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문

마음의 창

법수 스님/ 불교문화대 선학과 강사


악(惡)이라고 하는 것에 한번 빠지게 되면, 좀처럼 헤어나지 못하게 되는 것이 우리 인간의 보편적인 마음이고 현실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자기 내면, 즉 마음을 성찰하는 것은 우리 인생에 있어서 지극히 중요한 일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훌륭하고 인품을 갖춘 사람일수록 자신의 내면을 성찰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다.

얼마나 우리 인간은 미망(迷妄)이 깊은 존재일까?

또 번뇌를 끊지 못하는 존재일까?

수행자이든 수행자가 아니든 마음을 닦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직접 경험해보고, 몸소 느껴봐서 그것이 얼마나 어렵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우리 인간은 스스로 자기 자신이 평범한 존재라는 것을 망각하고 자기는 어리석지 않다든지, 혹은 자기는 그다지 나쁜 존재가 아니라고 생각해서 잘난 채 자아 도취되어 교만에 빠지기 쉽다. 자신을 보고 자신을 안다는 것은 자기 내면을 깊이 파고드는 것이며, 이러한 노력이 없이는 자기 자신의 내면에 자리하고 있는 미혹을 안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미혹(迷惑)이라고 하는 것은, 자신의 진실된 모습을 모르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러한 자신을 안다고 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일까? 그것은 예컨대 타인의 잘못은 금방 눈에 띄지만 자신의 잘못은 좀처럼 깨닫지 못하는 것만 보더라도 명백하다. 우리 인간의 눈은 외면세계를 바라보고 있어, 자신의 마음을 보는 눈이라고는 할 수 없기 때문이다. 흔히 “마음의 눈을 열어라! 떠라!”고 하는 말은 그 때문이다. 마음의 눈을 얻고서야 비로소 자신의 진실된 모습을 보고 깨닫게 되는 것이다.

마음의 눈을 얻는다고 하는 것은 냉철한 자신 내면의 성찰과 철저한 자기의 반성 위에서 처음으로 가능한 것이다. 또한 스스로를 보잘 것 없는 죄악의 존재라는 자각이 필요하고 여기에 따른 각성이 요구된다. 죄라든지 악이라고 하는 것은 사회통념상 법률에 저촉되는 행위차원을 말할 수도 있지만 여기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인간존재의 본질적인 측면에서 하염없이 자신을 낮춰서 보는 의미가 크다. 번뇌에 물들고 미혹에 빠져 무명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자신의 처지를 발견했을 때, 처음으로 새로운 출발 새로운 도약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교만(驕慢)과 아집(我執)으로 가득 찬 마음가짐으로는 진실된 마음의 눈을 뜰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일상생활 속에서 악이라고 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양심의 가책을 느끼는 것은 자신의 행위가 나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고, 또 자신의 행위에 잘못을 느꼈을 때나 혹은 남에게 폐를 끼쳤을 때 죄의식을 가지고 마음의 아픔을 느낄 때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에는 자신의 그릇된 행위를 깨닫는 것은 드물고, 오히려 느끼지 못한 채 일상적으로 잘못을 범하고 있다. 또 남들에게 지적을 받아도 곧바로 인정하려고 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역으로 자기를 정당화하고 변명하기에 급급하기 일쑤인 경우가 많다. 나중에 자기를 반성하고 자신의 잘못된 행위를 인정하고 나쁘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언젠가는 그 의식조차 서서히 사라지기 마련이다. 이러한 일상적인 의식 속에 있어서 선과 악이라고 하는 것은 상대적인 개념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따라서 악이라고 하는 것이 인간존재의 본질적인 문제로 자각되어지지 않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죄라든지 악이라고 하는 것은 결국 인간 자각의 방법에 따라서 그 내용도 달라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어떻게 자신의 행위를 자각하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인간성이 여러 가지 모습으로 변질되어 나타나는 것이다. 여기에서 우리는 깊은 종교심의 발로로 인한 자기 자신의 내면 성찰과 반성이 필요한 것이고, 이러한 모습은 자아도취에 빠져 교만하고 아만(我慢)이 가득 차 자기중심주의적인 사고를 가지고 물질만능주의의 인간성 상실 시대의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자신의 현주소를 확인하게 한다. 자기 내면 속 마음의 눈을 뜬다고 하는 것은 실로 중요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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