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호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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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독일 필사본 보존 프로젝트(NGMPP)
심재관/ 강릉대학교 강사

인터넷의 발달과 더불어 동서양의 고전학자들은 손쉽게 구할 수 없었던 고전들을 손쉽게 교환하거나 검색할 수 있게되었고, 구축된 데이터베이스를 통하여 새로운 연구가 가능하게 되었다.

서양고전의 전산화에 대한 대표적인 사례로 우리는 흔히 ‘페르세우스 프로젝트(http://www.perseus.tufts.edu/)’를 떠올리게 된다. 이는 인터넷을 기반으로 주요한 희랍과 라틴 고전을 원문으로 읽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원문을 이루는 모든 단어에 대한 번역과 문법적 해설, 동일한 문구의 출처, 심지어는 특정문헌에 대한 참고서까지 원문이 링크되어 있다. 이는 고전문헌 전산화의 가장 모범적인 사례로 남게될 것이다. 이러한 거의 완벽한 수준의 전산화가 인도학이나 불교학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가령, Titus 프로젝트: http://titus.uni-frankfurt.de/indexe.htm) 그 수준이 비교되지 않는다.

 

그러나 고전문헌의 디지털화는 단순히 그 내용을 입력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고전문헌학자들에게 부여되는 과제 가운데 하나인 필사본의 보존과 판본연구는 고전문헌의 디지털화가 단순히 특정 고전을 로마자로 바꾸어 입력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말해준다. 왜냐하면 필사본과 판본연구는 서체나 삽화, 판형 등에 대한 가치도 평가의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서양고전 뿐만 아니라 불교고전에 대한 필사본의 전산화에 대한 작업은 훨씬 느리게 진행되거나 인터넷에 쉽게 공개되지 않고 있다. 이는 스캔닝에 방대한 작업시간과 자본이 투여되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다행히 불경 필사본을 본존하고자 하는 노력의 하나를 우리는 네팔-독일 필사본 보존 프로젝트(http://www.uni-hamburg.de/Wiss/FB/10/IndienS/NGMPP)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 프로젝트는 이미 시작된지 30년이 경과되었으며, 불경을 포함한 주요한 네팔의 필사본을 마이크로 필름으로 보존하고자 하는 1차 목적은 종결되었다. 이제 이를 토대로 온라인으로 공급할 수 있는 2차 사업이 진행중이다.

 

네팔-독일 필사본 보존 프로젝트(The Nepal-German Manuscript Preservation Project : NGMPP)는 두명의 독일 인도학자, 볼프강 보이그(Wolfgang Voigt)와 클라우스 야너트(Klaus L. Janert)가 발의하여, 1970년 2월 최종적으로 독일동양학회와 네팔정부사이의 체결하에 성립되었다. 이후 작업은 현재 함부르크 대학의 인도학-티벳학 연구소에서 웨즐러(A. Wezler) 교수의 지휘 하에 진행되고 있다.

70년이래 이 사업단의 작업은, 네팔 국립 고문서보존실의 자료를 마이크로 필름에 담는 것을 시초로 그 작업 영역을 계속 확대시켜 나갔다. 76년 이후는 정부소장 고문서 뿐만 아니라 개인이 가지고 있었던 필사본을 필름화했으며, 티벳 문헌까지 포함할 수 있었다. 촬영소를 곳곳에 설치한 사업단은 82년 그 활동 영역을 네팔 전 지역으로 확장시켜 산악지역 등의 티벳어 필사본이나 목판본까지 촬영할 수 있었다.

이러한 장기간의 활동으로 약 18만종의 필사본을 촬영, 500만매의 필름 폴리오를 작성해냈다. 이 가운데 5분의 1이 티벳학의 연구대상이며 나머지는 인도학의 자료가 되었다. 이에 대한 항목 작업만으로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고 있는데, 11만 항목에 이르는 싼스크리트 항목은 87년에 그리고 97년에 티벳문헌의 항목 작업이 계속되고 있다. 함부르크 대학에서 진행하고 있는 1차 문헌목록도 아직 완성되지 않았으며 금년에 공개예정에 있을 뿐이다.

 

이 필름화 과정에서 발견된 수집된 필사본 가운데에는 상당히 오랜 것들도 다량 포함되어 있는데, 가령 베다 문헌으로는 11세기까지 추정할 수 있는 것들을 포함해, 가장 오래된 빨리어 필사본이 포함되어 있다. 또한 9세기경의 뿌라나 문헌도 존재하는데, 이는 네팔어로 씌여진 가장 오래된 사본이었다. 이 외에도 인도에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딴뜨라 문헌들, 단지 파본형태로만 전해지던 철학서들, 희귀한 티벳 불교 경전 등이 포함되어 있다. 이러한 문헌들의 자세한 내용은 목록작업이 공개되어야만 가능할 것으로 보여 궁금증을 더하고 있다.

 

네팔 각지에 산재해있는 필사본들을 필름으로 담는 과정은 일종의 “원정”이라고 표현하는데, 네팔 고산지대에 촬영장비를 갖추고 사원을 찾아야하는가 하면, 때로는 필사본을 야크의 등에 싣고 필름 촬영소로 이동해야한다.(관련기사는 다음을 참조: http://www.beliefnet.com/story/102/story_10258_1.html) 물론 이 과정 속에는 촬영을 위해 주민들의 미신(‘카메라가 아이들을 조산시키거나 사산시킨다’)과 싸우거나 불의의 화재사고(1989년 쿰부의 텡보체 사원), 가을의 혹한 등도 피해야했다.  

 

필사본을 담은 마이크로 필름은 현재 베를린 정부 도서관에서 1질이 영구임대 형식으로 보관되어 있으며, 원본 필름과 또 한부의 복사본이 카투만두의 ‘마이크로 필름 보관소‘에 보관되어 있다.

이 마이크로 필름의 복사본을 네팔의 국립문서보관소나 베를린의 정부도서관에 주문할 수도 있는데, 페이지당 8네팔 루삐와 우송료, 또는 페이지당 1마르크와 우송료를 보내면된다고 한다. 그러나 소문에 의하면, 그 절차가 수월치않다. 애초에 네팔정부와 독일 동양학회 사이의 협약에 의하면, 이 필름의 사용은 독일 동양학회에 제한되어 있으며, 적어도 독일 동양학회 회원에게도 이용이 제한되어 있었다. 이 때문에 인도학자나 불교학자들이 상당한 불만을 표시했었으며, 그 까다로운 절차로 말미암아, 사실 이 프로젝트가 독일인만을 위한 것이 아니냐는 오해를 낳기도 했다.(관련항목 참조: http://www.ucl.ac.uk/~ucgadkw/indology.html.의 “discussion archive”.)

이러한 불만이 사실이 아니더라도, 독일의 학문에 대한 투자와 안목으로 인해 이들은 얼마간의 불교학적 진보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독일은 자본과 기술을, 네팔은 문화보존을 교환했지만, 독일은 불교학의 새로운 교두보를 장악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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