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 해외 석학의 불교 특강
인도불교의 미래상
카츠라 소류(桂 紹隆)/ 일본 龍谷大學 교수

 

필자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의 인도불교에 대한 연구의 역사를 회고해 보았다. 여기서는 이 같은 불교학의 현황을 바탕으로, 필자가 기대한 미래상을 그려 보고 싶다.

2차 세계대전 후의 불교학을 특징짓는 다섯 개의 포인트, 즉 ‘티벳불교 연구의 발전과 인도불교 연구에 미친 영향’, ‘불교 연구의 국제화’, ‘불교 연구의 방법론의 다양화’, ‘사본 연구의 발전’, ‘불교 텍스트의 전산화’는 모두 현재 진행 중인 사업이다. 그 가운데 특히 앞으로의 불교 연구를 방향 짓는 것으로서 ‘전산화’ 혹은 ‘정보 처리 기술의 도입’을 말하고 싶다.

현재 고전적인 불교 문헌의 대부분은 전산화되고, 인터넷 상에서 공개되고 있다. 따라서 종래 텍스트의 일자색인이 없으면, 경험과 느낌에 의해 해독된 불전의 모든 대비 부분을 참조해서 문맥에 적절한 해석을 제공해야만 가장 이상적인 작업이 가능할 것이다. 다만 검색 작업에 의해 모인 방대한 데이타를 무비판적으로 조작하는 것만으로는 결코 새로운 지견을 생산할 수 없다. 고전 텍스트를 정확히 읽는 어학력과 텍스트의 배경을 알아내는 통찰력이 한층 요구되고 있다. 한편, 대량의 데이타를 한번에 처리 가능한 프로그램의 개발은 中谷英明의 선구적 업적에서 보이는 것과 같이, 음율의 통계학적 처리를 가능케 하고, 텍스트의 역사적 자리매김을 보다 용이하게 한다.

전산화의 흐름은 고전 텍스트의 문자 정보에만 머무르지 않고, 이미 출판된 연구 논문이나 저서의 파일, 미출판된 사본의 화상 정보, 고고학적 유적이나 유품, 불교미술 작품의 화상 정보 등, 다양한 정보가 인터넷 상에 공개되어 왔다. 이것들을 집대성한 ‘전자도서관’이라는 구상이 구체화되고 있다. 또한 루이스 랭카스터의 ‘전자 문화지도’(Electric Cultural Atlas)의 구상과 같이, ‘지리 정보 처리 시스템’(GIS)을 이용해 세계 모든 문화 정보를 역사적으로, 더 나아가 지리적으로 데이타베이스화해서 종합적으로 또는 분석적으로 파악하려는 움직임도 활발하다. 불교에 관한 다양한 정보도 데이터베이스로 구축됨으로써 다른 종교, 역사와 지리, 정치와 경제 등 다양한 정보와 GIS을 통해서 연결되고, 이제까지 상상할 수 없었던 새로운 연구의 시점이 확보될 것이다.

인터넷은 무수한 퍼스널 컴퓨터를 유기적으로 연결하고 있다. 컴퓨터 앞에 있는 연구자는 단순히 기존의 데이타를 일방적으로 접근할 뿐만 아니라, 연구자들이 인터넷의 통해 서로 정보를 교환할 수 있다. 예를 들면, 동양학원대학의 뮬러(Charles Muller)가 주재하는 세계의 불교 연구자를 대상으로 하는 “H. Buddhism”은 불교 연구에 관한 모든 질문에 대해, 여기에 참여하는 학자가 다양한 답을 제공하는 형태를 갖고 있다. 모든 질문과 대답은 인터넷 상에 축적되어 언제든지 과거의 정보로 접근 가능하다. 뮬러 자신은 인터넷 상에서 ‘디지털 불교어 사전’을 공개하고 있다. 모니엘 윌리엄스(Monier-Williams)의 ‘범영 사전’(Sanskrit-English Dictionary) 등 사전류도 점점 공개되고, 2001년 7월 동경대학에서 개최된 일본 인도학불교학회의 심포지엄에서 위턴(Christian Wittern)이 제창한 ‘불교전자도서관’ 구상은 조금씩 구체화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다시, 텍스트의 전산화로 돌아가면, 지금은 단순한 디지털화가 아니라, 그 곳에 다양한 부가적 정보를 기호화(Encoding)해 둘 수 있는 사고가 확산되고 있다. 더욱이 전산화된 텍스트를 복수의 연구자가 인터넷 상에서 공유하고, 저마다 갖고 있는 정보나 주해를 써 넣기도 하며, 링크를 확장하여 이차적 정보를 서로 공유하기도 하는 대화식의 전자 텍스트 이용이 시도되고 있다. 이로써 지리적으로는 멀리 떨어져 있는 연구자가 공통으로 문헌 연구를 용이하고 신속하게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상과 같이 불교 연구에 정보 처리 기술의 도입은 고전 연구를 한층 더 발전시키고 심화를 도모한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일자일구(一字一句)를 정독하는 전통적인 고전 문헌 독해의 기법은 스승과 제자 사이에서 일대일로 직접 전해져야만 한다. 반복해서 말하지만, 텍스트의 정확한 해독력이 없으면, 방대한 텍스트 데이타도 고도의 분석 프로그램도 어떤 의미를 갖지 못하는 것이다.

2002년 12월 방콕의 추라론곤 대학에서 개최한 제13회 국제불교학회의 기조 강연(Relying on the Dharma and not the person: Reflection on Authority and Transmission in Buddhism and Buddhist Studies)에서, 폴 해리슨은 세계의 대학이 경쟁 논리에 젖어 있는 현실을 해학적으로 표현하여 참가자 일동의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우리들은 지금 어떻게 해서 고전 문헌의 전통을 다음 세대에 전하는 일이 가능할 것인가라는 난문에 직면해 있는 것이다.

中谷英明이 주재한 특정 연구, 즉 ‘고전학의 재구축’이라는 프로젝트는 흡사 그와 같은 문제 의식에서 출발된 것이다. 이 같은 기획으로 동서 고전학의 전통이 처음으로 대화하는 공통의 장이 제공되었다.

솔직히 말해 대화는 이제 시작되었을 뿐이다. 그러나 그 영향은 한없이 강한 것이다. 고전의 전통은 문명의 전통과 대응하는 것이다. 다른 문명간의 충돌이 지구를 지배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오늘날, 다른 고전 학자의 대화와 공동 연구는, 공통하는 가치관의 확인과 다른 가치관의 존중을 추진한다는 중요한 사명을 띠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오늘날의 불교 연구자는 그 문헌학적 연구의 성과를 불교학 특유의 난해한 술어를 가능한 한 피하고, 알기 쉬운 어휘로 다른 고전 연구자에게, 더욱이 사회 전체에 발표해 갈 필요가 있을 것이다.

불교 연구와 타 연구와의 교류는 고전 연구만으로 한정되지 않는다. 불교 문헌학이 역사학이나 고고학이나 미술사학, 언어학이나 문화인류학, 심리학이나 뇌과학 등의 다양한 인접 분야와 교류하고, 그렇게 하여 획득한 지견을 적극적으로 이용함으로써 보다 정확히 흥미로운 불교사를 재구축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불교 사상이 갖는 현대적 의미에 관해서 보다 공평한 판단을 내릴 수 있을 것이다.

불교 학자가 처한 현대적 문제에 대한 공동 인식의 일례로서 슈미트하우젠을 소개하고 싶다. 그는 1980년대에 환경 문제에 눈을 뜨고, 실생활에 있어서 자동차를 사용하지 않고, 채식의 자연 식품을 먹고, 그 때까지 소중히 가꾼 정원을 자연 그대로 방치하는 등 철저히 환경에 우선한 생활 방식을 선택했다. 그는 불교 문헌 학자로서 불교가 역사적으로 어느 정도 자연 환경을 평가해 왔는가를 고찰하는 일에 신중히 접근하고 있다. 그의 성과는 『불교와 자연』과 같은 저서 등으로 발표되어 있다. 여기에는 새로운 ‘불교 윤리학’의 가능성이 엿보인다.

끝으로 불교 문헌을 연구하는 사람은, 동시에 ‘살아 있는 불교’를 연구 대상으로 하는 현지 조사를 실행해야만 한다는 前田惠學의 조언을 재검토해 보고 싶다. 서구 사회로부터 한발짝도 나온 적이 없는 ‘아마추어 불교 학자’였던 푸생(Luis de La Vallee Poussin)의 후계자 라못트(Etienne Lamotte)가 생애에 한 번 처음으로 일본을 방문했을 때, 자신의 평생의 연구 대상인 불교의 실상에 접해 감격했다고 말했던 것을 들은 기억이 있다.

벨기에에서 태어난 이들 두 사람의 불교 학자는 훌륭한 문헌학 연구를 우리들에게 남겨 주었지만, 그것은 주로 불교의 교리적 이해에 관한 것이었다. 푸생은 최후에 강한 관심을 갖고 있었던 밀교 연구를 문헌만에 의한 연구의 한계를 알고 단념한 후, 교의 연구에 전념했다고 전해지고 있다.

그러나 불교는 단순히 철학적 교의는 아니다. 인간의 생과 사의 문제에 밀접하게 관련된 종교이다. 그렇다고 한다면, 불교 연구자는 고전적인 불교 문헌뿐만 아니라, 그것과 면면한 연결고리를 갖는 ‘살아 있는 불교’와 현실 사회에 관한 관심을 결코 잃어 버리면 안될 것이다.

* 이 글은 9월 3일, 다향관 세미나실에서 있었던 “인도불교학 연구의 회고와 전망”이라는 특강의 원고(불교문화연구원 전임연구원 김소운 스님 번역)에서 그 일부를 발췌하여 정리한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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