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각 도량
삼취정계
최법혜 스님/ 경주캠퍼스 정각원장
대승불교 윤리 사상의 중심은 삼취정계(三聚淨戒)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삼취정계란 섭율의계(攝律儀戒), 섭선법계(攝善法戒), 섭중생계(攝衆生戒)로서 대승 보살의 계법을 말하는 것입니다.
대소승의 온갖 계법이 다 이 가운데 소속되지 않는 것이 없으므로 섭(攝)이라 하고, 그 계법이 본래 청정하므로 정(淨)이라 한다고 하였습니다. 그러므로 현행 사분율장과 범망경의 보살계 사상과 사홍서원(四弘誓願) 등은 모두 그 중심이 이 삼취정계에 귀속되어 있습니다.
이 삼취정계의 사상은 중기 대승불교시대에 해심밀경, 유가사지론, 보살선계경, 보살지지경 등에 의하여 성립되고 전승 발전되었습니다. 이 가운데 특히 유가사지론(瑜伽師地論)의 설명이 상세합니다.
첫째, 섭율의계란 출가 보살과 재가 보살이 받는 7중계(7衆戒)를 말합니다. 먼저 출가 보살인 비구, 비구니, 식차마나, 사미, 사미니의 5부 대중이 받는 계율과 재가 보살인 우바새(남), 우바이(여)의 2부 대중이 받아 지키는 계율이 그것입니다.
여기 섭율의계의 내용은 깨달음을 구하고, 그리고 중생을 구제하려고 서원을 세운 보살은 먼저 자기 자신부터 올바른 수행을 하여야 함을 밝히고 있습니다. 출가 재가를 막론하고 자기 몸 하나도 단속을 하지 못하고 무절제한 생활을 하는 사람이 어떻게 중생을 건질 수 있겠습니까? 그러니 먼저 자신부터 구제하라는 것이 이 계의 내용입니다.
그리고 대승계에서는 몸(身)으로 말(語)로 이루어지는 악한 행위도 금지 하여야 할 중요한 대상이지만, 마음(意)으로 짓는 탐욕과 증오와 어리석음의 세가지 독소인 3독의 제거를 더욱 중시합니다. 4중계(4重戒)에서는 (1) 자신을 칭찬하고 남을 헐뜯는 것, (2) 물질이든 진리이든 베풀지 않는 것, (3) 누구에게나 증오하는 마음을 품는 것, (4) 불법을 오해하여 비방하는 것이 보살의 최악의 행위라고 하였습니다.
그러므로 섭율의계를 지키는 보살은 탐욕에서 벗어나 보시의 마음으로 베풀고(布施), 사랑스럽고 자애로운 말을 쓰며(愛語), 그리고 나쁜 행동을 삼가고 이로운 행동을 하며(利行), 사람들과 더불어 어울려 행동하는 것(同事) 등의 4섭법을 지겨야 합니다.
둘째, 섭선법계란 보살이 섭율의계를 받고 난 뒤, 대보리(大菩提: 큰 깨달음)를 이루기 위하여 신(身)·구(口)·의(意)의 3업에 의하여 모든 선업(善業)을 쌓는 것을 가리킵니다. 그 구체적인 사례를 다음과 같은 열 가지로 들 수 있습니다.
(1) 윗 어른들(존장)에 대하여 예배 공경하고
(2) 질병에 대하여는 비민(悲愍)의 마음을 일으켜 간병하고 의약과 음식물등을 보시하며
(3) 부처님의 높은 법문(諸妙法)을 최상의 진리라고 찬탄하고
(4) 공덕이 있는 사람을 찬미하며
(5) 일체중생의 복업(福業)에 대하여 깨끗한 믿음(淨信)을 일으켜 함께 기뻐하며(隨喜)
(6) 다른 사람의 도덕과 법률의 위범(違犯)에 대하여 사려(思擇)하고, 안인(安忍)하며
(7) 몸과 말과 마음의 모든 선근(善根)으로서 무상보리(無上菩提)에 회향하고
(8) 여러 가지 바른 원을(正願)을 일으키며
(9) 모든 훌륭한 공양의 도구(供具)를 삼보에 바치며
(10) 좋은 일은 항상 용맹정진한다.
이것들은 자리이타(自利利他)의 두 면을 포괄한 것인데, 이타의 면에서는 섭중생계와 중복되기도 하지만 특히 질병자에 대한 간호, 시약(施藥) 등은 사회윤리 실천의 현저한 사례가 될 것입니다.
셋째, 섭중생계는 요익유정계(饒益有情戒)라고도 불립니다. 이것은 사람들을 위하는 일을 적극적으로 실행하는 것을 가리킵니다. 불전에서는 이것을 모두 11상(相)으로 분류하여 극히 구체적으로 설하고 있습니다. 다만 지면 관계로 그 내용을 다 옮길 수 없지만 요약하여 설명하자면, 중생들을 위하는 것에는 무엇이든 적극적으로 행한다는 취지로서, 매우 구체적으로 사회적 윤리의 실천이 수반되고 있습니다. 즉 생활 곤궁자에 대한 재물의 보시, 재해의 공포로부터 구하는 무외시, 사회적 봉사, 인간의 정신적 지도, 일상 업무에 대한 조언 지도, 범죄자에 대한 갱생 지도, 스승과 부모에 대한 지은(知恩)과 보은(報恩) 등이 이 계의 특징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삼취정계를 수지하는 보살은 섭율의계를 받아 출가 재가에 해당되는 계와 율을 잘 지켜야 합니다. 이 계는 나쁜 행동을 하지 말라는 지악(止惡)의 계이기 때문에 범하면 파계가 됩니다. 그러나 나머지 섭선법계와 섭중생계는 착한 행동을 하라는 행선(行善)의 계이기 때문에 선업을 쌓지 않으면 파계가 됩니다.
삼취정계의 내용들은 무릇 사람들이 사회 생활을 하는데 있어서 경험하게 되는 모든 장면의 사회윤리의 본연의 자세를 구체적으로 나타내고 있습니다. 비록 이 삼취정계의 사상 성립이 시대적으로 당시 인도 사회를 반영하고 있지만, 그러나 총체적으로 말하면 이러한 사회윤리와 그 실천은 모든 시대와 모든 사회에 공통으로 수용되어야 할 보편성을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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