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의 전생 이야기

둥근 달 속에 토끼가 보이는 이유

안양규/ 불교문화대 불교학과 교수


이 이야기는 붓다가 제타바나 사원에 계실 때, 한 불자가 비구 승가에게 보시한 일과 관련하여 말씀한 것이다. 사밧티의 한 재가자가 붓다와 그의 제자들에게 필요로 하는 것들을 보시하기 위하여 준비하고 있었다. 그의 집 문 근처에 천막을 치고 붓다와 그의 제자들을 초대하였다. 계속해서 7일간 그 재가자는 정성을 다하여 훌륭한 음식을 공양하였다. 7일째 되던 날 그는 붓다와 그 제자들에게 필요로 하는 모든 것들을 보시하였다. 그의 보시에 감사해 하며 붓다는 말했다. “그대가 정성스럽게 공양한 것은 과거 아름다운 전통에 잘 부합하는 것이다. 옛날 현자는 자신의 생명을 수행자에게 보시하기도 하였다.” 재가자가 더 듣고 싶어하자 붓다는 다음과 같은 과거의 일을 들려주었다.

  

아주 먼 옛날 브라흐마닷타 왕이 베나레스를 통치하고 있을 때, 보살은 숲 속에 토끼로 태어났다. 토끼에게는 원숭이, 자칼, 수달 등 세 친구가 있었다. 이들 네 현명한 친구는 낮엔 각자 먹이를 구하러 다니고 밤엔 함께 모였다. 토끼가 다른 세 친구들에게 보시를 하고, 계율을 지키고, 금식일을 지켜야 한다고 가르쳤다. 세 친구는 토끼의 말에 동의하고 각자 자신의 처소로 가서 밤을 보냈다. 어느 날 토끼는 밤하늘에 떠있는 달을 보고 그 다음날이 금식일인 것을 알고 나머지 친구들에게 말했다. “내일은 금식일이다. 5계를 잘 지키고 금식일을 지켜야 한다. 그리고 만약 수행자를 만나면 음식을 보시해야 한다.” 세 친구는 모두 그렇게 할 것이라고 약속하였다.

다음날 수달은 아침 일찍 일어나 간지즈강가로 먹이를 구하러 떠났다. 어부가 7마리 붉은 물고기를 잡아 줄에 묶어 강변 모래 속에 묻어 숨기고 다시 고기를 잡으러 강 하류 쪽으로 떠났다. 수달은 물고기 냄새를 맡고 모래를 파서 물고기를 끄집어내어 “이 물고기의 주인이 있습니까?” 라고 세 번 크게 외쳤다. 주인을 발견하지 못하자 수달은 물고기를 물고 자신의 집으로 돌아왔다. 오늘이 금식일임을 기억하고 생선을 먹지 않았다. 자칼도 먹이를 구하러 나섰다가 농막에서 2조각의 고기, 이구아나 한 마리, 크림 한병을 발견하였다. 세 번 크게 주인이 있느냐고 소리쳤지만 주인을 찾을 수 없었다. 그래서 자칼은 이것들을 가지고 자신의 집으로 돌아왔다. 오늘이 금식일인 것을 기억하고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 원숭이는 숲 속으로 들어가 망고 열매를 따서 집으로 가득 안고 돌아왔다. 원숭이도 오늘이 금식일인 것을 기억하며 먹지 않았다.

그렇지만 토끼는 자기 집에 머물고 풀을 뜯으러 나가지 않았다. 토끼는 생각했다. “만약 수행자가 오면, 수행자는 나처럼 풀을 먹으려 하지 않을 것이다. 나에겐 쌀도, 콩도, 다른 곡물이나 음식도 없다. 만약 수행자가 오면 나의 몸을 고기로 보시할 것이다.” 이렇게 굳게 결심하자, 제석천이 앉아 있던 대리석 자리가 따뜻하게 되었다. 제석천(sakka)은 토끼의 대원 때문에 일어난 일임을 알고 시험하고자 하였다.

브라흐만으로 가장하여 먼저 수달에게 갔다. 수달에게 브라흐만은 먹을 것들이 필요하다고 하자 수달은 7마리 생선을 그에게 주려고 하였다. 브라흐만은 잠시 후에 돌아오겠노라고 말하며 거절하였다. 그리고 나서 브라흐만은 자칼에게 가서 음식을 요구하였다. 자칼은 자신이 구해온 음식을 주려고 하였지만 브라흐만은 거절하며 잠시 후에 돌아오겠노라고 말하였다. 그리고 나서 브라흐만은 원숭이에게 갔다. 원숭이는 잘 익은 망고 열매를 브라흐만에게 보시하려고 하였지만 브라흐만은 역시 거절하며 나중에 다시 돌아오겠노라고 말하였다.

그리고 나서 브라흐만은 토끼에게 갔다. 토끼는 브라흐만을 보고 기뻐하며 말했다. “음식을 구하러 여기 잘 왔습니다. 오늘 나는 이전에 결코 주지 않았던 음식을 공양하고자 합니다. 당신은 살생하지 말라는 계율을 깰 필요가 없습니다. 장작 나무와 숯을 모아 오십시오. 장작 불 속으로 뛰어들어가 나의 육신을 보시 하고자 합니다. 내 몸이 익으면 드시면 됩니다. 그리고 수행을 잘 하시면 됩니다.” 제석천은 시키는 대로 장작불을 준비하고 토끼에게 알려주었다. 토끼는 장작더미로 가며 혼자 말했다. “나의 몸의 털 안에 있는 어떤 곤충이 있든지 타 죽게 해서는 안 된다.” 몸을 세 번 흔들었다. 그리고 나서 진심으로 기뻐하며 장작 불 속으로 뛰어들어갔다. 그렇지만 불은 토끼 몸 털조차도 태울 수 없을 정도로 뜨겁지 않았다. 토끼는 차가운 곳에 들어간 느낌이었다. 토끼는 브라흐만에게 말했다. “그대가 만든 불은 매우 차가워 내 몸의 털조차도 뜨겁게 하지 못한다.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가?” 브라흐만이 말했다. “사실 나는 브라흐만이 아니고 제석천이다. 너를 시험하기 위해 왔다.” “그대의 시험은 쓸모 없다. 심지어 이 세상에 살고 있는 모든 중생들이 와서 나의 보시를 시험한다 하더라도, 나에게서 약간의 인색함도 발견하지 못할 것이다.” 제석천은 토끼의 관대한 보시의 덕을 세상이 끝나는 날까지 널리 알리고 싶었다. 그래서 둥근 달 속에 토끼를 그려 놓았다.


토끼를 위시한 동물들은 계율을 잘 지키며 행복하게 살았다 라고 이야기는 끝맺고 있다. 타인에게 베푼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자신이 힘겹게 모은 돈을 흔쾌히 주는 것은 더더욱 힘든다. 더구나 자신의 목숨까지 수행자를 위해 바칠 수 있다는 것은 상상조차 하기 어렵다. 붓다는 보시의 어려움을 전쟁에 비유했다. 그 만큼 힘든다는 것이다. 달을 볼 때마다 토끼의 보시를 생각하며 자신의 소유욕, 인색함을 반성하라고 붓다가 들려준 이야기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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