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의 불교 지율 스님의 단식 이은덕/ 불교대학 강사
간혹 뉴스를 통해서 고속철도의 천성산 터널 문제를 들었다. 그 소식의 연장에 지율(知律) 스님의 단식이 있었고, 도롱뇽 소송이라는 희한한 소송이 벌어졌었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 이런 사실들에 눈길을 주기는 했다. 그러나 이 사건 또한 그간 무수히 겪었던 공공의 이익과 개인의 이익의 충돌로 야기된 분쟁의 하나로만 보았다. 이왕에 달리기로 한 고속철도면 더 빠르게 출발지와 도착지를 오갔으면 했던 게 솔직한 마음이었을 것이다. 방송과 신문이 연일 초인적인 지율 스님의 단식 날짜를 꼽기 전까지는 분명히 이랬다.
지율 스님은 통도사 말사로 천성산 제2봉 기슭에 있는 비구니 선방 사찰 내원사에서 수행하고 있다. 내원사가 있는 천성산은 세계적 희귀 고층습지라는 화엄늪이 있는 곳이다. 환경부, 문화부, 양산시 등은 현재 이 일대를 문화재 보호구역, 전통사찰 보존지역, 자연환경 보전지역, 생태계 보존지역, 습지 보존지역, 상수원 보호구역, 야생조수 보호구역, 보안림, 도립공원, 개발 제한구역으로 지정해 놓고 있다.
내원사에서 지율 스님의 직책은 산감이다. 산감은 한국 불교의 독특한 전통으로 사찰을 둘러싸고 있는 산 속의 뭇 생명을 관리하고 보전하는 역할을 한다. 지난 2000년에 양산시는 천성산 고층습지 관광을 수월케 하기 위해 길을 뚫고, 주차장을 만들고, 산정상과 연결되는 케이블카를 놓으려 했었다. 그 때 지율 스님은 내원사 스님들과 양산 시민과 함께 반대를 하여 양산시로 하여금 그 시도를 포기하게 했다. 이때부터 스님은 ‘도롱뇽의 친구’, ‘천성산 지킴이’로 불리기 시작했다.
지율 스님의 단식이 세인들의 관심을 끌게 되면서 지율 스님에 대한 다양한 비난들이 쏟아져 나왔다. 스님의 행동에 대한 진정성에 대한 의심으로부터 시작해서 단식에 대한 의혹과 공사 중단에 따른 막대한 손실이 따르게 됐다는 비난이 주된 내용이다.
많은 사람들이 스님의 주장이 자신이 살고 있는 절 밑으로 터널을 뚫는 것을 반대하는 불교계의 이기주의에 불과하다거나, 스님의 사욕을 위해 천성산과 도롱뇽을 이용한다고 비난을 했다. 실제로 지율 스님은 일부 사람들에게 주지 자리를 노리고 그러한 행동을 한다는 말을 듣기도 했다고 한다.
이러한 비난은 “스님이 자신의 입으로 ‘수행환경 파괴’라는 말을 한번도 꺼낸 적이 없고, 절이 없으면 길바닥에 주저앉아 수행하면 된다”는 스님의 말을 흘려 들은 사람들의 괜한 소리이다. 거기에 스님이 거리에서 3천 배 정진에 들어가기도 했고, 부산역에서 천성산 화엄벌까지 50㎞ 구간에서 3보1배를 하기도 했으며, 2003년 2월 5일부터 38일 간, 같은 해 10월 5일부터 45일 간, 지난해 6월 30일부터 58일 간, 같은 해 10월 27일부터 100일간 모두 네 차례 단식을 벌였다는 사실을 안다면, 스님의 행위를 그렇게 쉽게 개인의 사욕 때문이라고 비난하기는 쉽지 않다.
지율 스님에 대한 또 다른 비난은 스님의 초인적인 단식 기간에 대한 논란이다. 이러한 논란의 근저에는 인간은 완전단식을 할 경우에 며칠 못 살 거라는 생각이 있다. 설사 물과 소금만을 섭취하는 단식을 하더라도 100일 버틴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이러한 전제 때문에 언론에서 보도한 것과 같은 단식을 실제로 했는가를 의심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러한 의심에 대해 인라인 언론인 <데일리 서프라이즈>에 김동렬 씨가 물과 소금만을 섭취하는 단식을 했을 경우에 사람에 따라 실제로 100일 단식이 가능하다는 주장을 사례로 통해 설명하는 글이 있다. 그 글에서 김동렬 씨는 지율스님이 100일을 단식할 수 있었던 이유로 여러 번 예비 단식을 해서 몸이 이미 충분히 적응되어 있었기 때문이고, 정신력의 힘으로 버틴 것이며, 여성이라는 점이 작용했을 수도 있음을 들고 있다. 덧붙여 자신은 지율 스님의 단식을 전혀 의심하지 않으며 그것을 의심하는 사람은 기본적으로 교양과 상식이 부족한 사람으로 본다고 하면서 글을 맺는다.
지율 스님의 단식을 바라보는 또 다른 비난은 스님이 자신의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해 단식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사용한 것이 옳은가 하는 것이다. 이러한 비난은 지율 스님이 요구한 환경영향평가가 합리적인 대화를 통해 타협과 조정이 가능함을 전제로 하고 있다. 그러나 천성산 관통 노선 문제를 놓고 정부와 지율 스님 사이에 있었던 과정을 살펴보면 스님이 왜 단식이란 극단적인 방법을 통해 자신의 주장을 펼 수밖에 없었는가를 알 수 있다. 다음은 <현대불교>에 실린 ‘지율 스님 단식 주요 일지’ 중 기사는 제외하고 날짜별 요목만 추린 것이다.
2002. 12. 노무현 대통령 후보, 금정산 천성산 구간 노선백지화 및 재검토 공약
2003. 2. 5. 공약이행 촉구 부산시청 앞 1차 단식 돌입(38일간 진행)
2003. 9. 정부 천성산 관통 노선 확정
2003. 10. 5. 부산시청 앞 2차 단식 돌입(45일간 진행)
2004. 6. 30. 청와대 앞 3차 단식 돌입(58일간 진행)
2004. 8. 27. 정부 천성산 공사 중단 및 환경영향 재조사 약속, 지율 스님 단식 해제
2004. 10. 27. 환경부 환경영향공동조사 약속 번복에 4차 단식 진행, 2005년 1월 28일 현재 94일째
위와 같은 일련의 과정으로도 알 수 있듯이, 정부는 단 한번도 성의 있는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 결국 지율 스님은 단식을 선택한 것이 아니라 단식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내몰렸다고 봐야할 것이다. 지율 스님의 주장은 간단하다. 제대로 된 환경영향평가를 하자는 것이다. <한겨레>는 스님의 단식이 단지 천성산 도롱뇽만을 살리기 위한 투쟁이 아니라 개발을 위한 경쟁적 생태계 파괴로 공멸의 위기에 처한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를 살리기 위해 ‘현대 자살문명’에 보내는 경고의 메시지라 해석했다.
마지막으로 지율 스님의 행동에 대한 가장 큰 비난은 스님으로 인해 대형 국책사업이 차질을 빚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 결과 그에 따른 손실이 엄청나고 결국 국민세금의 혈세를 낭비하게 됐다는 것이다. 사실 지율 스님 주장과 단식에 대한 모든 비난과 의심의 눈초리는 여기서 출발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비난에 대해 <경향신문>은 ‘연 2조원 손실의 허구’라는 기사에서 손실액의 산출 근거가 고속철도가 늑장 개통되었을 때 발생하는 제반 사회 경제적 손실을 환산한 것임을 밝히고 있다. 거기에 덧붙여 생명을 위해 일찍 공사를 중단해서 빼어난 자연경관을 그대로 간직하고, 그 안에서 사람들은 활력을 얻고, 동식물을 뛰놀게 함은 왜 돈으로 환산하지 않는 것인가 반문하고 있다.
이상의 내용이 지율 스님의 단식을 둘러싸고 벌어졌던 논란의 대강이다. 지율 스님이 천성산을 빌어 뭇 생명을 보자 했지만 많은 사람들은 지율 스님만 봤다. 환경을 보존하는 것은 버릴 수 없는 가치며 터널을 뚫었을 때 생기는 경제적 효과 또한 중요하다. 환경을 보존해야 하는 것도 이 땅에 깃들어 사는 인간을 위한 일이고 개발해야 한다는 것도 이 땅의 인간을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지율 스님은 “천성산 관통 노선 문제는 환경이 우선이냐, 개발이 우선이냐는 논란 이전에 생명을 지키는 문제”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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