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般若龍船 接引圖
- 통도사 극락보전 뱐야용선 접인벽화를 중심으로
정병국/ 인문과학대학 미술학과 강사

 이 땅에 전래된 불교는 한국 고대 정신 및 조형문화에 새롭고 큰 변화를 가져오게 되었다. 즉 예배와 수도 및 승려들의 거주를 위한 사찰 건립은 건축, 조각, 회화, 공예 등 조형미술의 발달을 가져오게 되었고 그것을 중심으로 하여 불교적 정신활동과 조형미술의 집중적 표현을 구현시켜 온 것이다.

이와 같은 불교회화 중에서 현존하는 寺院壁畵(사원벽화)를 통하여 이해하고자 한다.

일찍이 사원의 예배 및 장엄요소로서 그 역할을 해왔던 벽화는 보존상의 문제점들로 인하여 조선 이전의 벽화는 거의 전무한 실정이다. 현재 유존하는 부석사 조사당 벽화와 수덕사 대웅전의 고려시대 벽화 모사도가 일부 전해지고 있음은 그나마 요행스런 일이라 하겠다.

그 후로도 벽화는 사원의 다른 어느 미술품보다도 관심의 대상이 되지 못하였고 따라서 보존 가치는 더 더욱 느끼지 못하였던 것 같다.

초기에 있어서 사원벽화는 禮拜는 물론 敎化 및 장엄적 요소에 이르기까지 사원에서 없어서는 안될 일차적인 요건이었으나 조선시대 이후 지포류의 불교회화가 성행하게 되면서 벽화는 점차 그 지위를 잃어 갔다. 더불어 佛壁畵의 소외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현대에 와서도 그러한 현상은 이어지고 있다고 하겠는데, 유존하고 있는 조선시대의 벽화들이 보호받지 못한채 심하게 박락되어 소멸의 위기에 있는 것이 있는가 하면 개칠을 하여 지워버린 경우가 있어 애석하기 그지없다. 이러한 시점에서 通度寺 極樂寶殿 外壁 般若龍船 接引壁畵圖(통도사 극락보전 외벽 반야용선 접인벽화도)에 대하여 간략하게 소개하고자 한다.

사원의 벽화는 조선시대 이후 목조건물의 열악한 내구성과 더불어 벽화의 보존상태가 어려워지고, 조선후기 이후의 많은 佛事와 더불어 후불탱화가 성행하였으며, 따라서 후불벽화보다는, 걸려지는 탱화가 수없이 많이 등장하게 된다. 한편, 벽화는 장엄화로서 또는 교화용의 그림으로 등장하게 된다.

그 후, 조선후기의 사원건축에는 많은 벽화가 조성되는데 『불·보살도』, 『팔상도』, 『나한도』, 『심우도』, 『반야용선도』등 건물의 중심 역할과 신앙형태 및 그 기능에 따라 내용은 다양하게 전개된다. 通度寺의 極樂寶殿 외벽화인 般若龍船 接引圖도 이에 속하는 한 예라 할 수 있다.

 

般若龍船 接引圖의 成立

 

인간은 누구나 죽음을 맞이할 수밖에 없는 한시적 생명체이기 때문에 死後世界에 대한 불안감과 기대를 동시에 가질 수밖에 없는 것 같다. 佛敎에서의 極樂과 地獄, 즉 善 과 惡의 양극화는 물론 來世의 존재 유무를 떠나 現世에서의 善行(德)과 佛敎에 대한 경애심을 쌓게 하기 위한 방편이기는 하지만, 종교의 속성상 인정할 수밖에 없는 개념인 것이다. 특히, 極樂의 설정은 긍정적 死後世界의 구현이라는 목적으로 실체적인 것으로 강조되어 왔고, 民族, 時代, 宗派에 관계없이 그 신앙 또한 성행하였다고 보여진다.

바로 이 『반야용선 접인도』는 많은 淨土 가운데 대표적이라 할 수 있는 四方極樂世界로의 往生을 회구하는 衆生들에 있어 그 첫 번째 단계인 極樂으로 인도하는 매개체인 “龍船”과 “衆生”만을 주제로 한 그림이다. 그 서방극락정토는 아미타부처님이 법장비구로 수행하던 시절에 그 유명한 48대원을 세워 온갖 괴로움을 없애고 모든 것이 아름답기 그지없는 서방의 극락정토를 건설하셨다고 한다. 그 때 세웠던 서원에 따라 누구나 일념으로 ‘아미타불‘이란 명호만을 불러도 극락에 왕생시켜 괴로움을 물리치고 불도에 정진할 수 있도록 해주시는 대자대비하신 분이다.

그러므로 우리나라에서 아미타불신앙은 예로부터 死後信仰과 관련하여 서민들의 마음 속에 깊이 자리잡아 왔다.

四方淨土로의 왕생을 주제로 하는 도상은 거의 대부분 淨土三部經이라 불리는 『觀無量壽經』, 『無量壽經』, 『阿彌陀經』을 근거로 성립하였으나, 도상과 표현방법은 시기에 따라 달리하고 있는 것 같다.

현존하는 조선 후기『般若龍船 接引圖』는 벽화로써 김해 은하사, 고창 선운사, 양산 통도사에 유존하고 있으며, 지포류로써는 여천 흥국사, 영천 은해사, 양산 통도사에서 찾아볼 수 있다.

 

通度寺 極樂寶殿 外壁 般若龍船接引圖

 

이 한폭의 벽화는 표면과 색의 보존상태가 양호한 편이다. 흙벽화라는 재질의 열악성, 그리고 건물 외벽에 장식하고 있다는 점에서 볼 때 의외로 잘 보존되었다고 할 수 있겠다. 통도사의 다수 벽화들이 그러하겠지만 내·외부의 벽화들은 다양한 내용을 담고 그 상태가 잘 보존되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건물의 연대는 극락보전의 후불탱화가 영조16년(1740年)에 제작되었으므로 지금으로부터 약 260여 년 전에 건립되었다고 추정할 수 있으나, 벽화의 연대는 흙벽체만의 보수가 여러 차례 이루어진 점과 개채된 흔적으로 보아 근세(50∼80년 전)에 제작된 것으로 짐작된다.

일부 손상이 있으나 심한 박락 현상은 없으며 먼지만 제거하면 원래의 모습을 더욱 선명하게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자세히 관찰한 결과 흙벽 위에 회를 바르고 그 위에 아교포수를 한 다음 시채하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般若龍船 接引圖』는 가로가 약 260cm 세로가 230cm로써 극락보전의 뒷면 3칸의 중간칸(어칸) 전면을 활용함으로서 그 규모가 상당히 큰 편이다.

화면 구성은 중앙 위쪽에 가로로 길게 반야용선이 그려져 있고 한 가운데는 帳形의 집을 짓고 있다.

龍船 앞 선두에는 引路王菩薩이 합장을 하고 서 계시고 맨 뒤쪽에는 地藏菩薩이 육환장을 들고 서 계신다. 지장보살님은 육도육회의 현실세계에 몸을 나투어 중생들을 구제하도록 석가모니부처님으로부터 수기 받은 분이라고 한다. 흔히 지옥이 텅 빌 때까지 성불하지 않겠다는 서원으로 알려진 이 보살에게는 따라서 ‘대원본존’이라는 수식어가 붙어 다닌다. 말하자면 중생을 제도하겠다는 맹세가 누구보다도 크고 위대한 분으로, 그 원력의 힘으로 말미암아 자신의 안락은 뒷전으로 돌리고 지옥이든 천상이든 고통받는 중생들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찾아가서 구원하는 분이다. 배 중앙에는 비구, 아낙, 선비, 양반, 노인 등 여러 신분의 사람들이 각기 다른 표정을 짓고 龍船에 몸을 싣고 있다.

극락보전의 후 벽면 전체가 화폭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화면 중·상단에 횡으로 하나의 중인방 목재부와 세로로 간주가 셋이 설치되었으나 그것을 무시하고 전체적으로 한 화면을 구사한 점이 과감한 회화성을 구축하고 있다.

각 모티브를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용의 머리와 꼬리 부분은 실제 龍의 모습으로 실감나게 표현하였고, 사람이 타고 있는 龍船은 중인방 목재부에 그 위치를 줌으로써 실질적인 木船을 연상케 한다. 그것은 작가의 기발한 착상이 아닐까 싶다.

앞 뒤에 큰 돛을 각각 세우고, 전진하는 배의 위상을 나타내고 있다.

배 중앙에는 帳形 지붕으로 건물을 짓고 寶塔의 상륜부와 같은 모양으로 나타난다. 배 안에는 각각 신분을 달리하는 여러 사람들이 極樂往生한다는 기대감에 젖어 있는 모습으로 龍船에 몸을 싣고 있다. 배 아래의 파도는 잔잔하게 보이며 대단히 깊게 느껴진다.

배 아래로는 푸른 파도가 일고 넓은 大海를 실감나게 표현하였다. 화면의 하단부 우측으로 흰 연꽃을 구름위로 솟아 내어 이미 연화장 세계에 이르렀음을 암시하고 있으며, 용의 큰 힘, 푸른 파도, 보살의 원력, 그리고 중생의 정토왕생 발원으로 이어지는 드라마틱한 장면을 펼쳐주고 있다.

화면에 상징적인 구름과 연꽃을 표현하고 그 상단에 푸른 물결 즉, 大海를 중심으로 하여 힘찬 龍船이 찬란하게 極樂으로 정진하는 모습이 비록 단순한 벽화로써 나타나지만 그 주제가 뚜렷하다. 그 의미가 중생들의 진정한 발원이 함축되어 나타낸 것이리라 믿는다.

한편, 오랜 세월과 내구성이 약한 흙벽화라는 점, 수많은 풍파와 악조건의 환경 속에서도 불구하고 그 보존상태가 매우 양호하다. 내용 또한 극락왕생하고자 하는 중생의 주제가 뚜렷하며, 두 돛을 휘게 하여 역동감을 느낄수 있어 극락세계로 나아가는 용선을 표현하려는 화공의 의도가 확실히 나타나는 벽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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