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 해외 성지 순례의 길

인도의 불교 성지

이거룡/ 동국대 연구교수


인도의 불교 성지순례는 8대 성지(atthamahathanani)를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북인도에 흩어져 있는 이 여덟 곳 성지는 이미 오래 전부터 불자들의 중요 순례지가 되었으며, 이곳 성지를 순례하는 것은 큰 공덕이 된다고 여겼다. 아쇼카(Asoka)왕이 남긴 여러 명문은 이러한 순례를 ‘경건한 행위’라고 말하고 있으며, 룸비니와 보드가야의 명문에서 보는 것처럼, 아쇼카왕이 친히 이곳을 순례하였다는 기록도 있다.

8대성지 가운데 부처님의 탄생, 정각, 초전법륜, 열반과 관련된 룸비니(Lumbini), 보드가야(Bodhgaya), 사르나트(Sarnath), 쿠쉬나가르(Kusnagar)의 네 곳을 특히 4대 성지라고 일컫는다. 그리고 나머지 네 곳은 슈라바스티(sravasti), 샹카쉬야(sankasya), 라자그리하(Rajagr

ha), 바이샬리(Vaisali)이다. 이 네 곳은 부처님이 정각을 얻은 후에 중요한 기적을 행한 곳이다. 슈라바스티는 부처님이 티르티카(Tirthika)종파의 이교도들을 물리치기 위하여 기적을 보인 곳이며, 샹카쉬야는 부처님이 도리천을 방문하여 어머니 마야데비에게 불법을 설한 후 다시 하강한 곳이다. 마가다국의 수도였던 라자그리하는 부처님이 미친 코끼리를 제압하는 기적을 행한 곳이며, 바이샬리는 수많은 원숭이들이 망고동산에서 부처님에게 벌꿀을 바친 기적이 있었던 곳이다.

뉴델리를 기점으로 8대 성지를 순례하는 경우 그 첫 경유지는 사르나트의 초전법륜지(初轉法輪地)가 된다. 이 유서 깊은 성적(聖跡)은 바라나시에서 북쪽으로 약 8Km 가량 떨어진 곳에 있다. 유적지 안으로 들어서면, 우선 다메크(Dhamekh) 스투파로 눈길이 간다. 오른편 먼발치에 당당한 자태로 우뚝 솟은 이 거대한 스투파는 오늘날 사르나트의 상징처럼 초전법륜지를 지키고 서 있다. 대개 돌아 나오는 길에 보게 되는 사르나트 고고학박물관의 초전법륜상은 굽타왕조 시대의 불상 가운데서 최고 걸작의 하나인 동시에 인도 조각 예술을 대표하는 작품으로 꼽힌다.

바라나시에서 보드가야로 가는 기차는 도둑이 많기로 악명 높다. 눈 깜짝할 사이에 가방이 없어진다. 일단 가야(Gaya)역에 내려서 오토릭샤나 버스로 보드가야로 가게 되는데, 30분 정도 거리다. 버스에서 내리면, 혹 다람살라나 티베트의 어떤 거리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티베트사람들이 많다. 보드가야 유적의 중심은 대보리사의 서편에 있는 보리수이다. 대보리사는 현재 인도에 남아 있는 불교 사원 가운데 가장 오래되고 아름다운 것으로 꼽힌다.

가야(Gaya)에서 북쪽으로 60Km 거리에 라자그리하(王舍城)가 있다. 이곳은 부처님이 전법(轉法)의 여정을 통하여 가장 오랫동안 머물렀던 곳 중의 하나다. 도시의 동쪽에 위치한 영축산은 부처님이 『법화경』, 『대집경』 등의 대승 경전을 설했던 곳이다. 지금은 대나무 숲만 무성한 죽림정사(竹林精舍)터와 마하카쉬야파(Mahakasyapa)를 중심으로 5백 비구들이 모여 경(經)과 율(律)을 집성했던 칠엽굴(七葉窟)도 라자그리하의 의미 깊은 불적이다.

8대 성지에 들지는 않지만, 라자그리하에서 파트나로 가는 길에 있는 날란다(Nalanda) 유적을 지나칠 수 없다. 날란다는 세계 최초(A.D.5c)   최대의 불교대학이 있었던 곳으로, 대승불교의 양대 산맥이라 할 수 있는 중관(中觀)과 유식(唯識)의 두 교학 체계가 싹트고 꽃을 피운 고향이며, 나가르쥬나(Nagarjuna, 龍樹), 아상가(Asanga, 無着), 디그나가(Dignaga, 陳那) 등 수많은 논사들이 거쳐 간 곳이다.

날란다에서 조금 북상하면 북인도의 중심도시 중 하나인 파트나에 닿고, 파트나 서북쪽 40km 쯤에 바이샬리가 있다. 갠지스강을 끼고 있는 바이샬리는 상업이 번창하던, 매우 자유로운 분위기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제2차 결집이 있었던 곳 또한 이곳 바이샬리이다. 오늘날 바이샬리 불적의 중심은 이곳 릿차비(Licchavi)족이 부처님의 사리를 모신 스투파라고 할 것이다. 바이샬리 박물관에서 도보로 5분 거리에 있다.

파트나에서 고락푸르(Gorakhpur)까지 기차로 가서 카시아(Kasia)행 버스로 열반지 쿠쉬나가르에 닿을 수 있다. 쿠시나가르는 작은 시골 마을이다. 버스 정류장에 내리면, 눈어림으로도 어디로 가야할지 짐작할 수 있는 작고 아담한 마을이다. 야채며 과일이며 짜이를 파는 노점상들이 있는 길을 따라 한참 가다 보면, 왼편으로 미얀마 사원이 보이고 그 바로 옆에 열반사가 있다. 정면에서 보면 흡사 열반사와 아쇼카왕 스투파가 한 건물인 양 겹쳐 보인다.

쿠쉬나가르에서 수나울리(Sunauli)까지 버스로 가서, 수나울리에서 다시 국경을 건너 자동차로 한 시간 거리에 부처님 탄생지 룸비니가 있다. 한 동안은 허허 벌판에 허리춤까지 오는 억새풀이 무성한 황량한 들판이었는데, 최근에 들어 룸비니개발공사가 발족되고, 룸비니는 부처님의 탄생지로 완전히 새로 태어났다.

어디를 경유하든 쉬라바스티로 가는 길은 멀고 어렵다. 룸비니에서 다시 국경을 넘어 소나울리까지 짚(jeep)차로 돌아와서, 버스로 콜루히(Koluhi) - 나우가르(Naugarh)를 경유하여, 나우가르에서 기차로 발람푸르(Balrampur)로 간다. 발람푸르에서 쉬라바스티로 가는 버스를 탈 수 있다. 이렇듯 어려운 길을 마다하지 않는 것은, 이곳에 기원정사(祇園精舍)터가 있는 까닭이다. 불적지 가운데 가장 조용하고 산뜻한 아침을 맞이할 수 있는 곳을 대라 한다면  단연 이곳이다. 아차라바티강 부근에 있는 앙굴라마라 스투파와 수닷타장자 집터도 빼지 말고 보아야 할 곳이다.

닿기가 어렵기로는 쉬라바스티 못지않은 곳이 샹카쉬야이다. 이곳은 8대 성지 가운데 가장 외진 곳에 있다. 지난날 부처님이 쉬라바스티의 망고나무 숲에서 홀연 몸을 감추어 도리천을 방문했다가 다시 샹카쉬야에 하강하듯 그렇게 닿지 않는다면, 실로 가기 어려운 곳이다. 유적 관리가 허술하기로 친다 해도 아마 가장 밑바닥일 것이다. 허리 부러진 아쇼카왕 석주와 이를 가두고 있는 작은 누각 하나가 덩그러니 서 있을 뿐이다.

샹카쉬야에서 델리로 가는 길에 마투라(Mathura) 박물관에 들러, 인도 불교 예술을 대표하는 예의 그 불상을 볼 수 있다면, 금상첨화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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