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법문/ 도영 큰스님

더불어 살아가는 길 ☞▷

정각도량/ 이법산 스님

불교병원 ☞▷

특집/민족화합과 불교

탈북자 문제와 불교 /고유환☞▷

제대로 된 선택을 하자 /윤세원☞▷

경전의 말씀/ 전해주 스님

육근청정☞▷

수행의 길 / 김재성

수행이란 무엇인가☞▷▷

불심의 창 / 곽대경

어머니의 불상☞▷

세계문화유산/ 신성현

깨침의 땅, 보드가야☞▷

인터넷의 세계 불교/ 김성철

평화를 호소하는 불교인의 목소리 ☞▷

일주문/ 법념스님

달력이야기 ☞▷

詩心佛心/ 이임수

제망매가(祭亡妹歌), 누이노래 ☞▷

열린마당/ 최진재

불교와의 인연 ☞▷

교계소식 ☞▷

동국동정 ☞▷

 
육근 청정
전해주 스님/ 불교학과 교수

사찰에서 스님들이 항상 부처님 전에 축원할 때, 우리 모두를 위하여 발원하는 내용가운데 ‘육근 청정’이라는 말이 있다. 육근이란 눈[眼根]·귀[耳根]·코[鼻根]·혀[舌根]·몸[身根]·뜻[意根] 등의 여섯 가지 인식기관이니 우리가 경계를 인식하는 기관을 통칭한 것이다. 이 육근은 형상 등 여섯 경계[六境 또는 六塵: 色·聲·香·味·觸·法]를 상대하여 인식을 발생시킨다. 이러한 육근이 언제나 맑고 밝고 좋은 경계를 접할 수 있도록 청정하기를 바라는 것이다.

우리가 살아간다는 것은 이러한 육근이 각기 상대하는 경계에 접하여 여섯가지 인식[六識: 眼·耳·鼻·舌·身·意識]을 발생시키는 여정이라 할 수 있다. 이 육근에 접촉되는 경계로 인해 웃기도 하고 울기도 하고 즐거워하기도 하고 성내기도 한다. 죄를 짓고 복을 짓는 것, 살고 싶고, 죽고 싶은 것 등도 그 까닭이 여섯 경계를 벗어나지 않는다. 그로 인해 생사윤회하기도 하고, 해탈하기도 한다. 부처님께서는 이 세상에 있다고 하는 일체 모든 것이란, 이 육근과 육경의 열 두 가지에 지나지 않는다고 하셨기 때문이다. 그래서 육근이 청정하다는 것은 곧 일체경계가 청정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원각경』에서는 육근과 육경과 그로 인해 발생되는 육식의 상호관계를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눈이 깨끗하면 색경계가 깨끗하고, 색경계가 깨끗하면 안식이 깨끗하고, 안식이 깨끗하면 귀가 깨끗하며, 귀가 깨끗하면 소리경계가 깨끗하며 <운운>

육근이 청정하면 일체경계가 청정해지고, 일체 인식이 청정해지며, 일체경계가 청정하면 일체 인식기관인 육근이 청정해진다. 일체는 마음으로 만들어내는 경계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경계에 대하여 『화엄경』 「여래출현품」에서는 약나무로 인해 육근이 청정해진다는 다음과 같은 비유로 말씀하고 있다.

비유하면 설산에 약왕나무가 있으니 이름이 선견(先見)이라, 만일 보는 이가 있으면 눈이 청정해지며, 만일 듣는 이가 있으면 귀가 청정해지며, 만일 냄새 맡는 이가 있으면 코가 청정해지며, 만일 맛보는 이가 있으면 혀가 청정해지며, 만일 닿는 이가 있으면 몸이 청정해지며, 어떤 중생이 그 흙을 취하면 또한 능히 병을 없애는 이익을 짓게 되는 것과 같느니라.

이는 부처님을 뵙고, 부처님 말씀을 듣고, 부처님을 가까이 모시는 등의 선근 공덕을 비유한 것이다. 그래서 다음의 말씀이 이어진다.

여래·응공·정등각의 위없는 약왕(藥王)도 또한 그러하여, 능히 모든 중생을 요익케 하나니, 만일 여래의 색신(色身)을 보면 눈이 청정해지며, 만일 여래의 이름을 들으면 귀가 청정해지며, 만일 여래의 계의 향기를 맡으면 코가 청정해지며, 만일 여래의 법을 맛보면 혀가 청정해져서 넓고 긴 혀 [廣長舌]를 갖추어 말하는 법을 알며, 만일 여래의 광명에 닿으면 몸이 청정해져서 구경에 위없는 법신을 얻으며, 만일 여래를 생각하는 이는 염불삼매가 청정하여지느니라. 만일 중생이 여래가 지나가신 땅과 탑묘에 공양하더라도 또한 선근을 갖추어 일체 모든 번뇌와 근심을 없애고 성현의 즐거움을 얻느니라.

부처님께 예경하는 것이 바로 우리의 육근이 청정해지는 공덕을 심는 것임을 알 수 있다. 육근이 청정하다는 것은 곧 일체 번뇌와 근심이 다 사라지고 성현의 즐거움을 얻는 것이다. 성현의 즐거움이란 구경의 수승한 즐거움이니 곧 열반의 즐거움이고 해탈의 즐거움인 것이다.

  육근이 청정하면 경계가 청정해지는 것이니, 우리는 우리가 접하는 경계로 얼마나 많은 공덕을 지어가고 있는 지 돌아볼 일이다. 더 나아가 우리도 부처님처럼, 약왕나무처럼 우리를 만나거나 생각하는 이들에게 병이 낳게 하고 번뇌가 다 없어지게 하고 있는지 살펴보게 한다. 다시 말해서 우리와 인연있는 모든 분들에게 육근이 청정하게 되는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존재일 수 있기를 발원하게 하는 말씀이라고 하겠다.

신라 의상(625-702) 스님의 「백화도량발원문」에는 육근 청정이 육향(六向)의 발원으로 나타나고, 『천수경』에서 항상 만나는 관세음보살의 발원에도 고통의 세계에 빠진 중생을 제도하는 육향의 발원이 있다. 즉, “내가 만약 지옥을 향하면 지옥고가 저절로 소멸되고, 내가 만약 아수라를 향하면 악한 마음이 저절로 조복되며, 내가 만약 축생을 향하면 저절로 지혜를 얻으지이다.” 등이다.

그래서 아침저녁 부처님 전에서 올리는 육근 청정의 축원은 “내 모습을 보는 이나 내 이름을 듣는 이는 모두 다 성불하여지이다” 라는 크나큰 서원으로 회자되고 있는 것이다.

 

 | 표지 |
 

| 월간정각도량 | 편집자에게 | 편집후기 |
Copyright 2001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as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