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법문


미얀마 아비담마의 전래와 현황


우 실라난다 사야도(U Silananda Sayadaw) 스님


이번에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하였습니다. 도착한 후 며칠 지나지 않았지만, 열심히 수행하는 한국 불자들의 모습을 보면서 무척 감명을 받았습니다. 특히 한국으로 오는 비행기 안에서 해인사라는 절에 팔만대장경의 목판이 보관되어 있다는 기사를 보았습니다. 자세히 모르겠지만 매우 방대한 규모로 짐작이 됩니다. 오랜 역사와 더불어 찬란한 유산을 지닌 한국불교에 대해 경외감을 갖습니다. 또한 한국을 대표하는 불교 종립학교인 이곳 동국대학교에서 법문을 하게 되어 무척 기쁘게 생각합니다.

오늘의 주제는 미얀마 아비담마(論藏)의 전래와 연구 현황입니다. 아비담마란 아비(abhi; 뛰어난)와 담마(dhamma; 가르침)가 결합된 말입니다. 즉 경장(經藏)에 기술된 부처님의 가르침을 세밀하게 다루어 놓은 ‘뛰어난 가르침’이라는 의미입니다. 아비담마는 사물의 일반적인 원칙과 원인을 밝힌다는 점에서 철학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궁극적 목표인 닙바나(涅槃)를 실현하도록 이끈다는 점에서 윤리체계이자 종교이기도 합니다.

일부 연구자들은 경전을 이해하는데 있어서 아비담마가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갖습니다. 그러나 아비담마는 경전에 나타나는 내용을 있는 그대로 이해하도록 돕기 위해 고안된 것입니다. 따라서 아비담마의 지식은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으며, 특히 마음과 정신적 요소를 이해하는데 있어서는 필수 불가결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복잡 다단한 심리 현상의 발생과 소멸에 관한 가르침들이 세밀하게 기술되어 있습니다.

경전의 가르침에는 사람이니, 남자이니, 여자이니 하는 관습적 용어들이 나타나곤 합니다. 그러나 아비담마에서는 그러한 관습적 용어들 대신에, 오온(五蘊)이라든가 십이처(十二處) 혹은 십팔계(十八界)와 같은 용어들을 사용합니다. 이것은 아비담마의 설명 방식이 경전의 전통적인 가르침과 구분됨을 의미합니다. 다시 말해서, 아비담마는 경장과 다르게 궁극적 실재(實在; realities)의 분류와 해설에 주된 관심을 가졌던 것입니다.

이러한 아비담마의 논장은 7권의 책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담마상가니(Dhammasangani; 法集論)』·『비방가(Vibhanga; 分別論)』·『다뚜까타(Dhatukatha; 界說論)』·『뿍갈라빤냐띠(Puggalapannatti; 人施設論)』·『까타왓투(Kathavatthu; 論事)』·『야마까(Yamaka; 雙論)』·『빳타나(Patthana; 發趣論)』 등이 그것입니다. 이러한 아비담마의 논장은 아쇼까(Asoka) 왕 시대에 열린 제3차 결집에서 『까타왓투』가 첨부됨으로 인해 최종적인 완성을 보게 되었습니다.

이들 7권의 아비담마 논장 중에서 『담마상가니』4는 내면의 심리적 요소들을 사전적으로 구분·나열해 놓은 것이며, 『비방가』는 그것에 대한 보충서로서의 성격을 지닙니다. 『다뚜까타』는 형이상학적 내용과 그 범주를 규명한 논서이고, 『뿍갈라빤냐띠』는 개개인의 인격과 성자의 지위에 대한 물음과 답변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리고 『까타왓투』는 252가지 이단(異端)의 사설(邪說)을 논파하는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고, 『야마까』는 쌍을 이루는 구문을 통해 여러 심리적 문제를 조명합니다. 마지막의 『빳타나』는 24가지 연기(緣起)에 의한 인과(因果)의 문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이들 7권의 아비담마가 편집됨으로 인해, 경(經)·율(律)·론(論)의 삼장(三藏)이 완성되었습니다. 이러한 삼장의 세부 내용은 부파(部派)에 따라 약간씩 다릅니다. 예컨대 북방불교(北方佛敎)의 설일체유부(說一切有部)에서는 『발지론(發智論)』이라든가 『법온족론(法蘊足論)』 등이 남방불교(南方佛敎)의 아비담마를 대신합니다. 그러나 북방불교의 삼장은 전승 과정에서 일부가 소실되어 단편적으로 존재하며, 각기 다른 부파의 입장을 반영하는 문헌들이 혼재해 있습니다.

다행히 남방불교 상좌부(Theravada; 上座部)의 삼장은 오늘날에까지 온전하게 전해지고 있습니다. 단일 부파의 삼장이 완벽한 형태로 현존하는 경우는 상좌부가 유일합니다. 따라서 남방불교의 삼장은 그들 각각이 독자적인 위상을 가짐과 동시에, 전체가 하나의 일관된 체계를 이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서구의 학자들을 비롯해서 많은 연구자들이 바로 이점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또한 이러한 이유에서, 미얀마 불자들은 스스로 보유한 아비담마 논장에 대해 자긍심을 갖습니다.

남방불교의 전승에 따르면, 아비담마에는 3가지 다른 판본이 있었다고 합니다. 첫째는 부처님께서 천상에 올라가 천신들에게 가르쳤다는 아주 긴 판본이고, 둘째는 부처님께서 지상에 내려와 사리뿟따에게만 전했다는 목차와 다름없는 간략한 판본입니다. 셋째는 다시 사리뿟따 존자가 제자들에게 가르친 길지도 짧지도 않은 판본입니다. 미얀마 불자들은 바로 이 세 번째 판본이 부처님 입멸 직후에 있었던 1차 결집(結集)에서 정리되었고, 또한 지금 우리가 갖고 있는 판본과 동일하다고 믿습니다.

시간이 지나감에 따라, 아비담마에 대한 이해를 돕고자 수많은 주석서와 복주서가 저술되었습니다. 대표적인 아비담마의 해설가로는 서기 5세기의 붓다고사(Buddhaghosa) 스님과 서기 7세기의 담마팔라(Dham

maphala) 스님 등을 꼽을 수 있습니다. 또한 11세기 경에는 아누룻다(Anuruddha) 스님이 『아비담맛타상가하(Abhidhammatthasangaha)』라는 아비담마 입문서를 저술하였습니다. 이들 주석서와 입문서는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아비담마 연구에 유용하게 활용되고 있습니다.

서기 1057년 미얀마 내륙에 삼장과 함께 아비담마의 주석서들이 소개된 후, 아비담마는 마얀마 스님들의 가장 인기 있는 연구 과제가 되었습니다. 또한 미얀마에서도 수많은 아비담마 해설서가 저술되었는데, 1968년 현재까지 빨리어와 미얀마어로 출간된 아비담마 저작물은 총 333편에 이릅니다. 아비담마는 미얀마에서 모든 비구·사미들에게 필수 과목이며, 수많은 재가자들 역시 아비담마의 학습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미얀마에서 전통적인 아비담마 학습법은 주로 밤에 이루어집니다. 즉 불을 끄고 스승과 제자가 함께 앉아 경구를 낭송하는 야간수업의 형식으로 진행됩니다. 아직도 미얀마에는 아비담마의 낭송소리가 전국 각처에서 밤새도록 끊이지 않고 계속됩니다. 밤하늘에 울려 퍼지는 이 낭송소리야말로 전형적인 미얀마적 풍속의 하나로 꼽을 수 있습니다. 이러한 아비담마의 낭송이 멈추지 않는 한 미얀마의 평온한 나날들 또한 계속될 것입니다.


*우 실라난다 사야도 스님은 아비달마 불교철학의 세계적 거장이며, 미얀마 위빠사나 수행의 대표적 스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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