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법문 
삼월의 불교 명절 
진월 스님/ 서울 정각원장
 

친애하는 교직원, 학생, 동문을 포함한 동국가족 여러분! 희망의 새해 새봄과 새학기를 맞아 평화의 인사를 드리며, 건승과 행복을 축원합니다. 저는 서울캠퍼스 정각원장에 새로 취임한 진월 비구로서, 『정각도량』의 지면을 통해 말씀드릴 수 있게 되어 기쁘게 생각합니다. 여러분과 함께 앞으로 많은 탁마를 기대합니다.

이달 3월은 우리에게 많은 의미를 주며, 수행 정진과 아울러 많은 활동을 하도록 합니다. 절기로 보아 경칩과 춘분이 있어, 추위에 움추렸던 겨울을 마감하고 훈풍 속에 화창한 봄기운으로 활약의 계기를 갖게 됩니다.

먼저, 우리 민족의 자주 독립을 내외에 선포하고 국민적 단결과 협조의 계기를 마련한 3.1절 86주년을 지내며, 민족대표 33인의 일원으로 그 독립운동에 솔선수범하신 용성 스님과 만해 스님 등 당시 불교계 선각자들의 헌신적 노력에 새삼 추모와 함께 경의와 감사를 드립니다. 용성 선사는 우리학교에 있는 동국역경원의 선구로서 역경사업과 현대적 포교의 선지식이었으며, 동산, 고암, 성철 스님으로 이어지는 그분의 제자 및 후예들이 우리학교가 속한 대한불교조계종의 종정과 기타 직책으로서 종단과 불교계를 주도적으로 이끌어 올수 있게 한 민족의 정신적 지도자였습니다.

만해 스님은 우리 학교의 초대 동문으로서 문필과 사회활동을 통해 민족의 문화 창달과 계몽운동에 앞장서 나가셨음을 우리 모두 잘 알고 있습니다. 서울의 중심인 남산 기슭의 우리 교정에 이미 설치된 만해 시비와 광장은 물론, 이번에 리모델링으로 새로 개관한 구 중앙도서관이 ‘만해관’으로 명명되었음도 우리 동국인들이 애국애족의 삼일정신과 민족문화를 드높여나가는 도량임을 표현하는 것입니다.

이달에는 불교인들에게 가장 큰 명절이 2일이나 있습니다. ‘출가절’인 음력 이월 파일과 ‘열반절’인 음력 이월 보름이 그것입니다. 석존의 탄신일인 음력 사월 초파일과 성도절인 납월 파일을 포함하여, 북방 대승불교 전통에서 2500여 년 전부터 지켜오는 부처님을 기리는 4대 봉축일 가운데 하나로서, 금년의 양력으로는 출가절이 3월 17일이며, 열반절이 3월 24일입니다.

출가절은 정반왕궁에 왕자로 태어난 싯달타 태자가 세상 사람들이 선망하는 바인 지위와 명예 및 부귀영화를 버리고 설산으로 수도하려고 출가한 날을 기리고자 하는 날입니다. 재물과 명예욕 및 식욕과 성욕에 이끌려 인륜을 저버린 범죄가 난무하는 요즈음의 세태를 감안하면, 그 분의 진리 추구와 생사해탈을 위하여 안일한 기득권의 포기와 거룩한 구도의 정신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오늘의 우리에게도 큰 교훈을 주고 있습니다. 우리도 인간의 탐욕과 미움과 어리석음의 굴레에서 벗어나 더 높고 큰 가치를 추구하고 생사에 자재한 대자유를 누리려는 용맹심을 내어 우리 생활에서 나름대로 그 정신을 실현해 보도록 하여야겠습니다. 정각원에서는 이 날 오후 본관 중강당에서 개강법회를 개최하며, 동국가족들과 함께 새 학기를 맞아 면학과 동국발전의 정신을 가다듬는 발심의 기회를 갖고자 합니다. 여러분의 적극적인 참여를 바랍니다.

열반절은 석존께서 출가하신 뒤, 6년여의 각고정진 끝에 붓다가야 보리수 아래에서 성도하신 후, 바라나시 녹야원에서 설법을 시작하여 45년여의 중생 교화와 구제 활동을 마감하시며, 구시나가라의 사라수 나무 사이에서 돌아가신 날을 기념하는 날입니다.

전설에 의하면, 그분은 100세까지 사실 수 있었지만 20여년의 복을 우리 중생들에게 베풀어 주셨으며, 부처님만 의지하고 수행에 소홀한 이들을 경책하기 위하여 무상함을 보여주셨다고 합니다. 제자들은 그 유명한 “진리와 나의 가르침을 등불삼고, 각자 스스로를 등불삼아 무명을 밝혀 나가라”는 말씀과 “게으르지 말고 열심히 정진하라”는 최후의 유훈을 되새기며 그분의 크신 지혜와 자비를 끊임없이 기억해왔습니다.

제자들은 그 후 매년 이날을 기념하여 햇수를 세어왔으며, 금년은 불기 2549년으로 기려지고 있습니다. 세상 사람들도 부모와 조상이 돌아가신 날을 기념하여 제사와 추모의 기회를 갖습니다. 근래 많은 불교인들이 출가절부터 열반절까지의 1주일을 ‘경건 주간’ 혹은 ‘정진 주간’으로 정하고, 사찰이나 각자의 처소에서 부처님의 출가와 열반의 뜻을 기리며 각자의 신행생활을 돌아보고 새롭게 가다듬으며 정진을 다지는 계기를 갖고 있습니다. 정각원에서는 이날 오후 학술문화관 대각전에서 열반절 법회를 가지며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아시다시피 우리 동국은 금년 5월 건학 99주년을 맞으며, 내년 대망의 100주년을 준비하고 경축하게 됩니다. 저는 여러분과 함께 이 역사적인 과정에 동참하여 선진 민족사학의 전통을 계승 발전시켜 자긍심과 아울러 세계속의 동국 위상제고와 시대적 사명수행에 매진할 것을 다짐하며, 길동무가 될 수 있기 바랍니다. 애착의 집을 나와 열반의 언덕에 오르는 정진의 기쁨 누리소서!  

 

진월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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