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心佛心 마음의
노래 강석근/ 인문과학대학 국어국문학과
강사
蒼天傾兮大地偏
푸른
하늘이 기울고 대지가 넘어지며
五岳側兮三山移 오악이
기울고 삼산이 옮겨가네
惟心之正兮不兀不? 오직
마음의 바름이여! 흔들리고 기울지 않네
石能韋兮鐵能綿 돌이
가죽 되고 쇠가 솜 되며
金可朽兮玉可腐
금이
낡고 옥이 썩을지언정
惟心之貞兮亘萬古而彌固 오직
마음의 곧음이여! 만고에 견고하네
<중략>
莫云一寸廣或千里
마음 좁다
마오. 넓게 쓰면 천 리도 되고
凜焉如氷澄焉如水 차기는
얼음 같고 맑기는 물과 같네
心哉心哉異於人 마음이여!
마음이여! 사람마다 다르네
孰以此付吾
噫噫誰知夫 누가 마음을 나에게 붙여주었나
아! 아! 누구인들 알 수 있으리
<동국이상국집
전집 19권, 心偈>
이
시는 이규보의 <마음의 노래[心偈]>라는
작품이다. 선불교에서 가장 중요시하는
대상은 마음이다. 그러므로 불교도가
지향하는 궁극적인 깨침은 곧 마음의 실체를
찾아내는 행위와 관련 깊다. 이른바 “부처가
곧 마음이요 마음이 곧 부처[佛卽是心心卽是佛]”라는
명제가 이에 근거한다.
이
시에서 시적 화자가 중요히 여기는 초점은
마음의 불변성이다. 미욱한 중생에게 마음은
번뇌나 변화를 유발하는 대상이고 하늘과
대지는 무너지지 않는 고정불변의 세계이다.
따라서 중생에게 하늘과 대지와 금옥은
불변과 불후를 상징한다. 그러나 마음이
무엇인지 분명하게 인식하고 있는 시적
화자에게 푸른 하늘과 대지뿐만 아니라
금과 옥까지도 인연에 따라 생겨났다 사라지는
하찮은 존재일 뿐이다.
이에
비해 마음은 작아졌다 커지는 탄력성을
가지며, 얼음처럼 차고 물처럼 맑고 어떤
번뇌와 속진도 훼손하지 못하는 절대적
경계라는 것이다. 이는 오직 마음을 중시하는
유심론적 사고와 연관된다. 그러나 ‘마음이
곧 부처’라는 경직된 선가의 논리를 새로운
해석과 개성적 표현으로 마음의 중요성을
자연스럽게 일깨워준 이 게송은 감성이
살아있는 한편의 아름다운 시이다. 과장된
논리와 수사로 쓴 이 게송이 논리적인
법문보다 오히려 교훈적이고 감동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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