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행의 길

다섯 가지 마음의 기능

김재성/ 불교대학 선학과 강사 (심사강사)


 

지난 84호 정각도량(2003년 12월)에서 수행자가 갖추어야 하는 다섯 가지 덕목인 신심, 건강, 진지함, 노력, 지혜를 소개하였다. 이번 호에서는 이와 유사한 덕목이며 37가지 깨달음을 도와주는 수행법(三十七助道) 가운데 오근(五根)과 오력(五力)에 대해서 살펴본다.

오근(五根)은 수행자가 조화를 이루면서 갖추어야 하는 다섯 가지 마음의 기능을 말하며, 오력은 오근을 정진으로 향상시켜 강한 힘을 가진 마음의 상태를 말한다.

오근(五根, panca-indriyani)은 다음과 같다.

첫째, 믿음의 기능[信根, saddha-indriya]은 붓다의 깨달음[tathagatassabodhi]에 대한 믿음, 불법승 삼보와 계에 대한 네 가지 깨지지 않는(不壞) 깨끗한 믿음 (淨信)을 말한다.

둘째, 노력의 기능[精進根, viriya-indriya]은 선한 행위를 하고 악한 행위를 삼가는 네 가지 노력인 사정근(四正勤)을 말한다.

셋째, 마음챙김의 기능[念根, sati-indriya]은 몸, 느낌, 마음, 법(身受心法)에 대한 마음챙김인 사념처(四念處)를 말한다.

넷째, 마음집중의 기능[定根, samadhi-in

driya]은 초선에서 제사선에 이르는 사선(四禪)을 말한다.

다섯째, 지혜의 기능[慧根, panna-indriya]은 사성제(四聖諦)에 대한 앎을 말한다. 성스러운 통찰에 의해 올바르게 괴로움의 소멸에 이르는, 생멸하는 현상에 대한 지혜를 이루는 것이 지혜이다. 이것을 상응부(SN V, 196)에서는 “그리고, 비구들이여, 어디에서 혜근(慧根)을 보아야 하는가? 사성제(四聖諦)에서 [보아야 한다]. 여기에서 혜근을 보아야 한다.”라고 설한다.

이와 같은 다섯 가지 마음의 기능은 서로 균형을 이루어야 제 기능을 다해서 수행자는 수행의 향상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먼저 믿음(信)은 지혜(慧)와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 그리고 마음집중(定)은 정진(精進)과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 마지막 남은 중요한 마음의 기능인 마음챙김(念)은 다른 기능들과 균형을 이룰 필요가 없다. 그것은 지속적이고, 강하고, 한결 같고, 끊어짐이 없이 이어져야만 한다.

만일 믿음은 약한데 지혜가 강하다면, 수행자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교리에 대한 이해나 지식만을 근거로 하여 판단하고 분석하려고 할 것이다. 이는 잘못하면 교만에 빠질 수 있게 된다. 어떤 이들은 불교나 법에 대한 자신의 지식을 과시하려고 때때로 자신이 경험한 것을 분석하여 실재와는 다른 것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불법승 삼보에 대한 올바른 믿음은 바로 체험이 부족한 자기 지혜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게 도와준다.

만일 지혜가 약하고 믿음이 강하면, 수행자는 경솔하게 믿게 될 수도 있다. 만일 어떤 사람이 쉽사리 믿는 성격을 지닌 사람이라면, 그는 잘못된 길로 이끄는, 교리나 이론에 빠져버릴 수도 있기 때문에 믿음은 반드시 지혜와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 이처럼 신근(信根)과 혜근(慧根)은 반드시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

마음집중(定)과 정진(viriya)은 반드시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 만일, 정진이 마음집중보다 더 강하다면 마음이 들떠서 수행의 대상에 제대로 마음을 집중시킬 수 없게 된다. 즉, 정진이 마음집중보다 강하다면 수행자의 마음은 산만해지고 들뜨게 될 것이다.

일정 기간 동안 수행을 하면, 마음집중이 아주 깊고 강해지게 된다. 하지만 이 때 충분한 노력을 가하지 않는다면 마음은 점차로 둔해지고 무거워지게 된다. 만일 마음집중이 너무 강하고, 노력이 약하다면, 마음집중은 혼침과 수면 또는 졸음으로 변하게 된다. 따라서 마음집중은 반드시 노력과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

힘없이 앉는 자세를 취하면 마음은 대상에 더욱더 몰입하게 되어, 점점 더 둔하게 되어버리고 말 것이다. 마음집중과 노력 사이에 균형을 이루기 위해서는, 좌선과 함께 걷는 수행(行禪)도 해야 한다. 이렇게 해서 마음집중은 반드시 노력과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마음챙김(正念; sati)에 대해서는, 너무 강하다거나 너무 힘있다고 말할 수 없다. 왜냐하면 순간순간 마음과 몸의 모든 현상에 대해서 마음 챙기는 것이 최상이기 때문이다. 마음챙김이 지속적이고, 순일하며, 끊어짐이 없고, 이어지게 되면 깊은 마음집중이 생겨나게 된다. 마음집중이 깊어질 때, 우리의 몸과 마음이 끊임없이 변하고(無常), 안정되어 있지 않으며(苦), 고정불변 하는 실체가 없다(無我)는, 있는 그대로의 본성을 꿰뚫어 보는 지혜는 자연스럽게 펼쳐지게 됩니다. 따라서, 마음챙김이 너무 강하다거나 너무 세다고 결코 말할 수 없다.

마음챙김(念)이라는 중심 추를 가운데 두고 양쪽에 믿음과 지혜, 마음집중과 정진이 균형을 이루어야 다섯 가지 마음의 기능은 향상되어 수행자는 다섯 가지 마음의 힘(五力)을 갖추게 된다는 가르침이 오근과 오력이다.

이 오근의 가르침은 마음챙김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말해주며, 불교에서 말하는 믿음의 중요성과 지혜와의 균형관계를 잘 설명해주고 있다. 자신의 지식이나 경험세계도 중요하지만 아직 부족하다는 것을 인정하고 마음을 열어 놓아야 우리는 배우면서 더 나아질 수 있을 것이다. 믿음은 점차 자신의 경험에 의해 확인되어 나가면서 확신으로 자리 잡아 간다. 지혜와 조화를 이루는 믿음이 불교에서 말하는 믿음이다.

열심히 하려고 조급하게 일을 서두르면 마음만 들뜨기 마련이다. 이때, 마음집중이 이루어져야 노력은 제 효과를 볼 수 있다.

불자들은 믿음과 지혜, 정진과 마음집중의 균형을 이루되, 언제나 깨어있는 마음챙김을 지니고 자신의 몸과 마음을 관찰하여 번뇌를 다스려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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