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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心佛心
찬 스님의 시에 차운하여
강석근/ 인문과학대학 국어국문학과 강사
칗칗浮生隙駟馳 아아! 덧없는 인생은 달리는 수레와 같아
病於盃酒老於詩 잔술에 병들고 시 짓다 늙어가네
誰將明鏡來相照 누가 밝은 거울 가져와 비춰주려나
珠在皮膚自不知 구슬을 가지고도 스스로는 알지 못하네.
<동국이상국집 전집 1권, 次韻璨師>
이 시는 이규보의 <찬 스님의 시에 차운하여>라는 작품이다. 이 시가 그의 문집 1권에 실려 있는 것으로 보아 청년기에 지어진 듯하다. 이 시는 기·승구와 전·결구로 나누어 살필 수 있다.
먼저 시의 앞구절을 살펴보면, 시적 화자에게 삶이란 질주하는 네 마리 말[駟馬]을 문틈으로 들여다보는 것과 같은 덧없는 행위이다. 백년 인생도 이처럼 찰나에 불과한데, 오직 시 짓고 술 마시며 허송하는 청춘이 시적 화자 스스로도 무척 한심스러웠을 것이다. 이런 자신의 모습에서 시적 화자는 미망 속에서 헤매는 중생의 모습을 보았을 것이다.
전·결구는 도치문이다. 문장을 바로잡으면 “구슬을 가지고도 스스로는 알지 못하니/ 어느 누가 밝은 거울로 비춰주려나”이다. 이 표현은 청맹과니처럼 몸에 눈만 달고 다닐 뿐 자신의 힘만으로는 진실의 실체를 볼 수가 없었다는 한탄이다. 그래서 자신을 미망에서 건져줄 선지식의 위대함을 강조하기 위해 문장을 도치시켰다. 전·결구는 ≪법화경≫ <오백제자수기품>에 나오는 ‘계주(繫珠)의 비유’를 시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어떤 가난한 사람이 친구인 부자를 찾아갔다. 부자는 가난한 친구가 술에 취해 잠자는 사이에 먼 여행을 떠나면서 아주 귀중한 구슬을 그 친구의 옷속에 꿰매주었다. 그런데 그 친구는 이런 사실을 알지 못한 채 가난하게 살았다. 그 뒤 우연히 부자를 만나 자초지정을 들은 가난한 친구는 그때서야 보물을 발견하고 부자가 되었다. 엄청난 재력을 지니고 다니면서도 가난하게 살았던 것이다. 이 일화는 인간이 불성을 가지고서도 무명속에서 살아가는 안타까움을 일깨워준 부처님의 거룩한 가르침이다.
불성을 가지고서도 고통스러운 오탁악세를 어리석게 살아가는 인간들처럼 시적 화자는 두 눈을 멀쩡하게 뜨고서도 진실을 찾아내지 못한 자신의 아둔함과 한계를 자각했던 것이다. 이 시는 천애의 고아가 부모의 품을 간절히 그리듯이 암흑 속에 빠진 자신을 구제해줄 부처님의 가르침을 갈구하며 고뇌하는 중생 이규보의 혼란한 심정을 잘 드러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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