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의 전생 이야기

값싼 술 한잔도 아까운 구두쇠

안양규/ 불교문화대 불교학과 교수

 


기원정사에 붓다가 머물고 있을 때 거대한 부를 소유한 한 신하에 관하여 붓다가 들려준 이야기이다. 왕실의 금전 출납을 담당하고 있던 이 신하는 왕사성 근처의 삿카라(Sakkara)에 살고 있었다. 그는 너무나 인색해서 심지어 한 방울의 기름조차도 다른 사람에게 결코 베풀려고 하지 않았다. 그리고 자기 자신을 위해서도 사용하는 일이 없었다. 그의 막대한 재산은 사실상 자신에게도, 그의 가족에게도, 나아가 다른 사람에게도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목갈라나(Moggallana)는 이 구두쇠와 그의 아내를 기원정사에 데리고 가서 붓다와 500명의 스님에게 커다란 공양을 하게끔 인도하였다. 그 날 저녁 비구들은 법당에 모여 서로 이야기하였다. “목갈라나 존자의 덕은 위대하구나. 한 순간에 인색한 구두쇠로 하여금 보시하게 만들고 예류과를 얻게 하도록 했으니 정말 위대하구나.” 이렇게 비구들이 모여 이야기하고 있을 때, 붓다가 들어와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말하였다. “비구들이여,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목갈라나는 과거 전생에도 보시와 보시의 공덕을 저 구두쇠에게 가르쳤다.” 이렇게 말하고 나서 붓다는 다음의 전생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아주 먼 옛날에, 브라흐마닷타가 바라나시를 통치하고 있을 때 막대한 재화를 가진 일리사(Illisa)라는 금융업자가 있었다. 이 사람은 여러 가지 신체 장애를 가지고 있었다. 절름발이에다 곱사등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지독하게 인색하여 자신의 재화를 다른 사람에게 나누어주거나 자신을 위해 사용하는 일이 결코 없었다. 그의 선조들은 가장 좋은 것들을 널리 보시했었는데, 이 사람에 이르러 보시의 전통이 단절되었다. 어느 날 그가 집으로 돌아가는 도중 지친 농부가 긴 의자에 앉아 값싼 술 한잔을 마시고 있는 것을 보았다. 이 광경을 보자 자신도 목이 말라 한 잔을 마시고 싶었다. 그렇지만 그는 생각했다. ‘만약 내가 마신다면 다른 사람들도 나와 함께 마시고 싶어할 것이다. 그것은 곧 재산의 손실을 가져올 것이야.’ 그의 갈증을 억압할수록 갈증은 더욱 강해졌다. 갈증을 참으면 참을수록 그의 얼굴은 노랗게 야위어가서 마침내 핏줄이 튀어나오는 지경에 이르게 되었다.

며칠 후가 지나도 그는 그 술을 잊지 못하였다. 그는 자신의 방에 들어가 베개를 움켜쥐고 드러누웠다. 그의 아내가 들어와 그의 등을 만지며 어디가 아픈지 물었다. 그렇지 않다라는 남편의 대답에 왕이 당신에게 노여워했는지 물었다. 그렇지 않다는 대답에 자신이나 하인들이 불쾌한 일을 했느냐고 물었다. 아니라는 남편의 대답에 아내는 왜 그런지 재차 물었다. 남편은 할 수 없이 한숨쉬며 대답했다. “나는 술 한잔을 마시고 싶다.” “왜 진작 말하지 않았습니까? 충분한 술을 빚어 당신과 마을 사람들에게 나누어주겠습니다.” “아니야, 다른 사람은 신경 쓰지 마라.” “그럼 우리 가족들이 먹을 만큼의 술을 빚겠습니다.” “그렇게 하지 마라.” “그럼 우리 두 사람만을 위해 술을 빚을까요?” “당신도 마시고 싶다고?” “아니에요. 당신을 위한 만큼만 빚겠어요.” 만약 집에서 술을 빚으면 많은 사람들이 알게되고 혼자 마시기가 힘들어진다고 생각한 구두쇠는 동전 한 닢을 꺼내 하인에게 주어 시장에서 술을 사오도록 했다. 하인이 술을 사서 가지고 돌아오자 일리사는 집에서 멀리 떨어진 강가에 술을 가져다 놓도록 하였다. 그는 하인을 돌려보내고 혼자 숲 속으로 들어가 술을 마시기 시작하였다.

그때 제석천으로 태어난 구두쇠의 아버지는 자신의 아들이 지나치게 인색한 것을 보게 되었다. 가문의 전통인 보시를 행하지 아니하고 가난한 이를 내쫓는 것을 알게 된 제석천은 자식에게 보시의 공덕을 가르쳐야 하겠다고 생각하였다. 즉시 제석천은 자신의 아들 모습으로 가장하였다. 어느 하인도 그들의 진짜 주인과 변장한 제석천을 구분할 수 없었다. 제석천은 문지기에게 자신을 닮은 사람이 나타나거나 주인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나타나면 두들겨 패서 내쫓아 버리라고 명령했다. 제석천은 일리사의 아내를 보며 미소지으며 말했다. “보시를 행합시다.” 이 말에 놀라며 생각했다. ‘이전에 이런 일이 한번도 없었다. 저 사람이 술을 너무 많이 먹어 관대하게 되었구나.’ 아내는 남편의 말에 기뻐하며 동의하였다.

제석천은 원하는 사람들에게 금·은 등 보석과 곡물을 보시하도록 하였다.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어 각자 가지고 갈 수 있을 만큼 가지고 갔다. 집에 당도한 일리사는 사람들이 자신의 재산을 가져가는 것을 보고 말리려했지만 사람들은 오히려 일리사를 밀어재치고 때렸다. 일리사는 왕에게 가서 하소연을 하였다. 왕은 일리사와 제석천 중  누가 일리사인지 분간하려고 했지만 할 수 없었다. 아무래도 일리사의 아내가 가장 잘 알 수 있을 것 같아 아내를 불러 누가 진짜 일리사인지 물었다. 일리사의 아내와 가족은 모두 변장한 제석천이 진짜 일리사라고 답변하였다. 이때 일리사는 감정에 못 이겨 기절하고 바닥으로 쓰러졌다. 그러자 제석천은 본래의 모습을 띠고 왕에게 말했다. “나는 일리사가 아니고 제석천이다.” 기절한 일리사의 얼굴에 물을 끼어서 제석천 앞에 세웠다. 제석천은 꾸짖었다. “이 재산은 내가 물려 준 것으로 너의 것이 아니다. 나는 생전에 보시를 많이 해 천상에 태어났다. 너는 어리석게도 노랭이가 되어 가난한 자를 내쫓고 보시하지 않았다. 너의 재산은 마치 더러운 물이 고인 우물과 같게 되어 누구에게도 소용이 없다. 만약 네가 보시를 하면 공덕을 쌓을 것이지만 그렇지 아니하면 너의 재산은 모두 빼앗고 죽일 것이다. 이에 일리사는 보시할 것을 맹세하였다. 널리 보시를 행하여 죽어 천상에 태어나게 되었다.


재물은 그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제대로 사용할 때 가치가 있는 것이다. 재물을 소유하고 있을 땐 고인 물과 같아 쓸모가 없게 되는 것이니 자신과 주위 사람을 위해 널리 사용되어야 한다. 재물은 붓다의 가르침을 실천하기 위해 사용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것이다. 재산의 축적에만 관심이 있던 노랭이 일리사는 되지 않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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