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호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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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의 비밀
윤석성 / 인문과학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나는 당신의 옷을 다 지어 놓았습니다

심의도 짓고 도포도 짓고 자리옷도 지었습니다

짓지 아니한 것은 작은 주머니에 수놓는 것뿐입니다

그 주머니는 나의 손때가 많이 묻었습니다

짓다가 놓아두고 짓다가 놓아두고 한 까닭입니다

다른 사람들은 나의 바느질 솜씨가 없는 줄로 알지마는

그러한 비밀은 나밖에는 아는 사람이 없습니다

나는 마음이 아프고 쓰린 때에 주머니에 수를 놓으려면 나의 마음은 수놓는 금실을

따라서 바늘구멍으로 들어가고 주머니 속에서 맑은 노래가 나와서 나의 마음이 됩니다

그러고 아직 이 세상에는 그 주머니에 널만한 무슨 보물이 없습니다

이 작은 주머니는 짓기 싫어서 짓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짓고 싶어서 다 짓지 않는 것입니다

 

「비밀]의 유식학적 수행태도를 행동화한 경이로운 작품이 「수의 비밀]이다. 이 시는 수행과 생활과 시가 하나된 모습을 보여준다. ‘나’는 ‘당신’을 위해 심의와 도포 자리옷을 짓고, 마지막으로 수주머니를 만들려고 한다. 그러나 수주머니는 썩 완성되지 않고 있다. ‘나’는 바느질 솜씨도 좋고 부지런히 노력도 하지만 여전히 수는 완성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비밀을 아는 자는 ‘나’ 밖에는 없다. 이 무슨 말인가.

내가 심의나 도포, 자리옷, 주머니를 지었다는 것은 전5식과 의식세계까지는 파악했다는 뜻으로 본다. 그러나 주머니에 수놓기가 완성되지 못했다는 것은 심층의식인 말나식과 알라야식의 세계는 밝히지 못했다는 뜻이 될 것이다. ‘나’는 꾸준히 수놓기를 하고 있고, 그 결과로 ‘주머니 속에서 맑은 노래가 나와서 나의 마음’이 되는 기쁨을 누리기도 하지만, 여전히 수놓기는 완성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수주머니가 완성되지 못했으므로 ‘나’는 그 주머니에 넣을 만한 ‘보물’이 없다. 여기서 ‘보물’이란 무엇일까. 무변광대한 알라야식의 세계를 밝히는 날 ‘나’의 수주머니는 완성되고, 거기에 참 ‘나’라는 보물이 자연스레 담기는 것이 아닐까.

그러나 ‘나’는 그러한 단계에 이르지 못했으므로 여전히 수놓기를 계속한다. 이런 내밀한 사정을 이 시는 한없이 친근하고 쉬운 우리말로 전달해 감동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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