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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자 문제와 불교
고유환/ 북한학과 교수

Ⅰ. 머리말

사회주의권 붕괴, 경제위기의 심화에 따른 심각한 식량난, 그리고 주민들의 의식변화 등으로 탈북자의 수는 증가하고 있다. 최근 들어 북한 고위층의 망명현상은 둔화되고 있지만 일반 주민들의 탈북은 여전한 것으로 보인다. 2002년 7월 11일 현재 대한민국으로 입국한 북한이탈주민은 573명으로 집계됐다. 최근 한국으로 들어오는 탈북자들은 함경남북도와 량강도 등 북한의 국경 인접지대에 살다가 생활고를 못이겨 탈북한 노동자, 농장원, 무직자, 학생 등으로 북한에서 중요직책에 종사했던 사람은 없다. 그러나 한가지 두드러진 특징은 가족단위 탈북이 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탈북자 장길수군 가족 7명이 베이징 주재 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UNHCR) 농성 5일만에 중국 정부의 ‘제3국 추방’ 이후 한국 입국을 시발로 비정부단체(NGO)들의 도움으로 중국주재 외국공관을 망명루트로 한 가족단위의 ‘기획망명’이 급증하고 있다. 탈북자들의 잇따른 서울행을 계기로 탈북자 문제가 또 다시 우리들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한국에 들어오는 탈북자의 수가 늘었다고 해서 북한이탈주민의 수가 최근에 부쩍 늘고 있다는 것은 아니다. 최근에 한국으로 들어오는 탈북자 수가 늘고 있는 것은 1990년대 중반 이후 북한을 이탈해서 중국 등 제3국에 수년간 머물던 탈북자들이 NGO들의 도움으로 한국대사관 등 외국공관을 망명행로로 활용해서 한국으로 들어오는 이른바 ‘기획망명’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Ⅱ. 탈북자 실태와 정부차원의 정착지원

해외체류 북한이탈주민은 그 성격상 정확한 규모를 파악하기가 어려우나, 대부분은 중국에 체류하고 있으며 러시아 및 동남아시아 지역에 소수가 체류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중국에 있는 북한이탈주민의 체류유형은 첫째, 식량획득을 목적으로 입국한 후 수일 내지 수주 정도 체류하다 자발적으로 귀환하는 단순월경자, 둘째, 조선족 친척방문 등의 이유로 월경한 후 장기체류하는 자, 셋째, 일정한 거처 없이 장기간 은신생활을 하는 자 등으로 분류할 수 있다. 북한이탈주민의 규모는 탈북·체류유형에 따라 그 규모가 크게 달라질 수 있는 관계로 각 단체·기관에서 추정 발표하는 북한이탈주민의 숫자가 큰 편차를 보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현재 북한을 탈출해 중국에 머물고 있는 탈북자의 규모는 정확히 집계되지 않고 있으며, 정부 당국과 일부 비정부기구(NGO)의 추정치도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통일부가 2002년 2월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의하면 탈북자 규모는 중국정부가 1만명이하로 추정하고 있으나, 우리 정부는 2만-3만명, 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UNHCR)은 3만명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 그러나 (사)좋은벗들 등 국내 NGO는 중국내 탈북자 규모를 20만-30만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중국을 떠돌고 있는 북한 이탈주민은 크게 2가지 부류로 나눠 볼 수 있다. 한 부류는 식량을 구하기 위해 일시적으로 체류하고 있는 경우이며, 다른 부류는 식량난과 체제불만을 이유로 아예 탈북한 경우이다. 일시적으로 북한을 떠난 주민들은 주로 북한과 중국 국경지대에서 식량을 구한 뒤 북한으로 되돌아가고 있고, 중국 및 북한당국도 이들이 중국 체류과정에서 한국인과 접촉하지 않는한 무죄 방면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아예 탈북한 경우는 러시아를 비롯 중국 내륙지방까지 진출하고 있으며, 한국인 등의 도움으로 국내에 귀순하고 있다.   

중국정부는 자국에 체류하고 있는 북한이탈주민에 대해 식량 등을 구할 일시적인 목적으로 밀입국한 불법체류자로서 난민협약상의 ‘난민’으로는 볼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므로 이들에 대한 처리는 자국의 주권사항으로서 제3국이 간여할 문제가 아니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해외체류 탈북자 문제가 국내외적인 어려운 과제임을 인식하고 있지만 이러한 현실적인 어려움 속에서도 체류국과의 외교적 협상과 상호이해를 통해 이들의 보호·지원문제를 해결하려고 계속 노력하고 있으며, 유엔난민고등판무관(UNHCR)과도 긴밀한 협조관계를 유지해 오고 있다.

탈북자의 수가 늘어나고 그들의 인권이 유린되는 현실에서 우리 정부의 탈북자 대책이 미온적이라는 주장이 여러 차례 지적돼 왔다. 우리 정부는 그동안 탈북자들이 머물고 있는 국가들과의 외교적 마찰을 의식하여 탈북자문제에 있어 ‘조용한 외교’를 강조하면서 미온적으로 대처해온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많은 탈북자 중에서 ‘선택받은 운좋은 소수’만이 한국으로 들어오게 되고, 대다수의 탈북자들은 굶주림, 인신매매, 강제노역 등 인간 이하의 생활을 하면서 북한의 특무(체포조)와 체류국 공안당국의 추적을 피해 고달픈 도피생활을 계속하고 있다.

탈북자문제는 정치적인 문제이기 전에 인도적인 문제이다. 따라서 정부는 정치적 고려에 따라 탈북자들을 선별적으로 수용할 것이 아니라 인도적 차원에서 입국을 희망하는 탈북자 전원을 수용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강제 송환될 경우 수용소에 갇힐 수밖에 없는 탈북자들을 돕기 위해서는 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UNHCR) 등 국제기구와 관련국가들에 대한 외교를 강화하여 이들이 난민지위를 부여받도록 도움을 주고, 탈북자 체류국에 ‘정착촌’이 건설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Ⅲ. 민간차원의 정착지원과 불교의 역할

 북한이탈주민의 남한사회 적응과 정착을 지원하는 민간기관들의 활동은 현시점의 정부의 정착지원 활동을 보완·완결하는데 중요한 공헌을 할 수 있다. 그만큼 민간의 지원활동은 북한이탈주민의 남한사회 적응과 생존에 대해 명목적인 것이 아닌, 실질적인 지원 역할을 할 수 있다. 정부의 지원프로그램은 다양성을 갖추고 있다지만 대체로 경제적인 자립과 성취에 주력한다고 볼 수 있다.

이에 반해 북한이탈주민의 사회적 심리적 적응은 민간의 자원봉사자활동에 의해 지원될 수 있다. 북한이탈주민들의 정착욕구는 매우 다양하고 포괄적이어서 이에 대응하는 지원기간이 장기화 될 수 있고 지원주체 또한 다원화되어야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민간기관들은 정부와 함께 효과적인 지원주체로 동원될 필요가 있다. 북한이탈주민 대상 민간기관의 지원활동은 앞으로 다가올 남북간 사회통합의 예비테스트이며 포용 훈련이 된다는 의의가 있다.

불교 차원에서 탈북자문제 해결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방안으로는 첫째, 탈북자들이 국내에 정착하는 과정에서 체제의 차이에서 오는 부적응문제를 극복할 수 있도록 물질적·정신적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둘째, 탈북자들이 대거 입국할 경우 정부 차원의 탈북자 수용시설 부족을 불교 관련 시설의 대여를 통해서 극복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셋째, 몽골 등에 탈북자 정착촌이 건설될 경우 정착지원사업을 추진할 수 있을 것이다.1) 관련국가들과의 외교적 마찰 등을 고려해 볼 때 제3국의 탈북자 정착시설에 우리 정부가 직접 지원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불교계는 종단 차원에서 제3국에 설치될 정착촌 지원사업에 참여하여 탈북자들의 정착을 지원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그밖에 현재 진행중인 대북 지원사업을 보다 확대해 나가야 할 것이다. 운좋은 소수의 탈북자 대책도 중요하지만 북한내에 있는 주민들에 대한 ‘구원’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 북한 식량난을 고려할 때 우선은 기아상태에 빠진 북한주민들에게 식량을 지원하는 문제부터 풀어나가야 할 것이다. 북한과 적대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미국도 정권과 주민을 분리해서 적게는 매년 30만톤에서 많게는 90만톤 내외의 대북지원을 해오고 있다. 하물며 동족인 우리가 북한지도부의 책임과 불변을 탓하면서 대북지원을 중단하거나 축소할 경우 기아에 신음하고 있는 북한주민들은 남쪽 동포들을 몹시 원망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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