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 불교대학원 CEO 과정 특강 불교 사상과
동체대비의 삶 송월주 큰스님/ 전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해방
이후 우리나라의 불교계는 조선 500년
억불시대와 일제식민지 잔재를 극복하고
유구한 한국불교의 맥을 이어가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다 해왔습니다. 왜색불교
청산, 종단 정화, 불교의 대중화, 사회화는
그러한 노력의 소산이었습니다. 내적으로는
종단의 수행가풍을 정립하고 외적으로는
대중포교 활동을 통해 불교의 사회적 역할과
위상을 제고하고자 하였습니다.
이제
한국불교는 독재정치로 인한 권위주의
시대가 지나가고 언론, 출판, 집회, 결사의
자유가 제도적으로 보장되고, 인권이 신장되는
절차적, 형식적 민주주의 시대가 도래하면서
암증선사(暗證禪師)와 문자법사(文字法師)의
교법 틀을 지양하고 연기적 세계관의 지혜와
동체대비의 정신으로 "깨달음의 사회화"
활동을 통한 사회참여와 인류를 선도해
나갈 시대적 호기를 맞고 있습니다.
즉,
불교가 '민족의 동질성 회복과 평화통일',
'사회 경제정의의 실현', '인류의 복지사회
구현', '인류평화 실현'을 위해 앞장서고
기여해야 할 시대적, 종교적 책무를 안고
있는 것입니다. 아울러 불교는 인류의
정신세계를 향도하기 위한 각 종교 간의
대화 협력에도 선도적 역할을 부여 받고
있습니다.
일찍이
원효스님은 중관 사상을 토대로 화쟁회통(和諍回通)을
통한 부처님 교법의 참된 의미를 드러내어
밝혔으며 "열고 합함이 자유자재하고
주장과 논파가 서로 걸림이 없다"(開合自在
立破無碍)는 원융무애하면서 궁극적 자유를
성취한 이의 마음 작용인 화쟁의 경지를
드러내 보였습니다. 이는 모든 진리, 주장과
견해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 일심의 경지에
도달할 때 가능한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 불교는 서구의 정의와 심판의 논리보다는
지혜와 자비에 바탕하여 자타불이의 중요성을
일깨워 나가야 합니다. 우리 불교인을
비롯한 종교인들의 마음이 인생과 우주의
실상을 있는 그대로 보는 지혜와 여기에서
솟아나는 자비의 마음으로 가득할 때 종교
간의 이해와 협력의 길도 활짝 열리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지금 세계는 전쟁, 기아와
빈곤, 환경과 공해문제, 기상이변에 다른
각종 재난, 빈부격차, 각종 사회병리현상의
만연 등 인류의 삶의 질을 방해하는 제반문제로
인해 각 지역, 국가, 사회는 이해관계가
첨예화되고 갈등과 반목이 심화되어 가고
있습니다.
지구촌은
이제 각종 전쟁과 제3세계 빈곤지역의
재난과 내전으로 인한 기아, 질병, 절대빈곤,
환경, 인구폭증 문제 해결 없이는 세계의
정치, 경제적 안정을 기대할 수 없고,
각국의 환경과 공해문제해결을 위한 대책과
노력이 범국가적으로 마련되지 않는 한
기상이변과 대규모 자연재해를 피할 수
없게 되어 가고 있습니다.
현재
이 지구상에는 복지, 교육의 수혜는커녕
제도적인 혜택을 받지 못한 채 최소한의
생계비마저 되지 못하는 하루 1$미만으로
생활하는 절대극빈층이 10억 명에 달하고
있으며, 전쟁과 내전으로 당장의 생계를
연명키 위해 구호를 바라는 많은 사람들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이들의
아픔과 고통이 우리의 삶과는 절대로 무관치
않으며 역사적으로도 50년 전의 우리 모습입니다.
이제
우리는 지구촌의 현실을 직시하고 지구촌의
문제가 모든 인류의 삶과 직결되어 있으며
인류 공통의 문제로 다가와 있음을 알아야
합니다.
인간이
온 생명으로서 존엄한 가치를 누리며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구호하고 원조하는 일들이
많은 사람들로부터 절실히 요구되고 있음을
깨달아야 합니다.
즉,
자비희사(慈悲喜捨)라는 4무량심(無量心)과
6바라밀의 실천을 통해 이 사회와 인류의
삶을 변화시켜 나가야 합니다.
인류의
스승인 불타께서는 일찍이 모든 생명은
상의 상관관계에 있으며 아무리 미세한
존재라도 생명이 존중되어야 하며 하나의
삶은 다른 삶에 영향을 미치고 모든 존재는
하나의 삶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음을 설파하신
바 있습니다.
예수와
공자께서도 사랑과 인의로써 나와 이웃,
자연을 대하며 섬기길 간곡히 설하신 것처럼
모든 종교의 가르침이 모든 생명들을 차별하지
않고 내몸처럼 대하는데서 출발하고 있으며,
그것이 종교다원주의의 궁극적인 목표입니다.
이처럼
모든 인류와 생명들은 서로 연관된 중중무진(重重無盡)의
관계 속에서 인연과의 원리 속에 함께
공존하며 더불어 살아가고 있습니다.
우리는
연기론의 관점에서 현실을 직시해야 하며
우리 존재의 시야를 넓혀 국내는 물론
지구촌의 문제를 나의 공업(共業)으로
인식하여 고통의 원인을 알아 차단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그러한
점에서 지구촌 인류의 공존공생과 정치
경제적 평등, 복지사회의 구현은 모든
인류의 화두이며 지향점입니다. 우리는
이에 모든 생명의 가치가 서로 다르지
않으며 다같이 존중받아야 함을 충분히
각인하고 주체적 삶을 위한 일에 소명을
다해야 합니다.
저는
그러한 소명속에서 사회참여 활동과 맥을
같이하여 보현행원의 실천으로써 제3세계
구호활동, 민족동질성을 확보하고 북한동포를
돕는 인도적인 지원사업, 국내의 난치병
환자를 돕는 사업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제3세계
구호활동은 절대빈곤지역의 빈곤퇴치를
위한 지원사업, 기아로 고통 받는 어린이들에
대한 식량구호사업, 제때 교육을 받지
못하는 아동을 위한 교육사업, 질병으로
고통 받는 사람들을 위한 보건의료지원사업,
열악한 주거환경 개선을 위한 주택 지원
사업, 재난지역에 대한 난민구제 등 각종
인적 물적 협력사업과 봉사활동 등으로
그들이 최소한의 인간적 삶을 영위하는데
보탬이 되어야 합니다.
북한
동포를 돕는 인도적인 지원활동을 말씀드리면
공지하다시피 반세기를 갈라져 살아온
북의 동포들은 우리보다 훨씬 열악한 생활환경속에서
살아오고 있습니다.
제가
불교계에서는 처음으로 북에 인도적인
지원사업을 하면서 우리민족서로돕기 상임대표로서
수차례 방문하였지만 북의 동포들은 우리의
상상 밖으로 가난과 굶주림에 허덕이고
있습니다.
식량난으로
인한 기아문제, 탈북자문제가 발생하고,
수액제 병이 없어 맥주병으로 포도당을
주입하는 등 의약물품 부족으로 제때에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하는 소식은 익히
알려져 있는 북의 현실입니다.
이에
체제 차이와 정치적인 입장에 관계없이
인도적이며 민간교류의 차원에서 구호식량지원,
농산물 증산과 과학영농을 위한 농기계
물품지원, 난치병 환자를 위한 의약물품
지원, 각종 재난시 구호물품 지원 등의
구호활동은 절실히 필요합니다.
아울러
국내적으로도 난치병 환자 지원, 복지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지원활동 등도 전개되어야
합니다.
이러한
물질구제의 토대를 바탕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삶의 주인으로써 당당하게 살아가도록
정신구제를 위해서도 노력해야 합니다.
이렇듯
지구촌 한마을에 살고 있는 우리는 나라를
넘어서 모든 인류에게 자비를 베풀고 그들과
함께 해탈함으로써 복락이 구족되는 세상을
만들어 나가야 합니다.
이제
동체대비 보살행을 통해 시대고, 사회고를
섭수하며 지구촌의 이고득락(離苦得樂)을
위해 신명을 다해 나갑시다.
평소
제가 애송하는 벽암록(碧巖綠)의 고칙(古則)
송(頌)을 부기하면서 특강에 갈음코자
합니다.
듣고,
보고, 느끼고, 아는 것이 따로따로가 아니니(見聞覺知非一一)
산과
강하가 거울속의 경관에 있지 않다네(山河不在鏡中觀)
서리
내린 하늘에 달은 지고 밤은 깊은데(霜天月落夜將半)
누구와
함께 하랴, 맑은 못에 비친 그림자 차가움을(誰共澄潭照影寒)
(이상은
3월 31일에 있었던 강론에서 발췌한 내용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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