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의 불교
옥스퍼드 불교학 센터와 클레이 범어문고
황순일/ 인도철학과 전임강사

 

올해 9월로 필자의 지도교수였던 리처드 곰브리치(Richard F. Gombrich) 교수가 거의 40년 동안 몸담아 왔던 옥스퍼드대학에서 은퇴했다. 1965년 범어 및 빨리어 강사로 임용되면서 옥스퍼드 생활을 시작한 후, 1976년부터 보던 범어 교수(Boden Pro

fessor of Sanskrit)로서 본격적으로 범어, 빨리어 및 불교학 연구에 전념하면서 제자들을 양성해 왔다. 퇴임을 앞두고 곰브리치 교수는 두 가지 일을 조용히 추진해 왔는데, 첫째는 옥스퍼드 불교학 센터를 설립하는 것이고 둘째는 클레이 범어문고를 책임지고 편집하는 일이었다. 비록 곰브리치 교수는 학계를 떠났지만, 이 두 가지 사업을 소개하는 인터넷 매체를 통해 여전히 그를 만날 수 있다는 것은 여간 다행스러운 일이 아니다.

먼저 옥스퍼드 불교학 센터는 옥스퍼드에서 불교의 전문적이고 학문적인 연구를 뒷받침하기 위해 영국의 불교인들과 불교 학자들의 도움을 받아 곰브리치 교수가 주도적으로 설립하려는 단체이다.

‘보던 범어 교수’란 직함이 보여주듯이 퇴임 후 이 자리는 불교를 전공으로 하는 학자가 아니라 웨딕 산스크리트(Vedic Sanskrit)에 정통한 미국 코넬 대학의 크리스토퍼 민코프스키(Christopher Minkow

ski) 교수가 거의 임용단계에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자신의 퇴임과 함께 완전히 사라져 버리게 된 옥스퍼드의 불교학 전통이 영구적으로 계속될 수 있도록 우선 옥스퍼드 대학 내에 불교학 교수직을 만들고 이를 불교학 센터가 돕는다는 것을 기본적인 방향으로 하고 있다.      

다행히 일본의 불교전도협회(Bukkyo Dendo Kyokai)에서 2년여를 기한으로 옥스퍼드대학에 누마타불교교수(Numata Professor of Buddhism)직을 만들기 위한 전국적인 모금운동을 시작한다고 한다. 용곡대학의 카츠라 쇼류 교수에 의하면, 옥스퍼드에 1870년대에 유학해서 범어를 공부하고 돌아온 두 스님을 중심으로 일본의 근대불교학이 시작되었다는 점이 불교전도협회가 모금운동에 적극적으로 나서게 된 중요한 동기가 되었다고 한다. 현재 초기대승불교 분야의 세계적인 권위자인 폴 해리슨(Paul Harrison)이 이 자리의 유력한 후보자로 거론되고 있다. 현재 불교학 센터는 곰브리치 교수와 제프 범포드(Geoff Bamford)를 중심으로 영국 내 모금운동에 들어가 있으며 지난 6월부터 옥스퍼드 대학의 울프슨 컬리지(Wolfson College)에 조그마한 사무실을 열어 본격적인 준비작업에 들어가 있다.    

옥스퍼드 불교학 센터가 담당하게 될 일은 옥스퍼드에 이미 설립되어 있는 유태학 센터, 이슬람 센터, 힌두 센터 등과 마찬가지로 불교의 전문적이고 학문적인 연구를 뒷받침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자체적으로 옥스퍼드 대학에 불교학 관련 강좌를 만들고, 해외 유명 석학들을 초청하여 세미나를 개최하며, 옥스퍼드에 산재해 있는 해외 불교학자들의 불교학 관련 자료들을 활용할 수 있도록 돕고, 관련 서적들의 출판을 돕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비록 규모가 작은 미완의 홈페이지지만 이곳에서는 앞으로 출범하게 될 옥스퍼드 불교학 센터의 목적과 출판 등에 대한 정보와 함께 곰브리치 교수의 근황 및 영국 불교학계의 동향도 파악할 수 있다.      

다음으로 클레이 범어문고는 곰브리치 교수의 학창시절 동료인 존 클레이(John Clay)의 소망을 받아들여 시작하게 되었다. 존 클레이는 곰브리치 교수의 선배로서 학창시절에 함께 범어 문헌들의 연구에 심취했었지만, 졸업 후 큰 돈을 벌어 다시 범어를 시작하겠다는 소망과 함께 진로를 비즈니스 쪽으로 돌려 미국에서 크게 성공한 백만장자이다.

 

사업 일선에서 은퇴한 존 클레이는 거의 모든 라틴어 고전들이 문고판의 형태로서 좌측은 라틴어 원전, 우측은 영어 번역으로 일대일 대응 편집되어 처음 라틴어를 시작하는 사람들 뿐만 아니라 일반 독자들에게까지 원전의 묘미를 전달하고 원전을 직접 읽으려는 동기를 부여하고 있는 점에 착안하여 곰브리치 교수에게 동일한 방식의 범어 문고판을 편집하여 출판하는 일을 제안하게 된다.

선배이자 옛 동료의 부탁을 받은 곰브리치 교수는 이 일이 범어의 대중화를 이끌고 아직 많이 알려지지 않은 범어 불교 문헌들의 번역작업을 도울 수 있다는 판단 하에 사람들을 모으고 옥스퍼드 북부 키들링턴(Kidlington)에 사무실을 열고 탄트라 불교를 전공한 아사벨 어니언(Isabelle Onians)과 힌두 사이비즘을 전공한 바수데바(Somadeva Vasudeva)를 중심으로 2005년 2월에 첫 12권의 출판을 목표로 현재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문고의 디자인 번역 및 편집은 영국에서, 출판은 미국 뉴욕대학의 출판부에서 담당하게 된다.

필자가 올 9월에 옥스퍼드를 방문했을 때, 이 시리즈의 제 1권으로 제임스 맬린슨 경(Sir James Mallinson)의 『마법사들의 황제』가 갓 완성되어 나온 초판을 볼 수 있었다. 이 책은 부다스와민(Budhasvamin)의 영웅전으로 왕자 나라와하나닷따(Naravahanadatta)가 왕궁으로부터 마법사들의 산으로, 후궁들의 침실로부터 상인들의 배로 여행하는 영웅적인 모험담을 그리고 있다. 그 외 불교 문학작품과 라마야나, 마하바라타가 각 장별로 여러 학자들에 의해 현재 활발하게 번역되고 있다.  

제법 완성된 형태를 갖추고 있는 이 홈페이지를 방문하면 클레이 범어문고에 대한 소개와 각 권에 대한 간략한 해설 및 참여 필자들에 대한 자세한 소개와 함께 앞으로 마하바라타와 라마야나를 비롯한 50여권의 불교 및 힌두 문헌들을 전 세계 독자들에게 알리겠다는 존 클레이의 다부진 포부와 이를 현실화 하기 위한 곰브리치 교수의 열정을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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