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행의 길

자애의 마음을 닦는 자관(慈觀)

김재성/ 경전연구소 소장


정각도량 78호에 위빠사나 수행에 들어가기에 앞선 예비적인 마음가짐에 대해서 소개하였다. 본격적인 위빠사나 수행에 들어가기 전에, 경직되어 있는 마음을 부드럽고 민첩하게 해주며, 위빠사나 수행에 힘을 불어넣기 위한 네 가지의 예비적인 마음가짐이자 네 가지 보호하는 수행인 부처님에 대한 존경심과 믿음·부정관·죽음에 대한 상기, 자애수행이다. 이와 같은 예비적인 수행은 우리가 언제나 실천해야할 수행법이기도 하다. 특히 이 가운데 자애 수행은 현재 위빠사나 수행과 함께 중요시되는 수행법이다. 불교 수행의 궁극적인 목적은 열반이라는 최상의 행복을 얻는데 있다. 자애의 마음은 모든 존재들이 바로 근본적으로 이러한 행복을 얻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다.

여기 자애의 마음을 닦는 법에 대하여 다시 소개하고자 한다.

먼저 불교에서 말하는 사랑에는 대략 세 가지가 있다. 감각적 욕망이 전제된 사랑으로 성적인 욕망(kaama)이 있는 사랑이다. 두 번째는 가족이나 친척간의 애착이 있는 사랑(pema)이다. 세 번 째는 조건이 없는 사랑으로 자애(metta)를 말한다. 자애의 사랑은 무한한 대상을 향해서 아무 조건없이 일으키는 사랑이므로 초기불교 이래 중요한 수행법 가운데 하나인 자비희사(慈悲喜捨)의 사무량심(四無量心) 또는 사범주(四梵住)에 속한다.

자애를 닦는 수행을 자관(慈觀, metta bhavana)이라고 하며, 자관의 방법과 그 효과를 알아본다. 

자관의 대상에는 두 종류가 있다. 한정되지 않은 대상과 한정된 대상이다. 한정되지 않은 대상이란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들을 말한다. 즉 생명 있는 모든 존재들이다. 한정된 대상이란 특정한 사람이나 집단, 혹은 특정한 존재나 그 집단을 말한다. 먼저 한정되지 않은 대상을 향해서 자관을 일으키는 방법을 설명 후 한정된 대상을 향해서 자관을 일으키는 방법을 설명한다.

모든 생명 있는 존재들이 잘 되고 행복하고 평화롭기를 기원하는 것이 자관이다. 자관을 일으키는데 도움이 되는 자관의 문구가 있다. 이 문구를 마음으로 외우며, 모든 존재들의 행복을 마음으로 간절하게 생각한다. ‘모든 생명 있는 존재들이 행복하고, 평화롭기를 기원합니다. 고통에서 벗어나기를 기원합니다.’하고 마음속으로 반복해서 되뇐다. 말로만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속에 조건 없는 사랑인 자애를 지니고 되뇐다.

다음은 한정된 대상을 향한 자관 수행법이다. 먼저 존경받는 사람, 사랑하는 사람, 계정혜의 삼학(三學)을 갖춘 사람을 선택한다. 예를 들면, 수행을 지도해주는 스승이나 존경하는 선생님을 대상으로 한다. 선택된 대상이 행복하고 평화롭기를 바라는 마음을 일으키면서 자관의 문구를 외운다. 예를 들면 ‘스승께서 행복하고, 평화롭기를 기원합니다. 고통에서 벗어나기를 기원합니다.’ 라고 자관의 대상을 지정해서 자관의 문구를 마음으로 반복한다. 자관의 대상을 일부러 형상화시키거나 눈으로 볼 필요는 없다. 만일 자연스럽게 대상이 떠오르면 상관없다. 사랑의 마음을 자관의 대상을 향해 초점을 맞추면 된다. 

한 대상을 향해서 5분에서 10분 정도 자관을 해도 마음에 사랑의 느낌이 향상되지 않으면 다른 대상으로 바꾼다. 만일 사랑의 느낌이 향상되면 15분에서 30분 정도 한 대상을 향해 자관을 지속할 수 있다. 하지만 주의 할 점은 30분이나 1시간 동안의 좌선을 하는 동안 대상을 너무 많이 바꾸면 안 된다는 것이다. 30분 동안 4-5명 이상 대상을 바꾸지 않는 것이 좋다. .

{청정도론}에 한정된 대상을 향해 자관을 할 때 주의할 점이 제시되어 있다. 자관 수행을 처음 시작하는 수행자는 먼저 부모님을 제외한 이성(異性)을 대상으로 자관을 하지 말라고 한다. 부부도 이성이다. 자애수행의 초보자가 이성을 향해서 자애를 수행하면 이성에 대한 욕망으로 변해 버리기 쉽기 때문이다.  또 죽은 사람을 대상으로 하지 말라고 했다. 죽은 사람을 대상으로 할 때 마음이 집중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자관의 순서

실제로 자관을 처음 시작할 때, 1-2분정도 자신에 대한 자관을 먼저 하고 난 후에 위의 두 가지 대상을 향해서 자관을 행한다. 즉, ‘내 자신이 행복하고, 평화롭기를 기원합니다. 고통에서 벗어나기를 기원합니다.’라고 자관의 문구에 자신을 넣어서 자신을 위한 자관을 한다. 그리고 한정되지 않은 대상이나 한정된 대상을 향해서 자관을 수행한다.

자관수행을 하면, 마음에서 사랑을 느낄 수 있다. 그 때 마음은 평온해지고 고요해지며, 시원한 느낌이 생기기도 한다. 이것이 자관수행의 일차적인 이로움이며, 이러한 이로움을 경험하면 마음이 안정되고 편안해지게 된다. 안정된 마음으로 수행자는 있는 그대로의 자신의 몸과 마음을 관찰하는 위빠사나 수행으로 자연스럽게 전환할 수 있다. 

자관(메따 수행)에는 11가지 이익이 있다.

1.편히 잠든다. 2.편히 잠에서 깨어난다. 3.악몽에 시달리지 않는다. 4.사람들이 사랑하게 된다. 5.사람 아닌 천신들과 동물들이 사랑하게 된다. 6.천신들이 보호한다. 7.독극물·무기·물·불 등의 외적인 위험에 의해 해를 받지 않는다. 8.얼굴에서 빛이 난다. 9.마음이 평온해진다. 10.죽을 때 혼란되지 않는다. 11.죽은 후 범천(梵天)이라는 행복한 천상 세계에 태어난다. 일상생활에서 자애수행을 닦아 많은 이익을 얻는다면, 싸늘한 겨울을 훈훈하게 보낼 수 있는 마음의 힘을 지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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