(讚)했다.
대나무
말 타고 풀피리 불며 놀던 아이/ 어느
날 갑자기 두 눈이 멀었네/ 보살께서 자비의
눈 주시지 않았다면/ 버들 꽃 날리는 봄도
얼마나 헛되리.
(竹馬追笙戱陌塵
一朝雙碧失瞳人 不因大士廻慈眼 虛度楊花幾社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