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9호 표지

이달의 법문/ 고산 큰스님

마음의 주인이 되자 ☞▷

정각도량/ 이도업스님

돈으로 살 수 없는 것 ☞▷

詩心佛心/ 이임수

風謠(바람결 노래)☞▷

수행의 길/ 이법산 스님

용왕(龍王) 기도☞▷▷

고승의 향기/ 정유진 스님

우두법융의 철저한 삶☞▷

경전의 말씀/ 장계환 스님

자신의 마음을 경계하라 ☞▷

인터넷 세계의 불교/ 조환기

참여 불교 ☞▷

일주문/ 지호스님

소중한 자신의 삶 ☞▷

불심의 창/ 이강식

내 서원은 문화포교사 ☞▷

정각논단/ 정병국

般若龍船 接引圖 ☞▷

세계 문화유산/ 김미숙

스리랑카의 담불라 석굴 ☞▷

열린마당

나와 붓다, 그리고 예수/ 강상우 ☞▷
중도와 양자의 역할/ 권혁주 ☞▷

신간안내/ 편집부

멋지게 살고 멋지게 가는길  ☞▷

교계소식 ☞▷

동국동정 ☞▷




소중한 자신의 삶
지호 스님
/ 불교문화대학 강사

 바쁜 일상 속에서 우리는 무엇을 위해, 어디를 향해 가는 것일까? 이처럼 때로는 자신이 가는 방향도 모르면서 “삶”이란 이름아래 너무 숨가쁘게 살아가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어쩌면 우리는 너무 겉치레에 치중하여 소중한 삶을 낭비하면서 살아가는지 모른다. 그래서 불확실한 인생여정을 가늠해 보고 삶의 이편과 저편을 통째로 느끼고 무욕의 가슴으로 살도록 인도해 줄 것 같은 그런 곳을 향해 한 번쯤은 여행을 떠나봄도 좋을 것이다.

그러한 여행 속에서 ‘나는 누구인가?’, ‘무엇을 찾고자 하는 것일까?’, ‘누구를 만나기 위함인가?’, ‘이러한 나는 결국 어떤 존재인가?’ 와 같은 질문을 하나쯤 던져볼 지도 모른다.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더라도 ‘나는 인생이란 바다 위를 표류하며 그 무엇인가를 찾아서 헤매는 것일까?’ 라는 문제를 깊이 사유하며 인생의 길을 걸어 가야할 것이다.

우리는 나를 가두어 버리는 어리석음을 부수고, 걸러내며 살아가야 할 것인데 치장하고 또 스스로를 괴롭히고 만다. 결국은 끝내 가야할 길은 낙엽처럼 쓰러짐이 남아 있을 뿐인 人生인데, 해서 『금강경』에 있는 이런 부처님 말씀이 이해에 도움이 될 것 같다.

 

“생의 모든 현상은 꿈과 같고, 환상 같고, 물거품 같고, 그림자 같고, 반짝이는 이슬 같고, 번갯불 같으니, 그대는 마땅히 이와 같이 사유해야 하리라.”

 

우리는 그저 늘 맑음만을 생성해야하고, 어리석음을 다 놓아버리는 진정한 거듭남을 생각해야 한다. 조용하고 차분함이 배어 나오는 향기 있는 사람이 되면 좋을 것이다. 또 맑고 정갈한 정신의 소유자가 되면 더 더욱 좋으리라. 빈곤과 찌든 삶이 널려있고 힘들더라도 그 속에 꾸밀 줄 모르는 천진함을 잃지 않는다면, 우리들은 또 내일을 위해 웃을 수 있지 않겠는가?

물질의 위력에 눌려 사는 오늘의 모습들은 우리를 힘들게 할 뿐이다. 눈앞에 보이며 마주하는 삶의 다양한 표정들을 보면서 내 자신의 모습을 비추어 보아야 한다. 『법구비유경』 「쌍요품」에 이런 말이 있다.

 

본래는 깨끗하지만, 모두 인연을 따라 죄와 복을 일으키는 것이다. 현명한 이를 가까이하면 도의 뜻이 높아지고 우매한 이를 벗하면 재앙이 오는 것이다.

 

“나쁜 사람이 남을 물들이는 것은

 냄새나는 물건을 가까이하는 것처럼

 조금씩 미혹해 허물을 익히다가

 저도 모르게 악한 사람이 된다.

 어진 사람이 남을 물들이는 것은

 향을 가까이 하면 향내가 배는 것처럼

 지혜를 닦고 선을 익혀 행하면

 향기롭고 청정하게 된다.”

 

우리 인간은 실은 참으로 신기한 존재들이다. 먹고, 자고, 생각하고, 움직이고, 그러면서 喜怒哀樂을 부여 앉고 살다가 生老病死 속에 쓰러져간다. 하지만 이 숨결이 정지하면 그저 한낱 불어서 지나가 버리는 바람결에 불과하다. 『아함경』 속에 이러한 글이 있다.

 

죽음의 사신이 찾아올지/

아무생각도 없고 귀기울이지 않는 자는

누구나 남루한 육체에 머물며/

오래도록 고통 속에서 살아가리라.

그러나 모든 성자와 현자들은/

죽음의 사신이 언제 찾아올지 알고 있기에

결코 무분별하게 행동하지 않으며/

고귀한 가르침에 귀기울인다.

그들은 집착이 곧/

生과 死의 모든 근원임을 알고

스스로 집착에서 벗어나/

생과 사를 초월한다.

이 모든 덧없는 구경거리로부터 벗어나/

그들은 다만 평화롭고 행복하리라.

죄와 두려움은 사라지고/

그들은 마침내 모든 불행을 초월하리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자신 안에는 쉬이 떨쳐버리지 못하는 서성임과 헤맴, 또 눈물겨운 서늘함과 같은 마음이 존재한다. 결국 어디에서나 우리 모두는 하루 하루를 괴로워하고 허덕이면서 접는 타인일 수밖에 없는 개인이며, 그저 제나름의 걸음이 남긴 자취에 의해서 삶의 모습들이 조금씩 차이날 뿐이다.

하지만 그로 인해 지나친 허무나 피곤, 괴로움 속에 자신을 이끌어 가서도 안 될 것이다. 과거로 인해서 오늘이 있고, 오늘로 인해서 내일이 있음을 생각하고 되돌아보며, 작은 일에서부터 자각하는 삶이 되도록 살펴보며 오늘을 잘 가꾸도록 하자. 그렇게 된다면 완전히 깨어있는 의식으로 산다는 것이 스스로의 주인이 되는 것이며, 지혜로운 삶을 사는 것임을 알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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