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 한국과 일본의 불교문학
국문학과 불교
이임수/ 인문과학대학 국어국문학과 교수
한국문학에 불교가 미친 영향은 지대하다. 신라의 향가(鄕歌)문학이 대부분 불교사상을 배경으로 창작되었으며, 고려 초 불교포교를 위해 균여대사가 지은 향가 보현십원가(普賢十願歌) 11수, 고려 말 가사의 첫 작품으로 보기도 하는 나옹화상의 승원가와 서왕가, 그리고 조선 초의 악장으로 세종이 지은 월인천강지곡(月印千江之曲) 등이 그 대표적인 불교시가(佛敎詩歌) 작품들이다. 산문문학으로는 삼국유사와 삼국사기에 실린 수많은 설화문학과 조선 초의 석보상절(釋譜詳節), 그리고 구운몽 등 다수의 불교적 고전소설들이 있고, 한국한문학으로는 엄청난 양의 불교 시문(詩文)과 설화들이 있다.
지금까지 신라의 향가작품으로는 서기 600년 전후 신라 진평왕 시대의 서동요와 혜성가로부터 9세기 헌강왕 때까지 지어진 14수가 전하는데, 이들 작품들은 모두 미륵신앙이나 아미타신앙, 관음신앙을 바탕으로 하고 있으며, 고려 초의 향가인 보현십원가는 일반대중을 노래로써 교화하고자 보현보살의 10가지 행원품을 노래한 작품이다. 개별적인 향가작품은 <정각도량>에서 감상한 적이 있기에 오늘은 가사 승원가와 서왕가, 그리고 월인천강지곡의 앞부분만 보기로 하자.
고려시대의 속악가사나 한림별곡 등의 경기체가와 시조문학 장르에서는 특별히 불교적인 작품이 보이지 않는데, 고려 말엽에 이르러 사설적인 시가장르로 불교의 사상을 전하려는 가사문학이 등장한다. 가사문학의 효시(嚆矢:시작, 처음)로 나옹스님(慧勤)의 작품이라고 전하는 승원가(僧元歌)와 서왕가(西往歌)가 있는데, 승원가는 400여 구의 불교 포교가사다.
主人公 主人公我/ 世事貪着 其萬何古 / 주인공 주인공아 / 세상탐착 그만하고
慙愧心乙 而臥多西 / 一層念佛 何等何堯 / 참괴심을 이 아서 / 일층염불 어떠하뇨
昨日 少年乙奴 / 今日白髮 惶恐何多 / 어제 소년으로 / 오늘 백발 황공하다
朝積那殘 無病?可 / 夕力羅잘 未多去西 / 아적나잔 무병타가 / 저녁나잘 못다가서
手足接古 死難人生 / 目前厓 頗多何多 / 손발접고 죽는인생 / 목전에 파다하다
승원가, 앞부분
향찰표기와 한문에다 어미를 우리말로 음차(音借)한 이두식표기로 기록된 승원가 앞부분(왼쪽)과 우리말로 옮긴 것(오른쪽)인데 불교적 인생무상이 잘 나타나 있다. 이보다 앞서 발견된 서왕가는 후대(18세기)에 우리말로 정착된 작품인데 불교에 귀의하여 깨달음을 얻으려는 구도의 마음을 잘 표현하고 있다.
나도 이럴만졍 / 셰상애 인쟤러니
무상을 각하니 / 다거즛 거시로쇠
부모의 기친얼골 / 주근후에 쇽졀업다
져근닷 각 야 / 셰 을 후리치고
부모 하직하고 / 單瓢子 一衲衣로
녀쟝을 빗기들고 / 명산을 자들어
선지식을 친견하야 / 을 키리라
천경 만론을 / 낫낫치 츄심 야 / 뉵 을 부리라.
서왕가, 앞부분
月印千江之曲은 세종 29년에서 31년(1447-1449) 사이에 상·중·하 3권으로 간행되었는데, 상권에만 194장의 노래가 전하며 석보상절 속에 끼인 엽(葉)으로 보아 580여 장으로 추정된다. 부처님의 자비가 마치 ‘즈믄(천) 강에 달빛이 비치듯’ 골고루 베풀어지기를 기원하는 의미의 월인천강지곡은, 세종이 타계한 소헌왕후를 위해 석가의 일대기를 노래함으로써 부처님의 공덕을 기리고 있다. 아래의 1장과 2장은 서장(序章)에 해당되고 그 이하는 부처님의 전생에서부터 열반에 이르기까지의 일생을 전후대구(前後對句)로 읊은 장편 서사시(敍事詩)이다. ‘높고 높은 석가모니 부처님의 한량없는 공덕을 다 사뢸 수 없고, 부처님의 행적이 만리 밖의 일이나 눈에 보는가 여기고 천년 전 일이나 귀에 듣는 듯 여기라’는 법음(法音)의 노래이다.
巍巍 釋迦佛 無量無邊 功德을 劫劫에 어느 다 리
世尊 일 리니 萬里外 일이시나 눈에 보논가 너기 쇼셔
世尊 말 리니 千載上 말이시나 귀예 듣논가 너기 쇼셔
月印千江之曲 1, 2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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