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의 전생 이야기
땅이 갈라지고 있어요
안양규/ 불교문화대 불교학과 교수

어느날 아침 몇몇 비구들이 사위성에서 걸식을 하고 있을 때 외도의 수행자들이 고행을 하고 있는 것을 보았다. 어떤 고행자는 벌거벗은 채 가시 위에 누워 있기도 하였고, 또 어떤 고행자들은 이글거리는 태양 아래 타오르는 불꽃 주위에 앉아 있기도 하였다. 나중에 비구들은 이들 고행자들에 관해 서로 이야기하다가 부처님께 여쭈었다. "부처님이시여, 저렇듯 거친 고행을 하고 있는데 어떤 효과가 있습니까?" 부처님은 대답했다. "비구들이여, 저와 같은 고행에는 어떤 이익도, 어떤 특별한 공덕도 있지 않다. 고행을 조사해 보면, 그것은 마치 똥으로 가득 찬 더미 위를 걸어가는 것과 같고, 토끼가 들었던 소리와 유사하다. 비구들은 토끼가 들었던 소리가 무엇인지 궁금해하며 그것에 관해 이야기 해 달라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비구들의 요행에 붓다는 다음과 같은 전생담을 들려주었다.

 

아주 먼 옛날에 브라흐마 닷타가 바라나시를 통치하고 있을 때, 보살은 서쪽 해안에 인접한 숲에 사자로 태어났다. 숲의 한 지역에선 벨리 나무와 뒤섞여 자라고 있던 야자수가 울창하게 자라고 있었다. 토끼 한 마리가 그 숲 속에서 살고 있었다. 어느날 토끼는 어린 야자수 나무 아래에 누워있으며 이런 저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만약 이 지상이 파괴된다면 나에게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인가?' 바로 그 순간 잘 익은 벨리 나무의 열매가 떨어져 커다란 소리를 내며 야자수 나뭇잎을 때렸다. 이 요란한 소리에 깜짝 놀란 토끼는 온 힘을 다해 달리며 소리질렀다. "땅이 무너지고 있다." 심지어 뒤도 돌아보지 않고 토끼는 달아나기 시작했다. 다른 토끼가 있는 힘을 다해 달리고 있는 토끼를 보고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물으면서 같이 달리기 시작했다. 첫 번째 토끼는 숨을 헐떡이며 묻지 말라고 대꾸했다. 이 대답에 두 번째 토끼는 더욱더 놀라며 쏜살같이 달렸다. 두 번째 토끼는 다시 소리지르며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물었다. 잠시 멈춘 첫 번째 토끼는 "땅이 갈라지고 있다"고 외쳤다. 두 마리 토끼는 함께 겁에 질린 채 달렸다. 그들의 두려움은 전염이 되어 다른 토끼들도 같이 달리기 시작했다. 마침내 숲 속의 모든 토끼들이 함께 도망갔다. 다른 동물들이 이 소동을 보고 토끼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물었다. 땅이 갈라져 무너지고 있다는 대답을 들은 다른 동물들도 살아남기 위해 힘껏 달아나기 시작했다. 이런 식으로 산토끼를 이어 사슴, 무소, 들소, 코뿔소, 호랑이, 코끼리도 달리기 시작했다.

사자가 무작정 달리고 있던 동물들로부터 그 이유를 듣고 침착하게 생각했다. '땅이 결코 무너지고 있는 것이 아니다. 그들이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것이 틀림없다. 내가 만약 빨리 조치하지 않으면 그들은 모두 죽을 것이다. 마땅히 내가 그들을 구제해야 한다.' 최대한 빨리 달려 사자는 선두에서 달리고 있는 동물 앞에 가서 세 번 크게 포효했다. 사자의 웅장한 포효 소리에 달리던 동물들은 멈추어 섰다. 숨을 헐떡이며 땅이 무너지고 있다고 모두 말하자 사자는 누가 그것을 보았는지 물었다. 어떤 동물은 코끼리가 그것에 관해 모두 알고 있다고 대답했다. 사자는 코끼리에게 물어보자 코끼리들은 자신들은 모르고 호랑이가 알고 있다고 대답했다. 호랑이는 자기보다 앞서 달렸던 코뿔소가 알고 있다고 대답하였고, 코뿔소는 자기 앞에 달렸던 들소가 알고 있다고 말했다. 들소는 무소가 알고 있다고 말하고, 무소는 사슴이 알고 있다고 답하였다. 사슴은 자신은 보지 못했고 산토끼가 알고 있다고 답했다. 마침내 사자가 산토끼에게 같은 질문을 하자 제일 먼저 소리를 들었던 산토끼는 자신이 직접 목격했다고 답했다. 사자는 어디에서 그것을 보았는지 물었다. 문제의 산토끼는 대답했다. "벨리 나무와 뒤섞여 자라고 있는 야자수 숲에서요." 산토끼의 대답을 들은 사자는 정확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짐작할 수 있게 되었다. 그렇지만 사자는 사건의 경위를 정확하게 다른 동물들에게 말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다른 동물들에게 부드럽게 말했다. "나는 토끼를 데리고 토끼가 보았다고 하는 곳에 가서 땅이 정말 갈라졌는지 확인하고자 한다. 우리가 돌아올 때까지 여기에 머물고 있어다오." 토끼를 자신의 등에 올려 태우고 사자는 쏜살같이 문제의 근원지에 달려갔다. 토끼를 내려놓고 사자는 토끼에게 정확한 장소를 지적해 달라고 말했다. 토끼는 무서워서 그 곳에 가지 못하겠다고 대답했다. 사자는 토끼를 안심시키며 재촉했다. 토끼는 두려움에 휩싸여 감히 벨리 나무까지 가지 못하고 단지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저쪽에서 땅이 갈라지는 소리가 났다." 사자는 토끼가 지적한 곳에 당도하여 토끼가 머물고 있었던 자리에 잘 익은 벨리 나무 열매가 떨어져 있는 것을 보았다. 사자는 토끼에게 자초지정을 들려주어 땅이 갈라진 것이 아님을 확인시켜 주었다. 사자는 토끼를 등에 다시 태우고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동물들에게 갔다. 사자는 다시 한번 모여 있던 동물들에게 일어났던 일의 전말을 이야기하며 두려움에서 벗어나게 해주었다.

 토끼의 그릇된 말에 다른 동물들은 그 진위를 따지지 않고 그대로 믿고 행동하여 위험에 처하게 했다는 이야기는 본 자타카에선 무익한 고행을 하는 고행자들의 어리석음을 빗대어 말한 것이다. 고행을 하면 악업이 소멸되고 천상에 태어난다는 누군가의 말만 믿고 생명을 위협할 정도의 고행을 하는 것이 어리석다고 가르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종교적인 고행은 아니더라도 현대의 우리들도 각종 소문에 이끌려 고통을 초래하는 일이 자주 있다. 유언비어나 그럴듯한 말에 속지 않기 위해선 말의 진위 여부를 조심스럽게 따져보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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