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호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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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의 꿈
이만/ 불교문화대학장

지난 해 동지섣달의 기나긴 밤도 이제 지나고 다시 새 봄을 맞이했다. 그렇게 차갑게만 느껴지던 겨울 날씨도 봄날의 훈풍에 그 기세가 꺾이어 부드러운 감촉이 이마 살을 스친다. 벌써 창문 밖에는 멀리서 아지랑이가 너울거리고 일찍 나온 나비가 간간이 꽃을 찾아 날아간다.

이 세상을 살아가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마도 네 계절 중에서 따뜻하고 생동감을 주는 봄을 가장 많이 선호할 것 같다. 그러다 보니까 반대로 길고 추운 겨울날이 왠지 싫어지고 어서 빨리 지나서 새 봄이 오기를 학수고대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봄날만이 봄이 아니고, 겨울만이 겨울이 아닌 것이다. 때로는 쓸쓸함과 한적함을 주는 가을이 좋은 사람도 있을 수 있고, 겨울의 순백함과 포근함이 마음에 드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계절 그 자체에는 좋은 계절과 싫은 계절이 있을 수 없지만 그 속에서 삶을 이어가는 우리 인간들은 자기들의 판단에 따라서 좋고 나쁜 계절이 있기 마련이다. 그렇지만 인생을 가장 잘 살아가는 사람은 네 계절 모두를 기쁜 마음으로 맞이하여 어느 하루라도 허송하지 않고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일 것이다.

인생에 있어서 아마도 10대들은 그들의 이상만큼이나 설레는 마음으로 이러한 봄날을 만끽할 것 같고, 20대에는 무엇인가를 기대하는 마음으로, 30대에는 부푼 꿈을 실현하기 위하여, 40대는 보다 안정된 사회적인 지위와 부를 축적하기 위하여, 50대에는 지난날을 회상하는 마음의 자세에서, 그리고 60대는 인생 그것의 신비스러움에 경의를 표하면서 이 봄을 만날 것 같다. 하지만 꿈은 어디까지나 꿈이지 현실이 아니다.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현실과 먼 꿈과 이상을 간직하고 사는 것은 우선 몸과 마음이 건강치 않았을 때에 나타나는 현상으로서 자칫하면 그만큼 절망에 쉽게 빠지거나 공상 속에서 살게 된다.

그래서『열반경』에 보면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있다. 옛날 어느 집에 남모르는 한 여인이 찾아왔는데, 그녀는 목거리와 치장 등을 하여서 그런지는 몰라도 매우 단정하고 어여쁜 모습이었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주인은 처음 보는 사람이므로 그 신분을 묻자, 이윽고 여자가 대답하기를,

“나는 천신인 공덕대천이다.”
라고 자기 소개를 하더라는 것이다. 그래서 주인이,
“그러면 저희 집에 이렇게 오신 까닭이 무엇입니까?”
하고 물으니, 그 천사가 말하기를,
“내가 가는 곳이면 어느 집이건 재물이 크게 불어납니다.”
하니, 주인은 매우 기뻐서 그를 집안으로 모시고 가서 좋은 음식과 훌륭한 의복 등으로 극진하게 대접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조금 지나자 또 한 사람의 여인이 나타났는데, 이번에는 앞에 온 여인과 겉모습은 비슷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초라하고 추한 기색이 역력한 얼굴을 하였더라 는 것이다. 그래서 주인이 또한 묻기를,
“어디서 오셨습니까?”
라고 말을 건네니, 그 여자가 대답하기를,
“나는 흑암이라고 합니다.”
“그래 무엇 때문에 저희 집에 오셨습니까?”
라고 물으니까,
“내가 가는 곳은 어디나 모든 공덕들이 소멸되고, 재물이 줄어듭니다.”
라고 대답하니, 주인은 대뜸 칼을 찾아서 빼들고 하는 말이,
“어서 꺼져라. 잠시도 머물지 말고 이 집에서 썩 나가거라!”
하면서 위협하니, 그 여자가 하는 말이,

“당신은 참 어리석은 사람입니다. 만약에 내가 나가게 되면, 미안하지만 지금 당신 집안에 있는 공덕천도 함께 가야만 합니다. 왜냐하면 그 여자는 제 언니일 뿐만 아니라, 우리 둘은 항상 같이 행동하게 되어 있으므로 당신이 나를 내쫓게 되면 우리 언니도 함께 쫓아내어지는 것입니다.”

라고 빈정대니, 그 주인은 잠자코 침묵을 지키다가 할 수 없이 둘 다를 그 집에서 떠나게 했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설화는 그 취지가 근본적으로 생과 죽음의 상관성과 필연성에 관하여 설명하고 있지만, 이것을 이상과 꿈에 빗대어서 말한다면 이상과 꿈이 크면 클수록 그만큼 절망과 좌절도 뒤따라서 크다는 것을 일깨워주는 것이다.

그리하여 야운 스님이 지은 「자경문(自警文)」에 보면 다음과 같이 경책하고 있다. 즉,

“만약에 사람이나 어떤 물건을 좋아하고 싫어하는 감정이 마음에 있으면 평탄치 못하리니, 그런 상태로 출가해서 무슨 공덕이 있으리오. 마음에서 좋아함과 싫어함에 관한 취함과 버림이 없으면, 신체상에 어찌 즐거움을 선호하고 고통을 싫어하는 기색이 있겠는가. 차별 없는 마음에는 이것과 저것의 구별이 없고, 크고 원만한 경지에서는 본래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함이 없는 것을 알아야 한다.”
라고 말씀하셨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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