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9호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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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왕(龍王) 기도
이법산 스님/ 서울캠퍼스 정각원장

불교에는 용왕에 관한 이야기가 많다. 석가모니 부처님의 탄생설화에서도 ‘룸비니 공원의 무우수(無憂樹) 아래에서 태어나자 하늘에서 아홉 마리의 용이 물을 뿜어 목욕을 시켰다’고 하며, 또 『법화경(法華經)』에는 ‘팔세 용여(龍女)가 변성성불 하였다’고 하였으며, 용궁에 감춰져 있던 『화엄경(華嚴經)』을 용수(龍樹)보살이 찾아왔다는 얘기도 있다.

 용왕(龍王)은 물의 신(神)이며, 용은 물을 상징하는 상상의 동물이다. 그러므로 용을 섬김은 곧 물을 소중히 한다는 뜻이다. 물은 흙·불·바람과 함께 만물이 구성되는 네 가지 요소 중의 하나다. 만약, 이 세상에 물이 없다면 살아남을 생명이 있을까? 살아남기는커녕 태어날 수도 없을 것이다. 물은 만물의 생명이요, 모든 생명 역시 물이 없이는 도저히 살 수가 없는 가장 귀중한 것이므로 물을 아끼고 사랑해야 한다.

용왕기도는 곧 물을 존경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물은 만물의 가장 주요한 구성요소이기 때문에 존경받아야 함은 당연하지만, 인간들은 그동안 물의 고마움은커녕 물을 마구 더럽히고 있다.

불교는 본래 무신론(無神論)인데, 겉으로만 보면 마치 온갖 신을 섬기는 범신론(汎神論)처럼 보인다. 불교는 모든 생명과 자연을 아끼고 사랑하기 때문에 자비의 종교요, 생명의 종교다. 이런 의미에서 산신(山神)·칠성(七星)·용왕(龍王)기도는 자연 숭배사상으로 예부터 전래되어 오는 민간신앙을 포용하면서 기도로서 도달할 수 있는 지극한 마음, 청정한 자성의 근본을 깨달아 몸과 마음이 자연과 더불어 함에 자유로워지는 평등·해탈의 상태를 증득하게 하려는 것이다.

용왕청(龍王請)의 거목(擧目), 즉 귀의대상의 명칭은 「나무삼주호법위타천신(南無三洲護法韋馱天神)」을 위주로 해서 왼쪽에 「사가라용왕(沙伽羅龍王)」과 오른쪽에 「화수기용왕(和修吉龍王)」을 보처(補處)로 하여 탱화나 위목(位目)으로 모셔진다. 불교에 등장하는 모든 천신(天神)·지신(地神)·수신(水神)·화신(火神) 등의 신은 모두가 불법(佛法)을 보호하는 호법신으로, 즉 깨달음으로 가는 길의 보호자 역할로 등단하게 된다.

즉, 깨달아 부처가 되는 것은 기도하는 당사자이며, 기도의 공덕을 성취하는 자도 기도하는 본인이다. 그러므로 어떤 대상에게 기도하든 그 지극한 마음의 편안함과 밝음은 기도자 본인의 몫이기에 모셔진 대상은 하나의 방편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므로 호법신(護法神)은 수행의 안내자요 동반자이므로 존경하고 감사해야 한다.

용왕청(龍王請)의 유치(由致)에 불교적 용왕의 모습이 담겨 있다.

 

“간절히 바라옵니다. 영산회상에서 중생제도의 서원을 세우고 지극한 마음으로 대중을 공경하고 목숨을 다하여 성인에게 예배하고 금전(金殿; 부처님을 모신 법당) 밖에서 수도승으로 변신하고 석굴 속에서 부처님을 청하고 신령스러움을 받들며, 상제(上帝)의 명을 받아 큰 허공계에 구름을 펴고 자비로 생명을 거두어 살피시며, 사해(四海)의 세계에 비를 내리시니 변화가 자재하고 신통이 무애하십니다.

금월 금일에 단을 개설하고 향을 사루고 공양 올리며 예배드리며 청하오니 재(齋)에 왕림하시어 비록 작은 정성이지만 간절한 정성을 기특히 여기시고 감응하여 주시옵소서.”

 

여기서 보면 용왕은 인도 영취산의 석가모니 부처님 회상에서 부처님의 법을 보호하고, 중생을 교화할 원을 세우고, 수도하는 스님의 모습으로 변화하여 나타나기도 하고, 동굴에서 부처님을 모시고 수행하기도 하며, 상제(上帝), 즉 자연의 의지를 받들어 구름을 일으키고 비를 내려 온갖 생명을 두루 살펴 윤택하게 함에 자유자재로 걸림이 없다는 뜻이다.

용은 상서러운 상상의 동물로서 용이 여의주(如意珠)를 얻으면 하늘로 올라 갈 수 있고, 용이 여의주를 물고 하늘에 오르면 신통변화가 자재로워 능히 하지 못하는 일이 없으므로 꿈에 용만 보아도 만사가 형통하여 안 되는 일이 없이 무슨 일이나 모두 성취할 수 있다고 한다.

용왕기도는 우물가나 바다에서 하며 산중이나 도시에서는 그다지 흔히 시행되지는 않지만 농촌이나 어촌에서는 물이 없으면 농사를 지을 수 없고, 바다가 아니면 생명을 유지할 수 없기 때문에 용왕기도를 대단히 중요시하고 있다. 그러므로 정초 기도를 회향하고 나서 방생을 할 때는 반드시 용왕기도를 하게 된다.

용왕청(龍王請)에서 용왕의 공덕을 찬양하는 가영(歌詠)의 게송이 있다.

 

“사대주에 비 내리고 구름 펼쳐

        施雨行雲四大洲

        오화의 꽃 피워 천만 목숨을 구하네.        

        五花秀出救千頭

        중생을 제도하는 한 생각 무념으로 돌아가  

        度生一念歸無念

        백 가지 곡식으로 바다 같은 중생 거두네.”

        百穀以利海衆收

 

용왕기도는 이와 같이 온 세상에 비를 내리고 구름을 펼쳐 꽃을 피우고 오곡백화로 중생을 이익 되게 하고 중생을 제도하지만, 언제나 무심무념(無心無念)으로 차별 없이 바다 물 같이 많은 중생을 보살펴 주신 은혜에 감사하다는 뜻에서 지극한 정성으로 공양 올리고 기도하는 것이다.

물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이 용왕기도를 하는 원력이다. 나의 생명이 태어나고 살아가는 자연의 신성한 상징물을 용왕으로 볼 때 용왕기도는 곧 나와 모든 생명의 원천을 사랑하며 지킬 것을 깊이 서원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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