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의 전생 이야기

끔찍한 새소리

안양규/ 불교문화대 불교학과 교수


이 이야기는 붓다가 제타바나 사원에 계실 때 아나타핀디카(Anatha-Pindika) 장자의 며느리인 수자타(Sujata)에 관련하여 말씀하신 것이다. 수자타는 아나타핀디카 장자 집안의 며느리로 들어왔지만, 친정의 가문이 얼마나 위대한가를 항상 생각하였기 때문에, 거만하고 거칠게 행동하였다. 그녀는 시부모나 자신의 남편에 대해서 갖추어야 할 예의를 지키지 않았고, 집안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면서 거친 말을 내뱉고, 손 주먹을 날리기도 하였다. 어느 날 부처님과 오백제자가 아나타핀디카의 집을 방문하게 되었다. 아나타핀디카 장자는 부처님의 설법을 열심히 듣고 있었다. 그 때 수자타는 하인들을 요란스럽게 꾸짖고 있었다. 붓다는 설법을 중단하시고 요란한 꾸중 소리에 대해 물었다. 아나타핀디카는 대답했다. “지금 소란을 피우고 있는 사람은 얼마 전 시집온 며느리입니다. 어른들에게나 남편에게도 예의바르게 행동하지 않습니다. 수행자에게 보시도 하지 않고, 장점이라곤 하나도 없습니다. 믿음이 없어 밤낮으로 집안을 돌아다니며 욕설을 퍼붓고 있습니다.”

붓다는 며느리를 데리고 오라고 말했다. 며느리는 다가와 붓다에게 인사를 하고 한 곳에 앉았다. 붓다는 그녀에게 물었다. “수자타야! 세상에는 7종류의 아내가 있는데 너는 어디에 속하느냐?” “무슨 말씀이신지요. 7종류의 아내는 무엇입니까?” “자세히 들어라. 첫째 부류의 아내는 다른 남자를 사랑하고 자신의 남편을 증오한다. 남편의 부를 파괴하는 자이다. 둘째 부류의 아내는 남편이 벌어 온 돈을 자신을 위해 몰래 감추어 둔다. 남편의 부를 훔치는 도둑이다. 셋째 부류는 자신의 의무를 소홀히 하고 욕설을 퍼붓고 돌아다니며 아래 사람들에게 군주로 군림한다. 군주처럼 행동한다. 넷째 부류의 아내는 자애심이 많아 자신의 남편을 어머니처럼 돌보듯이 한다. 그녀의 남편이 벌어 온 재산을 잘 지킨다. 다섯째 부류의 아내는 어린 누이가 오빠에게 존경으로 대하듯이 남편에게 존중한다. 누이 같은 아내이다. 여섯째 부류의 아내는 오랫동안 서로 보지 못했던 친구가 서로 만나 기뻐하듯이 남편을 맞이한다. 친구 같은 아내이다. 일곱째 부류의 아내는 비난에도 침착하고 폭력을 싫어하며, 탐욕심도 없고, 진실한 마음으로 남편의 뜻에 존중하는 자이다. 하인 같은 아내이다. 수자타야! 너는 7종의 아내 중 어느 부류에 속하느냐. 첫 세 종류의 아내는 죽어 지옥에 태어날 것이고, 나머지 종류의 아내는 죽어 천상에 태어날 것이다.” 수자타는 7종류의 아내에 관한 설법을 듣는 동안 예류과를 성취하게 되었다. 수자타는 하인과 같은 아내가 될 것이라고 맹세하며 자신의 지난 잘못을 빌었다.

사원으로 돌아온 제자들은 붓다의 설법 효능에 관해 찬탄하였다. “한마디 설법으로 붓다는 욕설쟁이 여인을 교화시켜 예류과를 성취하게 하셨다. 붓다는 제자들로부터 이런 찬탄을 듣고 나서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고 하면서 전생에 수자타를 위해 법을 설했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아주 먼 옛날에 브라흐마닷타왕이 베나레스를 통치하고 있을 때, 보살은 왕자로 태어나게 되었다. 왕자는 성장하여 탓카실라(Takkasil )에서 교육을 받았다. 부왕이 죽은 후 왕자는 왕으로 즉위하여 나라를 정의롭게 잘 다스렸다. 그런데 한 가지 문제가 있었다. 왕의 어머니는 거칠어서 욕지걸이를 잘 하였다. 언제나 하녀나 신하들에게 욕설을 퍼붓는 것이었다. 아들인 왕은 어머니에게 직언하고 싶었지만 어머니에게 무례하게 보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기회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어느 날, 왕은 어머니와 함께 정원을 산책하고 있었다. 매우 불쾌한 소리를 내는 새소리를 듣게 되었다. 귀를 괴롭히는 새 소리에 왕의 어머니는 신하들과 함께 귀를 틀어막고 소리 질렀다. “정말 듣기 역겨운 소리구나. 당장 저 놈의 새 소리를 빨리 멈추게 해야지.” 잠시 후 왕과 어머니, 신하들이 동산을 거닐다가 나뭇가지 사이에서 들려오는 감미로운 새 소리를 듣게 되었다. 모든 사람들은 새 소리에 즐거워하며 말했다. “오! 얼마나 부드럽고 아름다운 소리인가! 언제까지나 노래 불러다오.” 모두들 소리 나는 쪽을 향해 목을 내밀며 선 채로 들었다.

이 두 가지 경우를 주목하고 왕은 어머니에게 간접적으로 충언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고 말을 건넸다. “어머니, 시끄러운 새 소리에 모든 사람들이 귀를 틀어막고 거친 새 소리를 빨리 멈추고 싶어 했습니다. 거친 소리는 누구나 좋아하지 않습니다. 보기에 아름답지 않아도 아름다운 소리에 사람들은 즐거워합니다. 욕설은 이 세상에서도 저 세상에서도 환영받지 못합니다. 비록 검고 못생긴 새이지만 그 소리가 듣기에 감미롭고 부드러우면 모두 듣기를 원합니다. 그러므로 말은 상냥하고 부드러워야 합니다. 거만한 말투나 욕설은 해서는 안 됩니다.” 왕이 이렇게 새 소리를 인연으로 하여 어머니에게 넌지시 충언을 하자 어머니는 이후 거친 욕설을 하지 않고 바르게 생활하게 되었다.


더할 수 없이 아름다운 외모를 지니고 있더라도 입에서 흘러나오는 말들이 거만하여 거칠거나 폭력적이면 듣는 사람이 괴로워 피하게 된다. 보기에 아름답지 못한 모습이더라도 상냥하고 자비로운 말을 한다면 사람들이 좋아할 것이다. 말은 사람을 죽이는 폭력 수단으로 되기도 하고, 천 냥 빚을 갚을 수 있는 소중한 수단으로 바뀔 수도 있다. 남에게 상처 주는 욕설은 하지 말아야 한다고 역겨운 새소리로 가르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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