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매체의 포교수단
조준호
/ 불교대학 강사
"불교는
한자의 감옥에 갇혀있구나!"
이는
지금부터 80여 년 전 3 1독립만세운동으로
감옥에 들어가 있던 용성 스님이 한글로
된 성경을 보고는 탄식과 함께 하신 말씀이다.
그 순간에 '불경의 한글화 불사'라는 서원을
세운 용성 스님은 출옥한 후에 방대한
화엄경을 우리말로 번역해 내었다. 용성
스님의 이 불사는 현대적인 의미의 번역으로는
첫 번째로 불교역사에 기록된다.
불경의
한글화는 해방이후 본격적으로 추진되었는데
현재는 '8만 대장경'이라고 불리는 고려대장경의
많은 부분들이 한글로 번역되어 있다.
동국대학교 역경원의 오랜 기간에 걸친
남다른 정진에 의해 불경의 번역은 큰
성과를 보았지만 현대적인 표현으로 다시
다듬어야 하는 등 제대로 된 한글대장경을
보려면 아직도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런데
현대 문명의 발달 때문인지 요즘 사람들은
한글로 된 불경에도 별로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것이 안타깝다. 특히 컴퓨터와 인터넷에
익숙한 젊은 세대들은 글자보다는 사진이나
그림에 더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
사진이나
그림으로 정보를 전달하는 것을 영상 매체라고
하는데 시각적인 표현을 중요시하는 '영상
세대'가 서서히 우리 사회의 중심세력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시각적인 면을 중요시하는
추세는 갈수록 심해질 것을 보이는데 기독교나
천주교 등은 이미 오래 전부터 이런 추세에
맞추어 움직여 왔다. 불교만 세상의 흐름에
소홀한 것으로 보여 상당히 안타까웠는데
마침 불교교육연합회가 '불교멀티미디어
인성 교재'를 내놓는다고 하니 정말 다행스럽고도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더구나 조계종포교원
지원을 받은 불교교육연합회 편찬위원회가
18명의 종립학교 교법사들과 함께 1년이
더 되는 기간동안 작업한 끝에 만든 것이라니
더욱 뜻 깊은 일이다.
불교적
방법을 통한 인성 교육 프로그램, 유형
또는 무형의 불교 문화 학습 프로그램,
이웃 종교 이해하기, 불교 전통 문화 체험하기,
불교 문화 창작하기 등 5개 영역으로 나눠져
있는 이 교재는 550여 쪽 분량으로 10장의
CD에 사진, 동영상, 프리젠테이션 등을
담고 있다고 한다. 특히 일선 교육 현장의
교법사들이 직접 발로 뛰며 모은 방대한
자료가 활용된 '체험식 교재'라고 하니
요즘 학생들의 성향에 잘 맞는 시청각
교재로서 큰 성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된다.
그런데
불교의 전파에 시각적인 효과를 이용할
수 있는 또 하나의 방법이 있으니 바로
만화이다.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만화는
학생들의 공부를 방해하는 애물단지 취급을
받았지만 지금은 만화만 전문으로 가르치는
대학이 있을 정도로 인식이 많이 달라졌다.
잘
만들어진 한편의 만화가 만화 영화나 컴퓨터를
이용한 온라인 게임으로 발전해 엄청난
돈을 벌어들이는 덕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요즘 젊은 세대들이 어려서부터 만화를
보면서 자라나 만화를 하나의 문화로 여기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야기 거리가
대단히 풍부한 불교를 만화로 표현한다면
특히 젊은 세대들을 불교로 이끄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최근
불교 출판계에서 만화로 된 교양 서적들을
많이 내놓고 있는데 이 가운데는 <마음을
밝혀주는 60가지 이야기>, <마음
밭에 무얼 심지> 등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특히 다채로운 색상으로 꾸며진
재미있는 만화와 역사와 경전 등에 대한
정보를 잘 엮어서 불교라는 종교를 쉽게
알 수 있게 만든 불교 상식의 두 부분으로
나누어 편집 된 <마음을 밝혀주는 60가지
이야기>는 불교 만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또한
이런 흐름에 자극을 받은 듯한 조계종
군불교위원회가 펴낸 만화책 <불교야
놀자> 역시 신세대 장병들의 호응을
받아 포교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한다.
이는 미래의 주역인 젊은이들로 가득한
포교의 황금어장인 군에서 만화야말로
효과적인 포교 수단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한편
영남불교대학의 불교만화연구소는 좀 더
조직적으로 움직이고 있는데 매년 '전국불교만화공모전'을
열고는 참가한 작품들을 심사해 시상을
하고 있다. 이 공모전을 열 때마다 1,000여
편의 작품이 전국에서 몰려든다고 하니
불교 만화에 대해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관심과 기대가 얼마나 큰지를 잘 알 수
있다. 나아가 공모전에 입상한 작품들을
중심으로 책을 만드는가 하면 불교 만화포교
잡지와 불교 애니메이션 등을 기획하거나
제작하는 등 만화를 이용한 포교에 정성을
다 하고 있어 앞으로 기대를 걸만한 단체이다.
정보
통신의 발달로 인해 빠른 속도로 세상이
변하고 있으니 불교가 이런 흐름에 발맞추지
못한다면 가까운 미래조차 장담할 수 없을지
모른다. 이제 불교도 다음 세대의 요구를
정확히 읽어내고 받아들여 다양한 영상
매체로 이루어진 포교 수단을 강구하지
않는 한 밝은 미래가 보장되지 않는다.
만약
용성 스님이 다시 오신다면 하루
빨리 한글 불경까지도 그림 등의 영상
매체로 불교를 전할 수 있도록 바꾸는
일이 시급하다고 호통을 치실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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