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의 전생 이야기
최상의 무기를 가진 왕자
안양규/ 불교문화대 불교학과 교수

 

 부처님께서 제타바나 사원에 머물고 있을 때, 정근(精勤)을 멈춘 비구와 관련하여 이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한 비구가 부지런히 수행하는 것을 포기했다는 것을 부처님은 아시고 그 비구를 불러 물었다. “그대는 정말 수행하는 것을 포기했는가?” “예, 그렇습니다.” “아주 먼 옛날, 현명하고 선량한 이가 역경의 시기에 오로지 인내함으로써 왕관을 차지하였다” 부처님은 계속하여 다음의 전생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아주 먼 과거에 브라흐마닷타가 바라나시를 통치하고 있을 때, 보살은 왕자로 태어났다. 왕자의 이름을 짓는 날, 왕과 왕비는 팔백 명의 브라흐민들을 초청하여 성대하게 대접했다. 성찬식 후 왕과 왕비는 브라흐민들에게 자신의 아들인 왕자의 운명이 어떠할 것인지를 물었다. 왕자에게 영광의 운명이 약속되어 있는 것을 알고서 브라흐민들은 왕자가 성장하여 모든 덕을 갖춘 위대한 왕이 될 것이라고 예언했다. “다섯 가지 무기로 명예를 드높이고, 전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왕이 될 것입니다.” 브라흐민들의 예언에 근거하여 왕과 왕비는 왕자의 이름을 ‘다섯 가지 무기를 가진 왕자’라고 지었다.

왕자가 16세가 되었을 때, 부왕은 그에게 수많은 금은전을 주며 간다라(Gandhara)의 탓카실라(Takkasila)에서 훌륭한 스승의 지도 하에 공부하도록 유학을 보냈다. 왕자는 거기서 수년간 공부에 전념하였다. 모든 공부를 마치자 스승은 왕자에게 5종의 무기를 주었다. 왕자는 그의 스승에게 예를 올리고 바라나시를 향해 출발했다. 가는 도중 왕자는 깊은 정글을 지나게 되었다. 사람들은 그 정글 속으로 가지 말라고 경고하였다. “저 정글 속에 무시무시한 악귀가 살고 있는데, 정글에 들어오는 사람을 모두 죽입니다. 그러니 들어가지 마세요.”

왕자는 자신의 힘을 믿고 용감하게 정글 속으로 들어갔다. 키는 커다란 나무처럼 크고, 눈은 부리부리하고, 입 주둥이는 뾰족한 악귀가 왕자 앞에 나타나 겁을 주며 말했다. “그대는 어디로 가느냐? 멈추어라. 너는 나의 밥이다.” 왕자는 침착하게 대답했다. “악귀여! 나를 겁주려고 시도하지 마라. 나에게 다가오지 마라. 그렇지 아니하면 너를 독화살로 죽이겠다.” 용감하게 왕자는 독화살을 꺼내 활로 악귀에게 쏘았다. 그렇지만 화살은 악귀의 털에만 닿을 뿐이었다. 왕자는 다시 화살을 쏘아보았지만 악귀의 털에만 떨어질 뿐이었다. 50개의 화살을 모두 쏘았지만 그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악귀가 몸을 흔들자 털에 꽂혀 있던 화살이 모두 땅에 떨어졌다. 악귀가 괴성을 지르며 왕자에게 돌진해 왔다. 왕자는 칼을 꺼내들고 악귀를 공격했다. 화살과 마찬가지로 칼도 악귀의 털에 박히고 말았다. 왕자는 이번에는 창을 들고 공격했지만 이것 또한 악귀의 털 앞에서 무기력하게 되었다. 이번에는 왕자는 봉으로 악귀를 때렸지만 역시 무용지물이 되었다.

그렇지만 왕자는 동요하지 않고 침착하게 말했다. “악귀여! 그대는 나에 관해 아무것도 모른다. 나는 ‘다섯 가지 무기를 가진 왕자’이다. 내가 이 정글에 들어올 때 5가지 무기 즉 활·화살·검·창·봉을 믿은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을 믿었다. 나의 주먹으로 너를 산산조각 내겠다.” 왕자는 오른손 주먹으로 악귀를 때렸지만 오른손이 악귀의 털 속에 박히고 말았다. 왼손 주먹을 날렸지만 역시 왼손도 털에 박히고 말았다. 오른쪽 발과 왼쪽 발로 공격했지만 모두 악귀의 털에 박혀버렸다. 왕자는 머리로 악귀를 공격했지만 머리마저도 털 속에 고착되었다. 왕자는 이제 줄에 매달린 인형처럼 악귀에게 매달려 있는 꼴이 되었지만 두려움 없이 평정을 유지하고 있었다.  

악귀는 생각했다. “이 젊은이는 용감한 영웅이다. 누구와도 비교될 수 없는 최고의 영웅이다. 보통 사람이 아님에 틀림없다. 나와 같은 무시무시한 괴물에 붙잡혔어도 어떠한 두려움도 보이지 않았다. 이와 같은 사람을 본적이 없다. 왜 그는 나를 두려워하지 않는 것일까.” 악귀는 물었다. “그대는 어떻게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가?” 왕자는 대답했다. “왜 두려워하지 않느냐고? 모든 생명체는 결국 죽게 마련이다. 나는 나의 몸 속에는 너와 같은 괴물은 먹을 수 없는 금강검(金剛劍)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네가 나를 잡아먹는다면 이 검이 너의 내장을 조각조각 낼 것이다. 나의 죽음은 곧 너의 죽음을 의미한다.” 물론 금강검은 지혜의 칼을 의미한다. 악귀는 왕자를 풀어주었다.

왕자는 악귀에게 가르쳤다. “네가 전생에 지은 악업으로 인해 살인마로 태어났다. 만약 네가 계속 악행을 하면 어둠 속에서 어둠 속으로 헤매게 될 것이다. 살생하면 지옥에 태어나거나 아귀로 태어난다. 설령 인간으로 태어나더라도 비참하게 살다가 요절할 것이다.” 왕자는 이렇게 선인선과를 가르치고 5계를 지키도록 교화하였다.  왕자는 5종의 무기를 갖추고 자국으로 돌아가 부모를 만났다. 훗날 부왕의 뒤를 이어 정의로운 왕이 되어 백성들에게 선정을 베풀었다.

 

중도에 포기하려는 비구에게 붓다는 이상의 전생담을 들려주며 정근을 계속하도록 용기를 주고 있다. 무시무시한 괴물에게 용감하게 맞서 이기는 왕자처럼 어떠한 난관에 봉착하더라도 굴복하지 말라는 이야기이다. 지혜의 칼로 어떠한 번뇌도 물리칠 수 있으니 포기하지 말고 정진하라는 가르침이다. 진정으로 가치 있는 것을 달성하기 위해선 장애에 굴하지 않고 인내와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는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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