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 한국과 일본의 불교문학

일본문학에 나타난 불교문학

김현희/ 전 동국대 일어일문학과 강사


인간 석가모니가 응신불(應身佛)이었다는 것은 인간이면 누구나가 석가모니의 뒤를 쫓아 응신불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말하고 있는 것일 것이다. 그리고 사실 응신불로서의 작용을 한 사람들은 옛적부터 많이 있어 왔고, 그들이 남긴 것들 중에는 불교문학이라고 해야 할 작품도 적지 않다. 그러나 만약 일본 문학사에서 질적으로나 양적으로 충실한 <불교문학의 시대>라고 하는 것을 특정해 본다면  고대 후기로부터 중세 초기까지의 시기를 말할 수 있다. 그것은 불교계가 국가와 지배층의 번영에만 봉사해 오던 자세를 바꾸어, 일본적으로 순화한 민중불교를 완성하기에 이른 때에 해당한다.

불교문학을 주도한 이는 대사찰에 기거한 명승이나 고승이 아니라 산속의 암자에서 또는 민간에 나와 포교에 힘쓴 사미승이나 히지리(聖人)라고 불리는 사람이었다.

따라서 여기에서는 일본문학사에서 획기적인 ‘불교문학의 시대’에 있어서의 ‘히지리’(聖人)문학을 조명해 보기로 하겠다.

불교계가 상류 지배층과의 유착으로 외적융성을 꾀했던 섭정(攝政)율령(律令)사회에서는 종교적 순수성을 지키고자 하는 자는, 세속으로부터 가능한 한 먼 위치에 있지 않으면 안 되었다. 그러므로 이 시대의 히지리(聖人)들의 정신이나 행동·설교(說敎)등이 제 3자에 의해 전해지지 않았다면 많은 사람들의 이목을 끌 수도 없었을 것이다.

이렇게 하여 『일본료이기』(日本靈異記)에 영향을 준  『니혼오조고쿠라쿠기』(日本極樂往生記) 이하의 설화집이 속출하게 되었으며 침체기미를 보였던 고대말기의 문학사에 풍부한 색채를 더하게 된 것이다. 중세에 들어와서 지방무사나 하층민들까지 사회에 대한 자신들의 역할의 중요성을 주장할 수 있게 되자, 히지리(聖人)들은 이제 더 이상 숨을 이유가 없게 되었다. 오히려 그들은 대중과 깊게 관계하며 널리 범속한 세계에 불법을 펼치게 됨으로서 그 종교적 순수성에 빛을 발할 수가 있었다.

이렇게 하여 겐신(源信)의 『요가와호고』(橫川法語)가 선을 보이면서 가나호고(▤名法語)가 많이 쓰여지게 되었고, 또한 설화집도 설화와 법어가 혼합형태를 띠게 되면서 중세초기를 일본문학사에서 보기 드문 사상문학으로 장식하게 되었다.

이와 같이 일본에서의 불교문학은 히지리(聖人)들의 설화집으로부터 법어집으로 사적전개에 중요한 흐름을 이루게 된 것이다.

설화와 법어 외에 허구성이 강한 불교문학으로서 『호죠기』(方丈記)와  『헤케모노가타리』(平家物語)를 들 수 있다.

『홋신쥬』(發心集)의 편저자인 렌인(蓮胤: 속명 長明)의 『호죠기』(1212년 완성)와 예능적 민간포교자인 비파법사(琵琶法師)에 의해 쓰여진 『헤케모노가타리』(13세기 후기)는 시대적으로는 반드시 법어에 앞서는 것은 아니지만, 사상적으로는 설화와 법어의 중간에 위치하는 것이다. 거기에는 현실의 예토(穢土)와 내세의 정토를 이원적(二元的)인 것으로 하여 일단 발심(發心)하면 왕생의 도에 이르는 설화의 주인공들과 달리 내세의 구원을 기도하면서 현세의 속박에 번민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많이 그려져 있다. 이것은 정토를 실제 인생의 장의 문제로서 응시한 호넨(法然), 신란(親鸞), 니치렌(日蓮)과 같은 깊고 맑은 법어 세계로의 깨달음의 고통을 그리고 있는 것이다.

『호죠기』는 공간의 무상(無常)을 집약한 형태로 한 ‘개체’의 실존에 무게를 두고 있고, 『헤케모노가타리』는 시간의 무상을 구현하고 있는 역사와의 갈등을 통해서 ‘집단’의 본질을 응시하고 있다. 이 두 작품에서 볼 수 있는 대극적인 인간추구의 방법은 험난한 고대말기의 동란을 체험한 중세초 사람들의 심각한 고뇌와 진지한 모색의 폭과 넓이를 상징적으로 나타내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바로 이러한 인간 내면을 향한 응시와 외부세계를 조명하는 두 방법이 당대 불교계의 거장인 호넨, 신란, 니치렌에 의하여 각각 이루어졌다는 것도 일본 불교문학이 전개되는데 있어서 간과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한편 일본 불교문학의 등장 배경에 따른 작품군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중세에 이르러 귀족사회에서의 구 불교는 신선함을 잃고 쇠퇴했으며, 정토종(淨土宗), 진종(眞宗), 선종(禪宗), 일연종(日蓮宗) 등 새롭게 일어난 불교는 내세사상으로 불안에 떠는 민중 속에 깊이 침투하였다. 이것이 문학에도 영향을 주어 본지수적(本地垂迹)사상이나 신불습합(神佛習合)사상이 한층 강하게 나타나고, 문학은 개성적이라기보다는 유형적인 경향을 띠게 된다.

일본의 중세문학은 거의가 불교사상으로 윤색되어 있어, 불교문학의 대상을 불교사상이나 불교적 인생관을 반영하고 있는 것이라고 한다면 그 범위는 매우 광범위하여, 당시의 문학사가 그대로 불교문학사가 될 정도이다. 일반적으로 불교문학은 비유(譬喩), 본생인연담(本生因緣談), 우화(寓話) 등으로 구성되며, 종교적 계몽을 목적으로 하는 것을 포함하는데 거기에는 단순히 불교적 가치뿐만 아니라 문학적 가치도 당연히 내재해 있지 않으면 안 된다.

 중세문학 전체를 고찰할 경우 시대의 저변에 흐르는 불교적 사상과의 관련을 살펴볼 수 있는데 특히 불교적 세계관으로 윤색되어 있는 것을 대상으로 한다면 『헤케모노가타리』, 『호죠기』, 『고케노고로모』(苔の衣), 『이시키요미즈모노가타리』(石淸水物語), 『마츠우라미야모노가타리』(松浦宮物語), 『즈레즈레쿠사』(徒然草) 등 문학적 가치가 높은 것으로부터 연기(緣起), 화찬(和讚), 법어(法語)류 등 문예성이 희박한 것까지 포함하여 불교사상과의 교섭을 살피는 것도 가능하다. 또한 『맥物集』, 『撰集抄』, 『發心集』, 『私聚百因緣集』, 『沙石集』, 『聖財集』, 『雜談集』, 『閑居友』 등 소위 불교설화집이 있다. 이것에는 세속담이 많고 당시 민중의 종교의식이나 생활양식·언어생활 등 볼만한 것이 적지 않다. 기타 『粉河寺緣起』, 『越後國乙맥寺緣起』, 『石山寺緣起』, 『淸水寺緣起』, 『淸겆寺緣起』 등의 연기(緣起)류나 『北野緣起』, 『春日權現驗記』 등의 전기류가 있으며, 화찬(和算)이나 법어(法語), 유문(遺文)류는 소위 불교설화집에 비하여 문예성이 희박해 불교문학 범주의 한쪽 구석에 놓이는 경향이 없는 것도 아니다. 특히 화찬이나 법어 유문류는 대상 외로 하는 일조차 있다.

그러나 이들을 문학으로 할 것인가 아닌가는 문학의 개념규정을 어떻게 하는가에 관한 문제인데, 적어도 『一言芳談』, 『歎異抄』, 『正法眼藏』, 『隨聞記』에는 창조성이나 형식미를 인정할 수 있으며,  또한 법어 등은 하라가나·가다카나문으로 된 것이 많아 국어 자료로도 간과할 수 없을 정도로 그 가치는 높이 평가되고 있어 앞으로의 연구가 크게 기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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