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의 불교

가을에 떠나는 성보박물관 여행

강민수/ 고려대장경연구소  연구원


대형 사찰을 중심으로 성보박물관 설립이 확산되고 있다. 성보박물관이라는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불교문화재가 단순히 과거의 유물이 아니라 불교 사상과 신앙이 오롯이 담긴 성물(聖物)이라는 인식에 바탕을 둔 움직임으로 보인다. 셀 수 없이 많은 불교문화재가 화재로 소실되고 1984년부터 1999년까지 도난당한 문화재만도 453점에 이르는 현실을 볼 때, 그동안 사찰에서 개별적으로 보관하거나 다른 박물관에 위탁하여 관리하던 불교문화재를 불교계 내부에서 직접 보존하고 연구하려는 이러한 노력은 시기적으로 늦은 감이 없지 않다. 더욱이 그동안 동양 최대니 세계 최대니 하는 수식어로 미화하던 대형 불사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을 씻어 낼 건설적인 대안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통도사, 직지사, 해인사, 송광사 등 30여 사찰이 성보박물관을 이미 개관했거나 개관을 준비하고 있다. 이들 성보박물관은 각 사찰에서 수집한 문화재를 기본 전시 유물로 하여 다양한 주제의 특별전과 기획전을 열어 쉽게 접할 수 없는 유물을 전시함으로써 불교인에게는 신앙심과 문화적 자긍심을 불러일으키고 일반인에게는 거부감 없이 불교문화를 감상하고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지역사회 문화의 구심점이 되어 대도시 중심의 문화 집중 현상을 해소하는 종합 문화 공간의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기대된다.

각 사찰의 성보박물관에서는 인터넷 홈페이지를 꾸미는 일에도 적극적이다. 어느 성보박물관의 홈페이지에서든 공통적으로 전시 일정을 확인할 수 있고, 소장 유물을 검색해서 해설을 곁들인 사진을 보고 그 유물에 관련된 논문을 구할 수도 있다. 직접 마주할 때와 같은 감동을 맛볼 수는 없겠지만 미리 공부하고 보면 두 배의 감동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하지 않았던가.

올 가을 산사 여행을 계획한다면 일정에 성보박물관 관람을 꼭 넣고, 여행을 떠나기 전에 홈페이지에서 사전 답사를 해 볼 것을 권한다.   


괘불탱 특별전

통도사 성보박물관에서 2004년 10월 22일부터 2005년 4월 11일까지 마곡사 괘불탱 특별전을 개최한다. 지금까지 12회째 열리고 있는 괘불탱 특별전은 소장 사찰에서도 초파일 같은 특별한 날이 아니면 보기 어려운 괘불탱을 주기적으로 교체하며 장기 전시한다는 점에서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불화 전문 박물관을 표방하는 통도사 성보박물관(www.tongdomuseum.or.kr)은 국내 최대 규모의 성보박물관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12m 이상 되는 괘불을 전시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고 있다. 인터넷 상에서는 지금까지 개최된 전시회의 포스터와 관련 논문을 볼 수 있다. 불화에 관심이 있는 사람은 꼭 방문해야 할 박물관이다.


한국의 범종 탁본전

일본에 있는 우리나라 범종 20여 점의 탁본을 포함하여 통일신라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범종 100여점의 탁본과 실물 종 17점을 전시한 직지성보박물관(www.jikjimuseum.org)의 특별전을 인터넷에 그대로 옮겨 놓았다. 우리 범종의 역사를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도록 단순하면서도 깔끔하게 구성되어 있다. 컴퓨터 화면에서 범종의 아름다움을 충분히 느낄 수 있을 정도로 해상도 높은 탁본 사진을 제공하여 범종의 세밀한 부분까지 관찰할 수 있게 배려했다. 무엇보다도 이 사이트의 백미는 범종 소리이다. 음향 전문회사의 도움으로 녹음한 종소리는 원음에 가까운 음색을 들려준다. 그 밖에도 범종에 관련된 전문가의 논문 세 편을 비롯하여 범종과 탁본을 설명하는 해설문을 실었다. 범종에 관해서는 책 1권 분량은 족히 넘을 자료가 구비되어 있어 교육 자료로 활용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탁본전은 10월 31일까지 열린다.


송광사 소장 불교문헌 특별전

지난 10월 13일 막을 내린 송광사 소장 불교문헌 특별전에서는 사천왕상 복장에서 새로 발견된 문헌들을 포함해 고려시대와 조선 초에 발간된 희귀 문헌 50여 종을 전시했다. 사천왕상 복장 문헌 중 『묘법연화경현의(妙法蓮華經玄義)』, 『인왕호국반야경소법형초(仁王護國般若經疏法衡抄)』, 『금강비현성록(金剛金卑顯性錄)』 등은 『신편제종교장총록(新編諸宗敎藏總錄)』에만 그 이름이 나올 뿐 실물이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함께 발견된 『원각경대소석의(圓覺經大疏釋義)』는 『신편제종교장총록』에도 없는 희귀본이다. 특히 『인왕호국반야경소법형초』 권6에 수록된 후기의 내용은 대각국사 의천 스님의 경전 조성과 관련된 새로운 사서로 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송광사 성보박물관의 홈페이지(www.songgwangsa.org/pgm/culture/)에서는 특별전에 전시된 일부 문헌의 사진을 볼 수 있다.



이 밖에 홈페이지를 개설한 성보박물관으로는 월정사의 성보박물관(www.woljeongsa.org/museum/)과 범어사의 성보박물관(www.beomeomuseum.org)이 있다.

 | 목차 |
 

| 월간정각도량 | 편집자에게 | 편집후기 |
Copyright 2001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as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