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내 마음속의 부처
남각진/ 불교학생회 회장(조경학과2)

오늘도 나는 "아제아제바라아제바라승아제모지사바하"라는 주문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아침에 하루를 시작하려 할 때나, 어려운 일이 있을 때 항상 읊게 되는 주문이다. 이는 반야바라밀다라는 주문인데, 반야심경에서 이 주문은 일체의 괴로움을 능히 제거 할 수 있는 주문이니, 진실로 헛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잘 알아야 한다고 전하고 있다. 지금 이 순간도 내 방에 항상 걸려져 있는 반야심경으로 이루어진 '佛' 자를 보며 기분 좋게 한 자, 한 자 써내려 간다.

나는 불교 학생회 회장이라고 해서 특별하게 교리를 행하거나, 불교에 대해 많이 아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불교에 대한 관심과 사랑, 자부심은 그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고 확신한다.

나는 집안이 불교인 탓에 어릴 적부터 절에 다니긴 했지만, 대학교에 입학하여 불교 학생회라는 동아리에 들어와 점점 불교에 심취해 가기 시작했다.

그 시기에 나는 '오세암' 이라는 만화 영화를 보게 되었다. 정말 슬픈 내용이었지만 그곳에 나오는 꼬마 남자아이가 하는 행동들은 내 마음 속 깊은 곳에 잠들어 있는 불교에 대한 애틋함을 끌어올리기에 충분했다. 눈으로 보지 않아도 마음으로 볼 수 있는 공부. 이것은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을 볼 때 겉모습만을 보지 않고 그것의 내면을 느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3년 전의 일이었다. 나는 문득 스님들께서 작은 암자에 가셔서 수행을 하듯이 나도 한번 그러한 것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지금 생각하면 내가 그때 왜 그런 생각을 했는가 싶지만, 어쨌건 그때 나는 꼭 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래서 '재미로, 그냥 해보고 싶어서...' 란 생각을 가지고 3000배 중 1배를 시작했다. 108배가 넘어가고 216배, 324배, 432배, 540배가 넘어 가면서 다리도 많이 아프고 절하는 것이 지겹기도 하면서 3000배를 하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은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한번 하기로 마음먹은 것은 쉽게 포기하는 성격이 아닌 나는 이를 악 물고 1배, 1배 정성 들여가며 계속 해서 절을 했다. 나는 힘이 들면 들수록 "옴 살바 못자 모지 사다야 사바하"를 마음 속으로 점점 더 크게 외치며 108염주의 알을 한 알, 한 알 옮겨갔다. 1000배가 넘어가고 2000배가 넘어가고. 절하는 것은 더 이상 힘든 것만이 아니었다. 힘들다는 느낌보다는 뭔가가 내 몸 속으로 들어차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러면서 나의 몸은 점점 가벼워지고 있었다. 절을 할 때의 몸이 마치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아서 움직이는 듯한 느낌이었다. 8시간에 걸쳐 3000배를 마치고, 입정자세로 참선을 하면서 몸과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고 나니, 뭐랄까 마치 날지 못했던 새가 하늘을 날게 되고, 보지 못했던 봉사가 눈을 뜨고 세상을 볼 수 있게 된 것처럼 몸과 마음이 달라진 기분이었다.

나는 3000배를 계기로 인내심과 끈기를 기를 수 있었고 무엇보다도 마음을 다스리는, 눈으로 보지 않아도 마음으로 볼 수 있는 듯한 나의 마음가짐을 얻게 되었던 것 같다. 이것으로 인해 나의 불심은 한층 업그레이드되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나는 학교에서 주최하는 제 3차 명찰 순례에 참가하였다. 흐린 날씨에도 불구하고 나의 마음은 어린 아이가 소풍하길 기다리는 것 같았다.

아무래도 처음 가는 명찰 순례인데다 불교 학생회라는 지위가 나를 더 들뜨게 하는 것 같았다. 비록 학교에서 주최하는 것이었지만 불교 학생회 사람들을 이끌어야 할 나로서는 기대와 설렘이 남들과 같지 않았다. 전남 마산 구례의 화엄사는 나에게 불교에 다시 한번 감탄 할 기회를 주었다. 각황전의 부처님을 보고 있노라면 저절로 고개가 숙여지게되며, 우러러보게 된다. 비는 추적추적 내리고 있었지만 내 마음에는 밝은 햇빛이 비추고 있었다. 명찰순례라는 것을 간 것은 이번이 처음 이었다. 사람들이 명찰순례를 다니는 이유를 이제야 깨달은 내가 조금 부끄럽기도 하지만, 나는 이번 명찰 순례를 내 마음에 심금을 울린 여행이라고 단정짓고 싶다.

종교라는 것은 절대적으로 존재하는 것이라기보다는 자신만의 믿음이라 생각한다.

나는 불교를 사랑한다. 불교가 다른 종교에 비해 뛰어나서 사랑하는 것도 아니고, 불교가 나에게 이득을 주어서 사랑하는 것도 아니다. 불교가 전파되어 들어오면서 토속 신앙을 받아 들여 자기화 한 그런 모습이 나를 이끌었고, 불교의 모든 면이 내 마음 속을 흔들었기에 자연스레 사랑의 감정으로 퍼진 것이다.

나는 불교를 나의 종교라고 말하지 않는다. 나는 불교를 내 마음의 동반자 내지 내 마음을 이끌어준 스승님이라고 말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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