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의 전생 이야기

걸어서 강 건너기

안양규/ 불교문화대 불교학과 교수

한 신심 깊은 재가신자(우바새)에 관하여 부처님께서 제타바나(Jetavana) 사원에 계실 때 들려주신 이야기이다. 어느 날 저녁 신심 있는 한 재가신자가 제타바나 사원에 계신 부처님의 가르침을 듣기 위해 가던 중 아치라바티(Aciravati)강 언덕에 이르게 되었다. 그렇지만 강을 건너갈 배가 없었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듣기 위해 뱃사공들이 자신들의 배를 강 언덕에 놓아두고 가버린 것이었다. 재가자의 마음은 부처님을 뵙는다는 생각에 너무나 즐거워서 강물을 향하여 걸어갔지만, 그의 발은 강물의 수면 밑으로 빠지지 않고 강을 건너고 있었다. 마치 딱딱한 육지를 건너는 것과 같았다. 그렇지만 그가 강 가운데에 이르러 일렁이는 파도에 주의를 두게되자, 두려움에 그의 즐거움은 가라앉고 그의 발도 수면 밑으로 빠져들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가 다시 부처님의 위대한 인품에 집중하여 생각하자 빠지고 있던 그의 발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게 되었고 안전하게 강을 건널 수 있게 되었다.

제타바나에 도착하자 그는 부처님께 안부를 여쭙고 한편에 앉았다. 부처님은 그에게 물었다. “선남자여! 오는 길에 불편한 일이 없었기를 바라는데, 무슨 일이라도 있었는가?” 재가신자는 대답했다. “제가 강가에 도착했을 때 강을 건너갈 배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여기로 오는 도중에 부처님에 관한 생각으로 온전히 가득차 있어서, 마치 육지를 건너는 것처럼 강을 건너왔습니다.” 부처님은 말씀하셨다. “선남자여! 그대만이 이런 식으로 보호된 것은 아니다. 과거에도 신심 깊은 재가자들이 타고 있던 배가 넓은 대양에서 파손되어 생명을 잃게 되었을 때 부처님의 위대한 인품을 기억함으로써 그들의 생명을 구할 수 있었다.” 재가자가 자세히 듣고 싶어 요청하므로 부처님께서 전생에 일어난 일을 다음과 같이 말씀하였다.

아주 먼 옛날에 캇사파(Kassapa) 부처님께서 이 세상에 계실 때 불도에 들어온 한 재가신자가 자신의 친구인 부유한 이발사와 함께 배를 타고 멀리가게 되었다. 배를 타고 떠나기 직전 이발사의 아내는 남편의 친구에게 자신의 남편을 잘 돌봐달라고 부탁했다. 배가 항구를 떠난 지 1주일 뒤, 배가 대양 한 가운데에서 가라앉기 시작했다. 두 친구는 나무 판자를 붙잡고 생명을 부지하고 있다가 마침내 무인도에 이르게 되었다. 굶주림에 지친 이발사는 새 몇 마리를 잡아 죽여 음식을 만들었다. 요리된 음식의 일부를 불자인 친구에게 건네주었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믿고 따르던 친구는 이발사에게 고맙지만 자신은 괜찮으니 먹지 않겠다고 하며 새 요리를 거절하였다.

그리고 나서 혼자 생각하였다. “이 외딴 무인도에는 삼보를 제외하곤 우리를 구제할 것은 없다. 오로지 삼보에 대해 깊이 생각하자.” 그 섬에 태어나 거주하고 있던 나가(Naga)왕은 재가신자의 기도에 감동되어 7가지 보배를 가득 실은 아름다운 배로 변신하였다. 세 개의 돛대는 사파이어로 만들어졌고, 갑판과 돛은 금으로, 뱃줄은 은으로 만들어지게 되었다. 바다의 신이 선장으로 변신하여 배 머리에 나와 크게 소리쳤다. “인도로 가고 싶은 여행객이 있습니까?” 재가자는 기뻐하며 응답했다. “바로 인도는 우리가 가고자 하는 곳입니다.” 선장은 재가신자로 하여금 배에 올라오도록 하였다. 불자는 아름다운 배에 먼저 올라 친구인 이발사에게 배에 올라오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선장은 그렇게 할 수 없다고 거절했다. 불자가 그 이유를 묻자 선장은 대답했다. “저 사람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따라 살지 않습니다. 나는 당신을 위해서 이 배를 여기까지 몰고 왔지 저 사람을 위해서가 아닙니다.” 그러자 불자가 부탁했다. “그렇다면, 내가 여태 쌓아온 모든 공덕과 내가 이룩한 모든 능력들은 나의 친구에게 회향하고 싶습니다. 부디 나의 친구가 배에 승선할 수 있도록 허락해 주십시오”

 선장은 재가신자의 우정에 감복하여 허락하였고, 친구의 신의를 저버리지 않는 말을 들은 이발사는 감사의 말을 하였다. 선장은 두 사람을 모두 배에 태워 바다를 건너 갠지즈강에 도착하였다. 바라나시에 있는 그들의 집에 무사히 안착시킨 후 선장은 신비한 힘을 사용하여 그들을 위해 거대한 재물을 만들었다. 그리고 나서 선장은 사람들에게 가르쳤다. “항상 착하고 현명한 친구를 사귀어라. 만약 이발사가 경건한 친구를 두지 않았더라면 대양 한 가운데에서 죽었을 것이다.” 마침내 선장은 자신의 처소로 되돌아갔다. 선장으로 변신한 바다의 신은 부처님이고 배로 변신한 나가왕은 사리불이라고 이야기 끝에 부처님은 밝히고 있다.

이 이야기에는 두 가지가 크게 강조되고 있다. 첫째, 부처님의 가르침에 따라 생활하면 어떠한 어려운 일이 발생하더라도 도움을 받고 보호받는다는 것이다. 삼보에 대한 굳건한 믿음으로 걸어서 강을 건널 수 있었고, 대양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다. 삼보에 대한 굳건한 믿음은 강을 걸어서 가게 했지만 약간의 의심에 의해 발이 강물 밑으로 빠지기도 하였다. 추호의 의심없는 믿음이야말로 일반적인 이성으로 헤아릴 수 없는 기적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둘째, 부처님의 가르침을 따르는 사람을 가까이 하라는 것이다. 이발사는 삼보에 귀의하지 않았지만 불제자인 친구 덕에 살아남을 수 있었다. 착하고 현명한 친구를 사귄다는 것은 불제자를 가까이 하는 것이다. 이름만 불제자가 아니라 붓다의 가르침을 진실로 실천하는 사람이 불제자임에 다시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만약 좋은 친구가 주위에 없으면 무소의 뿔처럼 홀로 가라고 부처님은 가르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