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행의 길


기도의 의미


이법산 스님/ 서울 정각원장


사람은 누구든지 바라는 것이 있다. 희망(希望)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다. 사람뿐만 아니라 모든 생명이 근본적으로 가지고 살아가는 삶 그 자체가 새로운 성장의 염원을 가지고 있다고 볼 때, 기도는 미래 지향적인 삶의 의지라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기도는 의타적(依他的) 종교 행위로만 볼 수 없으며, 객체를 원용한 자기 신념의 의지로 마음을 편안히 하고, 그 편안한 마음에서 밝은 지혜가 나타나며, 그 지혜의 힘으로 남을 기쁘게 해줄 수 있는 복덕을 지어 수행하면 번뇌망상이 완전히 소멸되고 깨달음을 증득하여 부처님과 같은 성스러운 지위에 오르게 될 것이다.


첫째, 기도는 안심법(安心法)이다. 기도를 하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걱정근심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마음이 어지럽거나 피곤할 때 고요히 마음에 무언가를 의지하며 하나의 대상(부처님이나 보살)에 집중해보자. 그러면 무거운 마음은 한결 가벼워질 것이다. 어떤 대상이란 내 마음에 가장 존경하고 의지하고 싶은 오직 하나의 모습을 담아보는 것이다. 꼭 부처님이나 보살 같은 모습만이 아니라, 참선을 하는 사람은 화두를 드는 것도 마음이 그 하나라는 방편을 통하여 고요하고 편안해질 수 있다. 참선하는 사람이 하나의 화두에 몰두하듯, 기도하는 사람이 하나의 대상에 몰두하고 염원하면 마음에 망상이 일어나지 않는다. 설사 어떤 망상이 일어나더라도 한 마음의 염원에 몰두해버리면 마음이 편안해질 수 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모든 경전의 내용은 모두가 중생의 수행법이다. 부처님께서는 중생들이 스스로 수행하고 깨달아 모든 고뇌에서 벗어나게 하려는 방편법이다. 부처님께서 중생을 제도하신다는 말은 사람들이 부처님의 가르침을 의지하여 수행하면 모든 괴로움을 떠나서 즐거움의 (극락)세계를 열어갈 수 있도록 하셨다는 말이다. “부처님을 믿고 기도합시다.” 그러면 반드시 마음이 편안해질 것이다.

둘째, 기도는 지혜의 빛이다. 기도를 하면 마음에 번뇌망상이 일어나지 않기 때문에 마음이 지혜롭게 밝아진다. 우리의 본래 마음은 밝은 태양과 같은 것이다. 우리의 마음은 본래 밝고 깨끗한 것인데 보고 들어 마음에 새겨짐으로 마음이 어두워지게 된 것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지식은 악지식(惡知識)도 있고 선지식(善知識)도 있다. 기도는 우리의 생활에 막대한 작용을 하고 있는 모든 지식을 깨끗이 지우는 작업이다. 예를 들면 때묻은 거울을 깨끗이 닦는 작업이다. 거울에 묻은 때가 지워지는 만큼 거울은 밝아지며, 그 밝은 거울은 비쳐지는 사물을 지혜롭게 판별하여 분명하게 비쳐주는 것과 같다. 지혜는 마음의 빛이 되어 모든 일을 밝게 비추어 보고 현상을 확연하게 판단하여 이치에 맞게 처리한다.

셋째, 기도는 복덕의 밭이다. 기도를 하면 많은 복을 지어 행복해질 수 있다. 지혜로운 이는 남을 이롭게 한다. 기도공덕은 남을 위해서 회향하는 것이다. 기도회향에는 반드시 남에게 무언가를 베풀어주어야 한다. 남을 위한 보시는 남을 기쁘게 하며 남이 나의 도움을 받고 기뻐할 때 나는 행복하다. 기도회향을 할 때 방생을 하는 의미는 바로 보시정신을 실현하는 것이다. 방생은 죽을 생명을 살려주는 것만이 아니라 먹을 것을 주거나, 살 곳을 마련해 주는 것도 방생이다. 가난한 이웃을 돕거나 병약자를 돌보아 주거나 양로원에 봉사할동을 하는 것도 방생이다. 나의 생명을 위한 기도는 남을 위하여 회향할 때 반드시 복을 받게 될 곳이다.

넷째, 기도는 성불(成佛)의 길이다. 불교를 믿고 수행하는 최상의 목적은 미혹의 마음을 깨우치는 성불이다. 성불은 부처가 되는 것이다. 대 자유인이 되는 것이다. 성불하면 어떤 괴로움도 장애도 없어서 모르는 것도 없고 하지 못할 일이 없기 때문에 전지전능(全知全能)의 능력을 가진 대 성자라고 한다. 기도는 성불로 가는 정진이다. 염불(念佛)·참선(參禪)·독경(讀經)·주력(呪力)은 모두 기도의 방편이며 성불로 가는 수행이다. 모두가 한 마음의 청정을 위한 수행이기 때문이다.

일심(一心)의 일(一)은 오직이란 뜻이다. 이는 본심(本心)을 말하며 기도를 하면 온갖 잡생각이 무제한으로 떠오르다가 어느 순간에 기도의 한 대상에 합일(合一)하게 되며 청정 본심이 드러나게 되어 태양 같이 밝은 지혜의 자성이 묘용을 일으켜 모든 생명을 더불어 함에 근기(根機)에 따라 중생을 제도하게 된다.


하지만 이런 기도를 함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신심(信心)이다. 신심이 얼마나 깊고 돈독하느냐에 따라 기도 중에 일어날 수 있는 여러 가지 마장(魔障)을 절복(折伏)할 수 있고 인내할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다. 일상 생활을 기도하는 마음에서 스스로를 항복할 수 있는 자제(自制)하는 습관을 갖는다면 어떤 어려움도 기도로써 극복하여 편안한 마음으로 지혜롭게 복밭을 개발하여 모든 생명에게 해탈의 기쁨을 줄 수 있는 깨달음을 성취할 것이다.

“우리 다 함께 기도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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