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의 전생 이야기
까마귀가 죽은 이유
안양규/ 불교문화대 불교학과 교수
이 이야기는 붓다가 제타바나에 계실 때 한 탐욕스러운 비구에 관하여 말씀하신 것이다. 어느 날 비구들이 부처님께 탐욕스런 비구에 관하여 말씀을 드렸다. “세존이시여! 이 아무개 비구는 매우 탐욕스럽습니다.” 부처님은 그 비구를 불러들여 물었다. “다른 비구들에 의하면 그대는 지나치게 탐욕스럽다고 하는데, 그것이 사실인가?” 탐욕스런 비구는 마지못해 그렇다고 대답하였다. 그러자 부처님은 말씀하셨다. “그대는 전생에도 탐욕스러웠다. 그대의 탐욕 때문에 그대는 목숨을 잃었다. 그리고 또한 그대의 탐욕 때문에 현명하고 착한 자들도 그 거처를 잃고 말았다.” 이렇게 말씀하시고 나서 부처님은 다음의 전생담을 들려주셨다.
아주 먼 옛날 브라흐마닷타왕이 베나레스를 통치하고 있을 때, 보살은 비둘기로 태어났다. 그 당시 베나레스의 사람들은 선행의 하나로써 새들을 위해서 여기저기에 새집을 걸어 주었다. 어느 고관의 집에서 일하던 요리사도 새집을 만들어 부엌에 걸어 놓았다. 이 새집에 보살(비둘기)은 거처를 정하였다. 새벽이 되면 먹을 것을 찾으러 멀리 날아갔다가 해가 저물면 돌아왔다. 어느 날 까마귀 한 마리가 부엌으로 날아와 음식 냄새를 맡고 먹음직한 생선과 고기를 보게 되었다. 그리고는 곧 그 고기를 먹고 싶은 욕망으로 가득 차게 되었다. ‘어떻게 하면 그 고기를 먹을 수 있을까’하고 고민하고 있는데 비둘기가 부엌의 새집을 들락날락 하는 것을 보게 되었다. 까마귀는 비둘기를 이용하여 고기를 먹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다음날 새벽 비둘기가 먹이를 구하러 밖으로 나갈 때 까마귀는 그림자처럼 비둘기 곁을 떠나지 않고 여기저기를 쫓아 다녔다. 비둘기가 말했다. “까마귀야! 너는 왜 나를 그림자처럼 쫓아다니느냐?” 까마귀가 대답했다. “그대의 움직이는 모습이 너무나 훌륭해서 나는 감탄한 나머지 그대를 따르고 있을 뿐이야.” 비둘기가 말했다. “네가 먹는 음식의 종류는 나의 음식과 같지 않아. 만약 네가 나만 쫓아다닌다면 너는 곤경에 처하게 될 것이야.” 까마귀가 응답했다. “네가 먹이를 구하여 먹을 때, 네 옆에서 나도 먹을 거야.” 비둘기가 말했다. “그래, 네가 정말로 그렇게 하고 싶다면 그렇게 하렴.” 비둘기는 먹이를 충분히 먹고 나서 저녁에 집으로 돌아갔다. 까마귀도 함께 부엌으로 날아 들어갔다. 요리사는 “우리 비둘기가 친구를 데리고 왔구나.”하면서 까마귀를 위해 새집을 하나 만들어 걸어 주었다. 그 이후로 까마귀와 비둘기는 부엌에서 함께 지내게 되었다.
어느 날 요리사는 부엌에서 생선과 고기를 잔뜩 요리했다. 저녁에 까마귀는 요리된 생선과 고기를 보고 먹고 싶은 욕망에 다음날 집에 머물러 고기를 먹고자 하였다. 밤 내내 까마귀는 먹고 싶어서 제대로 잠을 잘 수가 없었다. 다음날 새벽 비둘기가 먹이를 찾으러 나가면서 까마귀에게 함께 나가자고 말했다. 까마귀는 대답했다. “혼자 가렴. 나는 배가 아파.” 비둘기가 대답했다. “나는 이전에 까마귀가 배가 아프다는 것을 들은 적이 없는걸. 너는 여기 부엌에 있는 생선 고기를 먹고 싶은 것이지. 그만 두어라. 까마귀야! 인간의 음식은 네가 먹을 수 없는 것이야. 자아, 나랑 같이 나가서 너의 먹이를 찾아야지!” 까마귀가 말했다. “나는 그렇게 할 수 없어.” 비둘기가 경고했다. “탐욕에 눈멀어 목숨을 잃지 마라.” 이렇게 경고하고 나서 비둘기는 할 수 없이 혼자서 먹이를 찾으러 날아갔다.
요리사는 여러 종류의 생선을 맛있게 요리했다. 김을 빼내기 위해서 음식이 든 솥의 뚜껑을 약간 비스듬히 열어놓고 요리사도 부엌 밖으로 나갔다. 그 순간 까마귀는 새집에서 머리를 내밀고 소리쳤다. “이제야 먹을 수 있구나. 남은 문제는 저민 고기 요리를 먼저 먹느냐 아니면 생선 요리를 먼저 먹느냐이다.” 새 둥지에서 나와 솥뚜껑 위에 앉는 순간 뚜껑이 아래로 떨어지면서 요란한 소리를 내었다. 요리사는 이 요란한 소리를 듣고서 재빨리 부엌 안으로 들어와 까마귀를 보고 소리쳤다. “이 망할 놈의 까마귀가 내 주인의 음식을 먹고 있다니!” 요리사는 먼저 문을 닫고 까마귀를 잡아 까마귀의 털을 모두 뽑아 버렸다. 그리고 나서 소금, 생강, 버터기름 등으로 양념을 만들고 까마귀를 양념으로 버무렸다. 그리고 나서 양념된 까마귀를 다시 새집으로 던져버렸다. 거기서 까마귀는 고통으로 신음하며 누워있어야 했다.
저녁이 되자 비둘기는 둥지로 돌아와 까마귀가 비참하게 고통스러워하는 광경을 보게 되었다. 비둘기가 말했다. “이 탐욕스러운 까마귀야! 너는 나의 충고에 주의를 두지 않았구나. 이제 알게 되었지. 너의 탐욕이 너에게 고통을 안겨주는 것을. 고집불통의 탐욕스러운 자가 친구의 충고를 무시하더니 결국 죽게 되었구나.” 비둘기는 이렇게 말하고 나서 생각했다. “나도 더 이상 여기에 머물 수 없구나.” 비둘기는 다른 곳으로 날아가 버리고 까마귀는 거기서 죽게 되었다. 요리사는 죽은 까마귀를 쓰레기 더미에 던져 버렸다.
탐욕은 재앙과 고통을 불러온다는 우화이다. 자신의 분수를 알아 지키지 아니하고 과욕해서 자신뿐만 아니라 주위 사람에게도 피해를 주는 것을 흔히 본다. 자신의 본분과 노력에 합당한 것만 추구하고 그 이상을 추구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모르는 것은 알지만 지키기가 어렵다. 까마귀의 우화를 생각하면 탐욕이 줄어들 수 있을까? 탐욕 때문에 까마귀는 자신의 목숨을 잃게 되었고, 비둘기는 새로운 둥지를 찾아 떠나야만 했다. 탐욕(greed)은 필요(need) 이상의 것을 추구할 때 발생한다. 탐욕에 눈이 멀면 닥쳐 올 환난을 보지 못한다. 마치 탐욕은 자동차 앞 유리에 끼여 있는 먼지와 같다. 먼지로 시야가 확보되지 않은 자동차를 운전하면 사고가 발생하는 것은 뻔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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