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9호 표지

이달의 법문/ 고산 큰스님

마음의 주인이 되자 ☞▷

정각도량/ 이도업스님

돈으로 살 수 없는 것 ☞▷

詩心佛心/ 이임수

風謠(바람결 노래)☞▷

수행의 길/ 이법산 스님

용왕(龍王) 기도☞▷▷

고승의 향기/ 정유진 스님

우두법융의 철저한 삶☞▷

경전의 말씀/ 장계환 스님

자신의 마음을 경계하라 ☞▷

인터넷 세계의 불교/ 조환기

참여 불교 ☞▷

일주문/ 지호스님

소중한 자신의 삶 ☞▷

불심의 창/ 이강식

내 서원은 문화포교사 ☞▷

정각논단/ 정병국

般若龍船 接引圖 ☞▷

세계 문화유산/ 김미숙

스리랑카의 담불라 석굴 ☞▷

열린마당

나와 붓다, 그리고 예수/ 강상우 ☞▷
중도와 양자의 역할/ 권혁주 ☞▷

신간안내/ 편집부

멋지게 살고 멋지게 가는길  ☞▷

교계소식 ☞▷

동국동정 ☞▷




내 서원은 문화포교사
이강식
/ 문화예술대학원 재학

 매섭게 몰아치던 겨울 찬바람도 봄의 기운에 한풀 꺾였는지 포근하기만 하다. 매년 찾아오는 계절이지만 31번째 맞이하는 2002년의 봄은 내 인생에 전환점을 가져다 주는 시기라 참으로 특별한 느낌을 준다. 개인적인 일들에 대한 어떤 기대감도 있고, 초조함도 있음에 그러한 것일 것이다.

불교와 인연을 맺게 된 것은 1991년 동국대학교 불교학과에 입학하면서부터 였는데 벌써 10년이 훌쩍 지나버렸다. 그 동안 어떻게 행동하며 살았는지 스스로에게 의문이 생긴다. 부처님의 교학을 배운 사람으로서, 불제자로서의 나의 모습은 어떠한가. 고개를 들지 못할 만큼 부끄러움과 수치심에 휩싸인다. 매번 그럴 때마다 참회를 거듭하긴 하지만 내 업장이 너무 두터워서인지 다시금 업을 짓게 되는 듯 하다.

고등학교 3학년 때 멋모르고 불교를 공부해 보겠다고 무작정 불교학과에 지원했었는데 내게 불교학은 그리 쉬운 학문이 아니었다. 어느 교수님께서 강의시간에 “불교는 수행과 학문이 병행되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그만큼 어려운 학문이라는 것이다.

지레 겁을 먹어서인지 능력이 모자라서 그런지 불교학을 전공하면서도 교리에 심취하기보다는 석탑이나 폐사지, 불상, 왕릉 등 문화유적지나 성보 문화재를 찾아 다니는 것에 더 열중했었다. 물론 학교가 경주에 위치해 있으니 자연스레 더 가까워진 탓도 있을 것이다. 그 가운데에는 경주 남산이 있었다.

남산은 불교문화재의 寶庫이다. 남산의 여기 저기를 답사 다니며 우리 불교문화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다. 그런 나의 가슴에 불교문화재의 연구와 포교를 향한 불을 지핀 곳은 우리나라 최고의 목조건물인 극락전과 여러 보물들이 운집해 있는 안동의 봉정사이다. 매일 매일 국보나 보물로 지정된 건물들을 살펴보면서 결심을 하게 되었다.

내가 현생에서 해야할 일은 불교문화재를 체계적으로 공부해서 문화의 세기인 21세기에 불교 포교의 초석이 되어야겠다는 것이다. 이 곳에서 대학선배인 한 스님의 권유로 대학원에 진학하게 되었다.

2년 동안 서울을 통학하면서 대학원을 수료하고 밀양에 있는 표충사 성보박물관에서 학예연구원으로 몇 달 근무를 하면서 문화재를 조사하고 관리하였다. 그 곳에서 사명대사의 행장을 다시 정리하고 연구하면서 사명대사의 저서인『사명집』을 읽었는데 나는 또 한 번 사명감을 느끼게 되었다.

표충사를 이름할 때 앞에 붙어 다니는 수식어가 있다.

“사명대사 호국성지 표충사”

임진왜란 당시 서산대사, 기허대사와 더불어 왜적을 물리치고 국가를 수호한 구국의 혼 사명대사. 폐허가 되다시피 한 오대산 월정사를 일으켜 세우려 5년 간 손수 모연문을 들고 탁발을 다니신 행장을 읽으며 가슴속에서 한 줄기 빛을 머금는다.

그 당시의 사명대사께서 온 몸을 아끼지 않으시고 나라와 불교를 구하셨듯이 그 분의 거룩한 뜻을 받들어 한국불교와 불교문화의 발전에 미력한 힘이나마 보태고자 다짐한다.

내가 어느 곳 어떤 위치에 있든 그것은 별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내가 공부하고 느낀 것을 세상 속에서 세상 사람들과 더불어 공유할 수 있는 그것이 부처님의 가르침을 배운 사람으로서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부처님 말씀 중에 내가 가장 좋아하는 글은 ‘마음 다스리는 글’인데 그 중에 늘 머리와 마음속에 담아 두고 있는 구절이 있다.

 

“내가 유리하다고 교만하지 말고, 불리하다고 비굴하지 말라.”

 

현재 유리한 상황에 처해 있든 불리한 상황에 처해 있든 개의치 말고 평상심으로 세상을 살아가라는 이 말씀을 다시금 생각하면서 천천히 현생에서의 나의 서원인 문화포교사로의 길을 걸어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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