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각 논단
불교 생태 유아교육의 실천 방안
이수경/ 불교아동학과 교수·동국대 부속유치원 원장

 

불교계에서는 불교적 심성을 가진 참사람(無位眞人)을 길러내기 위하여 유아교육에 관심은 갖고 있으나, 불교계 유아교육기관인 유치원의 수는 예전에 비해 다소 줄어들고 있다. 앞으로 불교의 포교 및 발전을 위해 불교계 유아교육기관의 증가뿐만 아니라 교육의 질을 향상시키는데 주력해야 하며, 바람직한 교육환경에 대한 연구 및 지원에도 관심을 기울려야 한다.

불교의 세계관과 가르침은 현시대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부각되는 생태중심교육관과 그 방향을 같이 한다. 이에 불교의 유아교육에 대한 실천 방안을 살펴보고자 한다.

 

1. 불교의 세계관과 생태윤리

불교의 근원적이고 핵심적인 세계관은 인간을 포함한 세계의 모든 사물들은 긴밀하게 연결되어있다는 사실이며, 이는 인간뿐만이 아니라 세계의 모든 존재(사물)를 ‘관계의 존재’로 이해할 수 있다. 석가모니 부처님께서는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사물은 서로가 서로를 규정하며 서로 의존하여 존재하는 것으로 보았으며, 즉 이것이 있음으로 저것이 있고 저것이 있음으로 이것이 있다. 이것이 없으면 저것도 없고 저것이 없으면 이것도 없다라고 하며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사물들의 존재형태는 그것들이 제각기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의존하고 서로 관계를 가지고 상호 재구성하는 과정을 가지면서 존재하는 것으로 보았다. 이와 같이 모든 현상은 근본적으로 상호의존하고 있으며, 이는 개인과 사회가 자연의 순환과정에 깊이 관련되어 있음을 깨닫게 해 준다. 공생(共生)이라는 말은 오늘날 널리 쓰이는 생태학적 개념으로 21세기를 향한 새로운 패러다임의 키워드가 되고 있다. 불교의 가르침은 자연 속에 살고 있는 모든 생물들은 고유의 생존권를 갖고 있으며 모든 동·식물과 인간은 함께 생태학적 권리로 다루어져야 하고, 인간중심주의, 인간우월주의를 부정하고 범생명주의를 지향하는 생태학적 사고에 입각한 윤리학을 추구한다.

 

2. 불교의 가르침 : 지혜와 자비만이 행복으로 이르는 길

연기적 세계관, 즉 세계와 인간 그리고 역사가 이처럼 관계적으로 존재한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이 바로 불교에서 말하는 지혜이며, 세계를 연기적으로 이해하지 못하고 자기중심적, 이기적으로 이해할 때 이를 어리석음이라고 한다. 불교를 깨달음의 종교라고 하는 것은 바로 이러한 진리를 깨닫기를 염원하기 때문이다. 세계를 더불어 살아가는 곳으로 받아들인다면 더불어 사는 곳에 반드시 있어야 하는 것이 규범이다. 우리는 존재들의 관계에 대한 규범, 즉 내 앞에 놓인 모든 너와의 관계 안에서 나를 고려해야만 한다. 세계와 역사를 자기중심적으로 이기적으로 살아가는 것을 탐욕이라 한다면, 세계와 역사를 관계적으로 살아가는 것을 자비라 할 수 있다. 자비란 나를 오로지 너와의 관계속에서 존재할 뿐임(무아)을 깨닫고 그에 따라 소유와 집착을 버리는 것 즉 무취착의 실천이라 할 수 있다.  붓다는 자기를 버리는 자비로써 행복을 얻으며, 자기를 버리는 자비만이 평화를 유지 할 수 있다고 가르친다.

 

3. 생태중심의 불교 자연관과 상생을 위한 유아교육

21세기를 전후해서 인간의 문제와 생태계 위기 등의 부정적 양상의 원인을 규명하고 새로운 대안을 탐색하는 철학적 노력이 활기차다. 이러한 노력의 대표적인 예는 생태주의이다. 생태주의는 지구의 모든 생명들을 전체의 네트워크 안으로 통합되고 상생의 관계를 회복하여 새로운 생명존중의 문명창조라는 대의를 제시한다.

즉, 자연 환경은 인류가 미래세대에 물러주어야 할 중요한 문화유산이며, 자연을 사랑하고 자연과의 상호의존적인 사고에 기초한 자연친화적인 태도는 유아 성장 후에도 아름다운 공동체를 마련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지구의 생태계는 유한한 세계임을 깨닫고 환경적으로 건전하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할 수 있도록, 즉 미래 세대에게 가능성을 손상시키지 않는 범위 내에서 현재의 발전을 고려해야 한다. 즉 자연의 기본구조를 파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자연을 이용하는 것을 강조하고, 자연환경을 보전하라는 의미에서 자연을 대할 수 있도록 한다.

이러한 자연친화 생태교육은 풍부하고 다양한 자연과의 체험을 통해 실시되어야 한다. 자연을 삶의 일부로 자신과 함께 성장하는 생명으로 인식하도록 하며 생태계의 모든 존재들은 각각의 존재의 가치를 지니고 있으며 서로 나눔과 보살핌의 문화를 지닌 조화로운 공동체임을 인식해야 한다. 인간은 자연의 일부이자 동반자로서 자연환경과 상호의존적이고 순환적인 삶을 이룰 수 있도록 조화로운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자연의 생명과 권리를 인정하고 자연과 공동체적인 관계와 문화를 형성할 수 있는 가치관과 태도를 함양해야 한다.

유아기 교육의 생태 교육은 단순한 생태적 지식 전달보다는 세계에 존재하는 모든 존재에 대한 경외심과 생태계의 순환성을 인정하는 인지와 정서를 통합한 교육과정이 필요하다. 그러므로 유치원 일상생활 속에 수시로 자연을 즐기며 생활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주어야 한다. 자연 속에서 즐기는 유아들의 자발적인 놀이를 존중하고, 그 속에서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소중함을 느끼고, 생명 공동체의 필요성을 깨달을 수 있는 감성을 길러주며, 인간과 자연의 상호 의존적인 특성을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한다.

또한, 자연과 인간의 상호의존적인 관계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자연이 인간에게 주는 영향과 인간이 자연에게 주는 이로움(멸종위기의 동·식물 보호하기 등)을 관찰·체험하게 함으로써 유아 자신이 자연의 일부임을 자각하도록 한다. 또한 동물과 식물, 인간과 생물체, 생물과 무생물간의 복잡한 상호의존성, 순환성, 다양성 등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자연에 대한 탐구, 미적 체험을 실시하고, 이를 통한 다양한 명상활동을 실시 할 수 있다.

 

4. 동국대학교 부속유치원 :(뒷산 산책) 명상프로그램의 예

동국대학교 부속유치원에서는 경주의 지역적·문화적 특수성을 고려하여 신라불교문화재를 활용한 다양한 프로젝트 활동과 함께 생태중심, 명상프로그램을 생활주제에 따른 유아교육과정에 통합시켜 실시하고 있다. 즉 유아의 본래 가지고 있는 자성불(불성), 즉 선하고 지혜로운 마음을 일깨우고 나와 남을 동시에 이롭게 갈 수 있는 능력을 함양시키고 자연의 모든 생명들은 자각하는 교육을 실천하기 위하여 자연친화교육과 유아흥미에 부합한 다양한 명상활동을 실시해 오고 있다.

명상이란 눈을 감고 고요히 생각하며 마음을 수련하고 참된 자아를 찾는 것으로 의식의 집중을 통해 자기초월과 자기 성숙을 이룩하는 정신적 과정을 의미한다. 즉 감수성을 일깨워 자기존재에 대한 명확한 통찰을 얻고자 자기내면을 찾아가기 위한 시도이며, 내가 어떤 존재인지, 자아가 외부의 상황에 어떻게 반응하고 있는지 알아보는 과정으로 환경의 자극이나 현상적 자기에서 벗어나 내면의 자기를 느낌으로 본래의 자아와의 연결, 우주적 실체와의 연관을 경험하게 한다. 이러한 체험을 통해 유아들은 자신의 생각이나 욕구에 고집하지 않고 자기 자신과 다른 사람 그리고 사물을 있는 그대로 순수하게 보고 듣고 느낄 수 있다.

우주 만물의 상호연결성은 반성과 명상을 통하여 직관적으로 통찰될 수 있으며 조용한 마음을 가지고 자신의 내면에 귀를 기울이면 각자의 무한성에 접근할 수 있다.

유아는 뛰어난 영적인 특성을 지닌 존재이다. 많은 철학자, 교육학자들은 유아기 영적인 능력을 언급하였고 유아기를 많은 가능성을 발현할 수 있는 가소성이 있는 매우 중요한 시기로 보았다.

자연을 대하는 유아의 기쁨과 경이감에 가득찬 반응, 모든 사물과 상황에 대한 끊임없는 호기심, 자연과 사람, 심지어 사물과도 관계를 형성하는 유아의 순수하고 개방적인 특성에서 유아들의 영적인 특성을 발견할 수 있다. 명상은 자기 내면을 깊고 맑게 바라보는 시간을 경험하게 하고 자연과 사람과 사물과의 진정한 관계를 체험해 보는 시간을 갖게 함으로써 자기 자신과 주변 세상을 되돌아보게 한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과 자기 존재에 대한 느낌을 보다 선명하게 가져보고 부정적인 정서로부터 벗어나게 한다. 평상시 느끼지 못하고 지냈던 소중한 관계들에 대한 고마움을 느껴보고, 잃어버린 감각을 되살려 민감하게 느끼며, 자연스럽게 심신을 이완시켜 억압된 감정을 해소 할 수 있다. 명상활동은 유아의 감각을 민감하게 하며 주의집중력이 높아지고 자기자신을 객관적으로 불 수 있는 힘을 길러준다. 뿐만 아니라 보고 느낀 것을 생동감 있게 표현하게 한다.

이와 같이 아이들의 스트레스를 완화시켜주고 정서적 안정감을 가져다 줄 수 있는 명상활동은 순수하고 맑은 정신과 여유, 인내력을 길러 주며 남을 배려하는 마음, 자연속의 모든 존재와 생명체를 배려하는 마음까지 길러준다. 몸과 마음과 정신이 건강한 생명력이 넘치고 지혜로운 아이로 기를 수 있다.

유아기 발달적 특성에 적합하며 유아교육현장에서 손쉽게 적용할 수 있는 명상활동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자연과 교감하고 마음 나누는 산책 명상>

자연과의 만남, 접촉을 통해 자연의 존귀한 생명력을 관찰하고 이를 온몸으로 느끼고, 경이로움을 체험을 통해 알아차리고, 자연의 모든 존재들과 더불어 살 수 있도록 마음을 나누는 명상이다. 우선 주변의 가까운 곳을 둘러보는 것으로 시작할 수 있다.(화단, 텃밭, 바깥 놀이터, 가까운 뒷산, 숲 등) 가능한 매일 지속적으로 같은 장소를 산책함으로써 그 속에 나타난 미세한 변화조차도 알아차리도록 한다. 산책명상을 통해 세심하게 관찰하는 습관을 가지게 되며, 주변 환경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게 된다. 산책명상 초기에는 교사가 먼저 자연에 대한 민감성을 갖고 아이들과 상호작용을 실시해야하며, 아이들이 자연의 경이로움을 온몸으로 느끼고 자연과 민감하게 교감하고 자연의 생명력을 공유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산책명상이 익숙해지면 아이들은 주변의 환경에 민감해지고 자연의 경이로움을 느끼게 된다. 하루일과의 변화, 계절의 변화, 살아있는 생명체의 변화 등을 알아차릴 수 있는 깊은 관찰력과 생태계의 순환적, 상호의존적 관계에 관심을 가지고 모두가 둘이 아닌 하나의 고리로 연관되어 돌아가고 있음을 인식할 수 있도록 이끌어준다. 즉 우리 모두의 본래 마음자리는 우주만물의 생명체와 함께 연결되어 있음을 인식하고 우주만물의 생명체와 마음나누기 시간은 유아를 지혜롭게 한다.

<자기 마음 지켜보고 알아차리기 명상>   

자신을 관찰하고 반성하며, 남을 배려하고 바르게 생각하게 한다. 즉 자신의 마음에 일어난 변화를 지켜보면서 자신을 반성하고 자신이 가진 습관이나 독특한 감정을 살펴본다. 또한 자기중심적인 편견에서 벗어나서 상대방 입장을 생각해본다. 남을 배려한다. 결과만 보지 않고 원인과 과정, 결과를 전체적으로 본다. 내 멋대로 행하지 않고, ‘너와 나’ 모두에게 공정하게 대한다. 정해진 약속은 꼭 지킨다.

<다른 사람 ‘존재’ 인식하고 마음나누기(타인 교감 명상)>

다른 사람(존재)들이 가진 독특한 감정이나 습관적인 행동을 알아차리고 이해하고 마음을 나눈다.

이외에도 유치원 일상생활 속에서 수시로 실시할 수 있는 다양한 명상활동은 유아의 생명존중의식을 길러주며 세계의 모든 사물들이 모두 공생해야 하는 존재임을 인식하는 지혜를 일깨워 주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불교의 가르침은 근본적으로 생명존중의 가르침이다. 모든 생명이 인간과 평등하다고 생각한다. 유마경에는 심청정 국토청정이라고 말씀하셨다. 자연을 파괴시킨 인간을 변화시키는 것, 그래서 수행을 통해 자신의 마음을 청정하게 닦는 것이 지금과 같은 환경위기시대에 무엇보다도 절실하다. 이러한 수행은 유아발달과 흥미와 적합한 다양한 명상활동으로 서서히 시작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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