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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와의 인연
최진재/ 인문과학대학 사회복지학과

중·고등학교 시절 나는 불교를 직접적으로 접해보지 못했다. 동생들이 불교학생회 활동을 할 때에 난 친구들과 어울리기를 더 좋아했었다. 가끔씩 부모님과 함께 특별한 날에나 절에 가는 것이 전부였다.

그러던 나에게 대학 생활의 시작과 함께 불교와의 인연은 아주 가깝게 다가왔다. 처음으로 인연을 맺은 것이 1학년 때 기숙사에 있는 금불회(금장생활관불자회) 모임을 통해서였다. 기숙사 내에 법당이 있어서 오가며 들리고, 가끔 울적할 때나 기쁠 때 시시때때로 들렀었다. 매번 기숙사에 들어갈 때 법당에 가는 것은 어느덧 나의 일상이 되어버렸다. 피곤할 때는 반쯤 눈을 뜨고 법당에 간 적도 있었고, 어떤 때에는 마음을 내어서 108배를 한 적도 있었다.

그렇게 법당에 자주 들리게 된 것은 법사스님의 따뜻함과 아침저녁으로 예불을 드리면서 하루의 시작과 끝을 정갈히 마무리 할 수 있고, 또 친구들과 함께 법문도 같이 들으면서 배울 수 있다는 것이 아주 흥미롭게 느껴졌기 때문일 것이다.

한번은 친한 언니와 저녁밥을 먹고, 해가 저물어 갈 때쯤 산책 삼아 정각원 법당까지 간 적이 있었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발길이 닿은 것이다. 언니는 가끔 혼자 있고 싶을 때 이 곳을 찾는다고 하였다. 처음 올라갈 때 어두워서 무섭다고 생각하였는데, 삐걱 2층 법당의 문을 열었을 때 희미한 조명아래 환하게 반겨주시는 부처님을 뵙는 순간 마음이 편안하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히려 조금전의 내 생각에 부끄럽기까지 했다. 삼배를 하고 잠시 앉아서 명상을 하고 나와 돌아가는 길에 한결 마음이 가벼웠고 좋았다. 그 후로는 정각원이 부처님이 계시는 절이 좋아서 기회가 닿으면 갔었고, 그곳에 가면 마음이 편해졌다.

특히, 이번 방학 때는 여러 가지 일로 인해 해이해진 마음을 바로잡기 위해 나 자신을 참회할 수 있었던 좋은 기회가 있었는데, 바로 철야정진이라는 것이다. 사람들과 함께 청아하고 조용하게만 느껴졌었던 법당의 분위기가 활기를 띠고 약간의 들뜬 분위기도 없진 않았다. 하지만 천 배라는 일반인들이 듣기만 해도 엄두도 내지 못하는 것이기 때문에 예불을 시작하는 목탁소리와 함께 일제히 법당 안은 차분해졌다. 한 배, 두 배... 죽비 소리에 맞추어 처음 시작할 때에는 가뿐하게 해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삼백 배가 넘어 갈수록 몸이 무거워지기 시작했다. 다리는 점점 힘이 풀려 엎드렸다가 다시 일어서기도 너무 힘든 상황이었다.

이제부터 나 자신과의 싸움이 시작되었다. 이것을 이기지 못하면 앞으로 나의 인생에 있어서 조그마한 일들도 힘들다며 쉽게 주저앉을 내 모습이 보였기에 이 잠시의 고통은 인생에 있어서 아주 작은 시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기에 더욱 더 불심을 낼 수 있었다. 육·칠백 배 넘어가니 불전에 앉아 계시는 부처님의 모습도 아른거리고 내 몸은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만 같았다. 하지만 그럴수록 내 머리 속에는 반드시 해내고 말 것이라는 의지로 가득 차 있었다.

주위의 사람들 중에는 천 배를 끝내지 못하고 중간에 포기하고 나가는 사람, 가만히 주저앉아 있는 사람들이 몇몇 보였다. 나도 몇 번이고 그만두고 싶었지만, 반드시 해낼 수 있을 거라는 나 자신을 믿었기 때문에 포기할 수 없었고, 열심히 일어섰다 앉았다 하면서 관세음보살님을 마음속으로 불러보며 절을 하였다. 이마에서 땀방울이 옷과 좌복에 흘러내리기를 8시간이 지나 천 배를 마칠 수가 있었다.

천 배. 속으로 마지막이라는 생각과 함께 나는 주저앉았다. 온 몸이 땀에 젖어 있었고, 힘든 몸이었지만 앞으로 어떤 힘든 일이 생기더라도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게되어 지친 모습에서도 웃음을 지을 수 있었다. 누구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 절을 한 것도 아니고, 모두들 절을 하기에 그냥 아무런 생각 없이 절을 한 것도 아니다. 나는 할 수 있다는 신념과 무엇보다 내 스스로 무언가를 이루었다는 사실에 더없이 기뻤다. 철야정진은 힘들고 지친 나를 일어설 수 있게끔 해주는 밑거름이 된 것이다.

요즘에도 가끔 일상생활에서 벗어나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고 싶을 때 절을 찾아가곤 한다. 물론 앞으로 기회가 닿는 데로 부처님이 계시는 절을 찾을 것이다. 그곳에 가면 뭔가 할 수 있다는 희망과 용기가 생기기 때문이다.

얼마전 천 배의 그 마음가짐으로 4학년이 된 나는 이제 새로운 도전과 당당히 내 앞에 놓여진 길을 열어갈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하루 하루를 살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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