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호 표지

이달의 법문/ 도원 큰스님

집착하지 말고 살자 ☞▷

정각도량/ 이도업 스님

난(蘭)에서 배운다 ☞▷

특집/ 선재들의 발원문

부처님의 영험/박주천☞▷

어머님께서 일깨워 주신 자비심/권종희☞▷

수행의 길/ 이법산 스님

조왕 기도☞▷

고승의 향기 / 정유진 스님

몸으로 보여준 불법 생활☞▷▷

경전의 말씀/ 박인성

우리 기억 속의 지는 꽃☞▷

일주문/ 능원 스님

배경을 보는 눈☞▷

불심의 창/ 강지숙

부처님 뵈러 가게 감기야 물렀거라 ☞▷

세계 문화 유산/ 한용수

중국의 막고굴 ☞▷

인터넷의 세계 불교/ 심재관

네팔-독일 필사본 보존 프로젝트 ☞▷

열린마당/ 윤귀진

삶 속의 불교 ☞▷

詩心佛心/ 이임수

도솔가  ☞▷

부처님 오신날 행사 안내

교계소식 ☞▷

동국동정 ☞▷

 

집착하지 말고 살자
도원 큰스님/ 원로회의 의장

전국 사찰 마다 정초가 되면 산림불사라고 합니다. 산림이 무슨 소리냐? 글자는 뫼 山 수풀 林을 써놓는데, 최아만산(催我慢山)하고 아만산을 꺾어버리고 수공덕림(樹功德林)이라 공덕의 수풀을 세운다는 것이 ‘산림’의 본뜻입니다. 아만산 꺾어버리고 공덕의 수풀을 세우자. 참 좋은 말씀이지요. 이 이상 좋은 게 없습니다. 그러면 이 세상에서 가장 높은 산이 무슨 산입니까? 불교에서는 수미산이 제일 높은 산이라고 말합니다. 그런데 수미산보다 더 높은 산이 아까 말한 아만산입니다. ‘나’라고 하는 집착, 이것을 떼기가 그렇게 어려워요. ‘아’라는 딱지를 떼기가 가장 어렵습니다. 만일 아라는 딱지를 쉽게 뗄 수만 있다면 그야말로 편안하게 잘 살 수 있고 모든 것이 잘 이뤄질 수 있어요. 그런데 이걸 못 떼서 전부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우리 조계종에서 소의경전을 삼고 있는 『금강경』의 주제가 아상 떼자는 이야기입니다.

아에 대한 집착을 못 떼고 보면 인상·중생상·수자상이 달라붙습니다. 탐진치 삼독이 달라붙어요. 또 일곱가지 만이 달라붙습니다. 내가 그 칠만(七慢) 속에 어디에 해당하는지 잘 생각해 보세요. 첫째는 만(慢)입니다. 나보다 못한 사람에게 내가 너보다 낫다는 생각을 갖는 것입니다. 둘째는 과만(過慢)입니다. 같은 위치에 있는데도 내가 너보다 낫다고 생각한다 이겁니다. 셋째는 만과만(慢過慢)이라 그래요. 나보다 더 높은 위치에 있는 사람한데 내가 너보다 좀 낫지 이렇게 생각한단 말입니다. 넷째는 아만(我慢)입니다. 나다 하는 그것 하고, 내 소유다 하는 고집을 말합니다. 다섯째는 증상만(增上慢)이라 해요. 증득하지 못한 것을 증득했다 하고 도를 얻지 못해놓고 얻었다 한다 이 말입니다. 요즘 세상에는 도를 증하지 못하고 도사라 하고 도를 얻지 못해놓고 도를 얻었다 하면서 세상을 현혹하는 사람이 너무나 많아요. 여섯째는 비열만(卑劣慢)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겉으로는 하심하는 척하는데 속으로는 너까짓것이 나보다 나으면 얼마나 더 낫나 요런 자만심이 있어요. 일곱째는 사만(邪慢)이라 합니다. 악을 성취해놓고 그게 최고로 좋다고 확 믿어가지고 옮기지 못하는 것입니다. 아만 하나를 극복 못하고 나면 이렇게 허물이 많습니다. 그러니까 아집을, 아라는 집착을 떼는 것이 우리로서는 급선무라고 할 수 있다.

오늘 아침에 문득 자고 일어나서 좋은 생각이 하나 떠올랐습니다. 극락에 가지 않고도 극락을 수용할 수 있는 방법이 딱 세가지 있습니다. 돈사탐진치(頓捨貪瞋癡)하고, 첫째가 탐진치를 버려야 합니다. 탐진치만 버려버리면 사람으로 더불어 사는 사회에 가장 잘 살 수 있습니다. 상귀불법승(常歸佛法僧)하야, 항상 불법승 삼보에 귀의해요. 돈사탐진치 하는 것은 소극적입니다. 적극적인 행동이 나와야 됩니다. 불법승삼보에 귀의하여 염염보리심(念念菩提心)하면 생각생각에 보리심을 발하면 처처안락국(處處安樂國)이라 어디든지 가도 안락국이다. 안락국이라는 것은 극락이라는 말 아닙니까. 그러니까 돈사탐진치하고 상귀불법승하여 염염보리심하는 이 세가지면 다 됩니다. 쉽게 말할 수 있는데 막상 이것을 실천에 옮겨보려면 간단하지 않습니다. 이것을 좌우명으로 삼아서 “행여 내가 하루 삶 속에 이 탐진치의 노예가 안 되었나?” 이렇게 돌아보시고 또 “내가 오늘 삼보에 귀의했나?” 이것도 한번 생각해 보셔야 합니다. 그 다음에는 “보리심을 생각했나?” 하루를 지내고 난 다음에 오늘 내 삶이 그렇게 못 살았다면 내일은 이런 삶을 살도록 노력해야 되겠다는 것입니다. 이 세가지를 실천하면 극락수용이 되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내가 오늘 개강법회에 여러분에게 선물할 수 있다면 이 네 구절 게송입니다.

『화엄경』 속에 게송이 하나 있는데 늘 내가 좋아해서 마음 속에 가지고 있습니다. 심불망취과거법(心不妄取過去法)하고 마음에는 허망되게 과거법을 취하지 말라. 아무 일없이 앉아있으면 지나간 생각을 자꾸 해요. 좋은 생각이든 나쁜 생각이든지 한다 이 말입니다. 생각한다고 아무 것도 달라질 것 없어. 그래 심불망취과거법하고 마음에 허망하게 과거법을 취하지 말아라 이겁니다. 역불탐착미래사(亦不貪着未來事)라. 미래사에 탐착하지 말라. 아직 안 온 것을 앞으로 댕겨다 놓고 아이고 내일이 되면 이렇게 좀 안되겠나. 공연히 쓸데없는 생각이고 망상입니다. 그러니까 마음에 허망하게 미래사도 탐착 하지 말라. 그러면 과거 생각도 하지말고, 미래 생각도 하지말고, 현재 생각만 하라 말입니까? 현재 생각도 할 필요없어요. 현재는 순간이야. 현재다 싶으면 벌써 이미 과거이고 그 다음에는 미래로 흘러가고 있다. 현재에도 현재라고 탐착할 것이 없다 이 말입니다. 불어현재유소주(不於現在有所住)하야 요달삼세실공적(了達三世悉空寂)이라. 삼세가 공적한 줄 요달해라. 과거 현재 미래가 텅 비어서 아무 것도 없는 것을 요달하고 살아라. 이거 극락 아닙니까? 이것도 극락입니다. 아까 돈사탐진치 하고 상귀불법승하야 염염보리심하라는 그것하고 똑같아요. 그러니 부처님 말씀은 전부가 하나로 통해요. 그렇게 살면 늘 좋은 일이 됩니다.

그래서 우리는 항상 집착을 버려가지고 자유인이 되자 이겁니다. 대자유인이 되자, 요새말로 하면 해탈한 사람이 되자. 우리가 해탈만 되어버리면 그대로 안락이 될 수 있습니다. 해탈이 못 되고 걸림이 많아놓으니까 좋은 데 걸리고 나쁜 데 걸리고 돈에 걸리고 생각에 걸리고 두두물물에 다 걸려가지고 전부 자재가 되지 못해요. 그러니까 대자유인이 되어야 겠습니다.

돈사탐진치하고 상귀불법승하야 염염보리심하면 처처안락국이라 하는 것이 오늘 개강법회에 산승이 여러분에게 드리는 선물입니다. 잘 받아가십시오.

[정리 : 김호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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