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의 전생 이야기
세리야(Seriya)의 두 상인
안양규/ 불교문화대 불교학과 교수

낙담하며 미래에 대해 아무런 희망을 가지고 있지 않던 한 비구를 격려하기 위해 사위성에서 부처님이 머물고 있을 때 하신 이야기이다. 부처님은 그 비구에게 용기를 북돋웠다. “만약 그대가 열반에 이르게 하는 가르침을 수행하는 것을 포기한다면, 그대는 오랫동안 고통을 맛볼 것이다. 마치 세리야의 한 상인이 수백만 원의 가치를 지닌 금 그릇을 잃어버리고 고통 받는 것과 같이 될 것이다.” 이 상인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싶다고 하자, 부처님은 다음의 전생 이야기를 해 주었다.

 

아주 먼 옛날, 보살은 정직한 상인이 되어 세리야국에서 장신구를 팔았다. 보살은 탐욕스러운 상인과 함께 경쟁관계에 있었다. 어느 날 두 상인은 텔라바하(Telavaha) 강을 건너 번화한 안다푸라(Andhapura)시에서 물건을 팔게 되었다. 보통 때처럼 서로 경쟁하지 않기 위해, 도시를 반으로 나누어 각각 물건을 팔기로 하였다. 이 도시엔 붕괴 직전의 거대한 저택이 있었다.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이 저택에 살고 있던 가족들은 부유한 상인이었지만, 재산은 점점 줄어들어 조금도 남지 않게 되었고 남자들은 모두 죽었다. 오로지 손녀와 할머니가 간신히 생계를 꾸려가고 있었다. 탐욕스러운 상인이 여기저기 돌아다니다가 이 집에 이르러 외쳤다. “구슬 목걸이 사세요.” 어린 손녀가 듣고 할머니에게 조그마한 구슬 목걸이를 사달라고 간청하였다. 할머니가 집엔 돈이 한 푼도 없어서 사줄 수 없다고 대답하자 손녀는 갑자기 오래된 그릇을 떠올렸다. “할머니! 이 낡은 그릇을 주고 멋진 구슬 목걸이를 얻으면 되지 않나요?” 이 낡은 그릇은 가장이었던 부유한 상인이 사용하였던 것으로, 그가 살았을 땐 그릇은 아름답고 값비싼 것이었지만 그가 죽고 난 후 그릇은 다른 항아리와 그릇에 뒤섞이고 잊혀졌다. 오랫동안 사용되지 않았기 때문에 그릇은 녹으로 뒤덮이게 되었다. 그래서 손녀와 할머니는 그 그릇이 금으로 만들어져 있다는 것은 상상조차도 할 수 없었다. 할머니는 상인에게 집안으로 들어오게 하여, 그릇을 보이며 말했다. “내 손녀가 구슬 목걸이를 갖고 싶어 하는데 이 그릇과 구슬 목걸이나 다른 장신구하고 바꾸어 주지 않겠습니까?” 상인은 그릇을 손에 들고 이리저리 살펴보았다. 금 그릇이 아닐까 의아해하면서 바늘로 그릇의 표면을 긁어 보았다. 상인은 즉시 그릇이 금으로 만들어진 것임을 알았다. 내색을 하지 않으면서 상인은 어떻게 할까 생각하였다. 욕심이 가득 치밀어 올라 그는 아무것도 주지 않고 그냥 그 그릇을 얻고자 하였다. 짐짓 화를 내며, 상인은 소리를 질렀다. “나에게 왜 이런 돈 안 되는 그릇을 가져오느냐? 이것은 반 푼의 값어치도 없다.” 상인은 그릇을 바닥에 던지고 일어서 집 밖으로 태연한 척 하며 나가버렸다.

얼마 후 정직한 상인이 여기에 돌아다니며 물건을 팔다가 할머니와 손녀가 살고 있는 집에 이르러 외쳤다. “구슬 목걸이 팝니다.” 다시 한번 어린 손녀는 할머니에게 이전과 똑같이 목걸이를 사달라고 빌었다. 늙은 할머니는 조용히 타일렀다. “아가야! 조금 전에 상인이 그 오래된 그릇을 바닥에 내팽겨 치고 집을 나가지 않았느냐? 이 그릇 이외에 무엇으로 목걸이와 교환할 수 있겠니?” 손녀는 응답했다. “할머니! 조금 전의 상인은 탐욕스럽게 보였어요. 지금 이 상인은 정직한 것 같아요. 아마도 그릇을 받아 줄 거예요.” 할머니는 손녀의 간청에 못 이겨 할 수 없이 상인을 집안으로 들어오게 하고, 그릇을 건네주었다. 상인은 즉시 그 그릇이 금으로 만들어진 것임을 알고 말했다. “할머니! 이 그릇은 수백만 원의 가치가 있어요. 미안하지만 나는 그만한 돈이 없어요.” 상인이 이렇게 말하자 할머니는 말했다. “조금 전 한 상인은 이 그릇은 반 푼의 가치도 없다고 말하면서 화를 내며 바닥에 내팽겨 쳤어요. 지금 당신의 정직한 감정에 의해 이 그릇이 금 그릇임이 판명되었어요. 이 그릇을 가지세요. 그리고 우리에게 무엇인가를 좀 주세요. 우리는 만족할 거예요.” 그 때 상인은 자신이 가지고 있던 돈과 장신구를 모두 할머니에게 주고 그릇을 가졌다. 서로 상대방에게 고마워하며, 상인은 금 그릇을 가지고 고향으로 돌아갔다.

정직한 상인이 떠난 지 얼마 되지 않아 탐욕스러운 상인이 할머니의 집으로 다시 되돌아와, 겉으로 마지못해 그들의 제안을 받아들이는 척 하였다. 상인은 그릇을 가져오면 장신구 한두 개를 주겠노라고 말하자, 할머니는 분노의 음성으로 외쳤다. “이 사기꾼!  너는 우리의 금 그릇을 반 푼의 가치도 없다고 하였다. 다행히도 정직한 상인이 와서 금 그릇임을 알려주었다. 그는 우리에게 충분한 돈을 주고 가져갔다.” 상인은 할머니의 말을 듣고, 격심한 고통이 온몸을 엄습하고 있는 것을 느꼈다.

탐욕스러운 상인은 동료 상인이 자신의 금 그릇을 강탈하여 갔다고 외치며, 울부짖었다. 격렬한 증오심이 마음 속에 치솟아 올랐고, 심장은 요동을 치고, 입에서 피가 흘러 나왔다. 마침내 뜨거운 태양에 논밭이 갈라지는 것처럼 그의 심장도 산산조각이 나게 되었다.

 

붓다의 가르침은 금 그릇 이상의 가치를 지니고 있다. 그 가치를 알지 못하거나 또는 알면서도 다른 욕심으로 붓다의 가르침을 포기하는 것은 금 그릇을 알면서도 더 큰 욕심으로 일시적이지만 내버려두어 영영 얻지 못하게 된다. 불법의 진정한 가치를 볼 수 있는 안목을 가지고 불법에 귀의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어떠한 계기이든 불문에 들어오고 나서 다른 유혹에 빠져 중도에 포기하는 것은 있어선 안된다고 가르치고 있다. 금 그릇이야 장신구에 지나지 않지만 불법은 생명과 직결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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