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 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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風謠(바람결 노래) 이임수
/ 인문과학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來如來如來如 오다
오다 오다
來如哀反多羅 오다
셔럽다라
哀反多矣徒良
셔럽다 의내여
功德修叱如良來如 공덕
닷 라 오다
<향찰원문>
<양주동박사 해독>
향가문학은
지금으로부터 일 천년 전 신라시대의 불교문학이다.
우리말을 표기하는 훈민정음(한글)이 창제되기
이전이지만 한문의 음(소리)과 훈(뜻)을
빌어 우리말을 표기한 귀중한 우리의 문화유산이요
불교문학의 한 부분이다. 10세기 이전의
자국문학이 자국의 언어로 표기된 경우는
세계의 문학유산에서 그리 흔치 않기에,
비록 이십여 편밖에 작품이 남아 전하지
않지만 그 문화적 가치는 높다. 이들 향가는
대부분 불교정신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데
그 중 불심이 짙은 몇 편을 이번 호부터
감상해 보도록 하자.
<풍요>는
지금 동국대학교 경주캠퍼스가 자리한
석장동 서쪽, 옥녀봉 산자락에 자리했던
錫杖寺의 良志스님이 지은 작품이다. 양지스님은
선덕왕 때의 승려인데 신통력이 있어 절에
있으면서 석장 끝에 자루를 매달아 마을로
보내면 지팡이가 혼자 흔들리고, 시주포대가
가득 차면 저절로 절로 돌아왔다고 한다.
또한 스님은 기예에 소질이 뛰어나 많은
불상을 만들고 현판을 썼다고 하는데 10여
년 전 석장사 발굴당시 나온 불상이 새겨진
전탑 등이 경주캠퍼스 박물관에 지금 보관되어
있기도 하다.
이
노래는 영묘사의 장육존상을 소조할 때
온 성의 남녀들이 흙을 운반하며 불렀다고
하여 운니요(運泥謠)라고도 하고, 후에
방아노래가 되었다고 삼국유사에 기록되어
있는데 오늘날 학자들의 견해는 다양하다.
표면 그대로 흙을 운반하며 현세의 고통을
너머 공덕을 닦아 깨달음을 얻으려는 구도적
모습이나 이 생의 무상함을 깨닫고 공덕을
닦아 다음 생을 기약하려는 아미타사상의
노래로 보기도 하며, 사회적으로 불상
조성에 동원된 민중들의 고통을 노래했다고
보는 상반된 견해도 있다. 근자엔 향찰문을
붙여 불교적 回文으로 보기도 하는데 그럴
경우 ‘來如’를 거꾸로 읽어 ‘如來’가
되니 재미있는 착상이기도 하다.
삼국유사의
기록이 아니라면, 우리말 리듬으로는 삼행시로
읽음이 더 자연스럽기도 하다. ‘온다온다
온다온다 / 서럽더라 서럽다 우리들이여
/ 공덕 닦으러 온다.’ 이 땅의 삶은 언제나
서럽고 부질없는 거품 같은 것인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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