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전의 말씀


역경원 40주년을 맞이하며


최철환/ 역경원 편집부장


석가모니 부처님께서는 성도하신 이후 입멸에 드실 때까지 45년간 많은 가르침을 우리에게 남기셨다. 부처님의 설법은 듣는 사람의 근기에 따라 각기 달리 말씀하셨고, 묻는 사람이 없더라도 스스로 설하신 경우도 있었지만 대부분 그때그때 청중과 문답을 주고받는 형태를 취하셨다. 따라서 그 내용과 형식이 다양하였다.

그러나 부처님께서 설하신 이 다양한 교설은 부처님께서 살아 계실 때에는 책으로 편찬된 일이 없었고, 부처님 입멸후 부처님의 말씀을 정리할 필요를 느껴 몇 차례의 결집을 거쳐 삼장(三藏)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삼장이란 인도에서 이루어진 부파불교의 경, 율, 론을 이르는 말이지만, 그 후 대장경에는 삼장에 포함되지 않았던 대승경전과 경의 논소(論疏), 전기, 여행기, 목록 등이 포함되어 실로  방대한 총서가 된 것이다.

대장경은 기나긴 세월 동안 여러 나라에서 여러 문자로 수차례 만들어졌고 이들이 없어지기도 하고 또 그 내용이 첨가되기도 하였다. 이러한 대장경 가운데 세계적으로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는 것이 우리나라의 고려대장경이다.

지금 해인사에 소장 중인 고려대장경은 고려 현종(顯宗, 1011-1031) 때 만들어진 소위 초조대장경(初雕大藏經)이 몽고의 침입으로 불타 버리자, 고종(高宗 3년, 1236) 대장도감(大藏都監)에서 각판하기 시작하여 고종 38년(1251)에 완성한 것이다.

고려대장경은 불교를 더욱 크게 일으키려는 목적뿐만 아니라 문화국으로서의 위신력을 내외에 선양하고 몽고의 침입을 불법의 힘으로 물리치려는 염원을 담고 국가적인 차원에서 온 나라의 힘을 기울여 조성한 데 그 중요성이 있다.

모두 639함(函) 1,514부(部) 6,805권(卷)에 이르는 고려대장경은 현존하는 한역 대장경 가운데 최고(最古)의 대장경판이며, 정확한 교정을 거친 가장 정확한 대장경인 데에 그 의의가 더욱 크다.

당시 고려대장경을 완벽하게 만들기 위하여 교정한 내용을 담은 고려국신조대장교정별록(高麗國新雕大藏校正別祿)이란 책이 현존하는데, 그것은 당시 대장경 교정에 참여했던 화엄종 승려 수기(守其) 등이 기록한 것이다.

이에 의하면 고려대장경은 국본(國本: 초조대장경)과 송본(宋本: 開寶勅板大藏經)과 거란본(丹本: 契丹大藏經)등 당시 세 가지 판본을 대조하고 교감하여 다른 대장경들의 착오를 바로 잡은 것을 알 수 있다. 이 교감작업은 여러 판본을 서로 대조하여 엄밀하게 문헌고증학적 방법에 의거하였으므로 모든 대장경 가운데 가장 정확하고 완벽한 것이 된 것이다.

그러나 고려대장경은 우리의 말은 있었으나 문자가 없던 시대에 이루어져 일반인으로서는 쉽게 접근할 수 없는 한문으로 되어 있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대장경은 한문을 아는 식자들밖에 읽을 수 없었는데, 일반인들이 쉽게 읽을 수 있게 된 것은 조선조 세종이 한글을 창조한 이후에야 가능하게 되었다. 이후 세조 때에는 간경도감이 관의 주도로 만들어져 능엄경 등 여러 경전이 국역되었고, 그 후에도 간간이 불전들이 한글로 번역되었으나, 이는 전체 대장경의 적은 부분에 지나지 않았다.

일제 강점기에 우리의 말과 글을 빼앗기는 민족적 불운을 맞았다가 8.15 광복을 맞은 우리 민족은 불교와 전통 문화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었다. 한편 불교계에서도 불경의 한글화작업은 불교 대중화에 기여하고 불교학 발전에 밑거름이 된다는 인식이 싹텄다.

이후 6.25 동란으로 전국이 폐허 속에 빠졌다가 전쟁이 끝나자 역경의 기운이 다시 일어났다. 당시 한국 불교의 정화 운동을 시작한 조계종은 한국 불교의 중흥을 위한 목표로 도제 양성, 포교, 역경의 3대 사업을 설정하게 되었다. 그리고 곧 역경위원회법을 제정하여 1962년 11월에는 역경 사업의 효율적이고 지속적인 추진을 하여 종정(宗正) 산하에 역경위원회를 두고 종정이 역경위원을 위촉하였다. 이 역경위원회는 번역, 증의, 윤문, 유통의 4개 분과위원회를 두었다. 또한 번역의 정확성을 기하기 위해 원고심사위원회를 따로 두어 초역된 원고 심사를 맡았고, 용어의 번역을 위해 용어심사위원회를 두어, 1964년 운허(耘虛) 스님을 초대원장으로 부원장에는 석주(昔珠) 스님을 임명하여 팔만대장경 전체를 번역하고 발행할 목적으로 동국역경원(東國譯經院)을 개원하게 되었으니, 역경원은 올해로 40주년을 맞이하게 된 것이다.

한글대장경은 1965년 5월 첫 권인 장아함경이 번역된 이후, 그간 온갖 우여곡절을 겪으며 2001년  318권으로 완간되었다.

이는 고려인들이 고려대장경을 조성하여 불교를 중흥시키고 민족 정기를 세계에 선양하였듯이, 어려운 역경 속에서도 우리말 대장경을 완간하여 불교를 다시 일으키고 민족 정기를 다시 세우려는 부단한 시대적 사명감이 없었으면 불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불교가 이 땅에 전래된 지 1천 6백 년이 지난 지금에야 우리가 진정한 우리말의 대장경을 지니게 되었다는 것은 자랑스러운 일이 아니라 실로 부끄러운 일이다. 그러나 이를 계기로 불교의식의 한글화 등 불교의 대중화를 가속시켜야 하고, 알기 쉬운 용어로 불교교리를 재정립하여 불교학을 체계화하여야 하는 일 등, 대장경 완역과 더불어 지금부터 역경원과 우리 불교계가 해야 할 일은 태산 같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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