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 해외 석학의 불교 특강 대승불교의
흥기에 유의할 문제 사사키 시즈카/
사사키 시즈카(佐佐木閑)/ 花園大學 교수 정리:
이자랑/ 전자불전연구소 전임연구원
백중이었던
지난 8월 30일, 동국대학교 다향관 세미나실에서는
대승불교의 기원에 관한 특강이 열렸다.
일본 하나조노(花園) 대학의 사사키 시즈카(佐佐木閑)
교수의 강연이었다. 백중이라 혹시 세미나실이
썰렁하지는 않을까 우려한 것과는 달리,
많은 학생과 연구자들이 꽉 들어찬 상태에서
특강은 활기차고도 진지하게 이루어졌다.
많은 사람들이 사사키 교수의 강연을 통해
대승불교의 기원 및 인도불교사를 연구할
때 주의해야 할 새로운 시점을 발견하는
소중한 시간이었으리라 생각된다. 이하,
사사키 교수의 강연 내용을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과학철학에서
흔히 사용되는 패러다임 쉬프트(paradigm
shift)라는 용어가 있다. 어떤 한 시대의
사람들이 아무런 의심없이 받아들이고
있던 상식적인 생각이나 견해가 하나의
발견을 계기로 획기적인 인식의 전환을
일으키는 것을 가리키는 말이다. 뉴턴,
아인슈타인, 제임스 왓튼과 같은 과학자들의
발견이 대표적인 예이다. 그런데 불교학에서도
이와 유사한 큰 패러다임 쉬프트 사건이
발생한 적이 있다. 바로 에도(江戶)시대에
도미나가 나카모토(富永仲基)가 주장한
대승비불설론이다. 그 이전까지는 대승이
불설임에 아무런 의문도 느끼지 못했던
사람들이 이 도미나가의 주장으로 동요를
느끼기 시작한 것이다.
도미나가의
주장은 당시에는 큰 반응을 불러일으키지
못했지만, 메이지 시대에 유럽으로부터
문헌학이 도입되고 빨리 성전에 근거한
상좌부 불교의 존재가 확인됨에 따라 다시
되살아나, 이후 일본 불교학계에서는 대승의
불설, 비불설 문제가 중요한 논쟁거리로
등장하게 된다. 대승불교권인 일본불교에
있어 대승이 불설인가 비불설인가는 자신들의
정체성을 확인하는 중요한 문제였기 때문이다.
결국 두 가지 설이 가장 대두되었다. 그
중 하나는, 대승불교가 전통 부파교단으로부터
나왔다는 ‘대중부 기원설’이며, 또 하나는
불탑을 중심으로 한 재가 교단을 대승의
기원으로 보는 히라카와 아키라(平川彰)의
‘재가불탑 기원설’이다. 이 두 설은
대승의 기원을 각각 출가자와 재가자로
본다는 점에서 대조적인 설이었다고 할
수 있다.
일본
학계에서는 율장의 철저한 연구에 근거한
히라카와 교수의 학설을 지지하는 학자들이
많았으며, 이후 3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재가불탑 기원설은 대승의 기원을 밝혀주는
정설로서 부동의 자리를 지켰다. 한편
서양에서는 비교적 대중부 기원설이 우위를
차지해 왔다.
그런데
90년대에 들어서면서 불교학의 각 분야에서
연구하는 학자들이 각기 대승에 관한 새로운
연구 결과를 발표하며, 히라카와설 및
대중부 기원설에 반대하는 의견을 속속
발표하기 시작했다. 대승의 기원에 관한
연구에 무궁무진한 새로운 가능성이 열리기
시작한 것이다. 현재 이들의 연구는 각자의
연구 분야에서 독립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아직 하나의 명확한 결론에 이르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세세한 부분에서는
서로 다르다 하더라도 대승불교를 만들어
낸 사람들이 재가자가 아닌, 전통 부파교단에
속해 있던 출가자라는 점에 관해서는 의견의
일치를 보고 있다.
대승의
기원에 관한 사사키 교수의 연구는 『인도불교변이론』(2000년)과
「부파불교의 개념에 관한 다소 기묘한
제언」(櫻部建博士喜壽記念論集), 『초기불교에서
아비달마로』(2002년, pp. 57∼71)에서
상세하게 다루어지고 있다.
간단히
소개하자면, 대승불교는 불교 승단의 운영
형태가 실질적으로 변화, 즉 서로 다른
의견을 지닌 자들이라도 승단의 행사만
함께 한다면 파승(破僧)이 되지 않는다는
파승 개념의 변화에 기인한 교리의 상대화에
촉발되어 나타난 동시다발적인 종교 운동이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들은 대승의 기원을
고려할 때, 성급하게 하나의 특징으로
대승을 성격지우고 연구를 진행시켜서는
안 되며, 대승의 다양한 모습을 인정하며
여러 가지 각도에서 연구를 진행시킬 필요가
있다.
지금
단계에서 대승의 기원이란 매우 막연한
형태로밖에 표현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며,
이 주제는 바로 지금부터 많은 젊은 연구자들의
관심과 도전이 필요하다. 현재 학계에서는
대승의 기원과 관련하여 불탑 문제, 보살의
주처(住處) 문제, 대승 경전의 정밀한
분석, 불설비불설론의 연구, 대승의 발생과
같은 시기에 제작된 자료의 면밀한 검토,
남방 분별설부 및 『대비바사론』 이전의
유부의 정체를 해명하는 일 등이 특히
중요한 문제로서 주요 논의 과제가 되고
있다.
이
점들을 주의 깊게 살펴보며, 동시에 이
분야에서 최고의 성과를 낸 히라카와 교수의
연구를 다시 한번 신중하게 재검토한다면
많은 성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번
특강을 통해 사사키 선생은 대승의 기원에
관한 구체적인 답변을 준 것은 아니지만,
지금까지 대승의 기원을 생각할 때 간과하고
있던 중요한 사실을 인식시켜 주었다.
사사키 선생은 자신의 지금까지의 연구
결과에 비추어 본다면, 대승불교는 단일한
원천으로부터 일어난 것이 아닌, “어떠한
사상이라도 불교로서 수용한다”는 새로운
승단의 운영 형태가 계기가 되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폭넓은 종교 운동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므로 그 기원을 단일 부파나 단일
사상으로 상정해서 연구를 진전시킨다면,
반드시 막다른 골목에 이르러 빠져나올
수 없게 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당분간은
가능한 한 많은 가능성을 고려하며 폭넓게
종교 운동으로서의 대승의 역사적 변천을
큰 시점에서 파악하는 한편, 대승 내부의
개개의 계통에 관해서 면밀하게 그 발생
상황을 해명하는 양 단계에 걸친 연구
태도를 유지하는 것, 바로 이것이 현재
우리들이 대승불교의 기원을 연구할 때
필요한 연구 자세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