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인 수계 법회와 불교윤리

최법혜 스님 / 불교문화대학 교수

1. 수계의 목적

 해마다 새학기가 시작되는 3월이 되면 정각원에서는 개강법회를 시작으로 매월 교직원 정기법회를 개최하고 그리고 신입생들과 신규 교직원들을 위한 동국인 수계법회를 부처님 오신날 봉축법회를 전후하여 거교적으로 개최하고 있다. 이러한 여러가지 연중행사는 모두가 건학이념을 구현하고 교직원들과 학생들의 신행(信行)을 지도하려고 하는 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 가운데에 특히 동국인 수계법회는 동국의 가족으로서 지켜야 할 윤리덕목인 재가 5계를 받는 매우 성스럽고 엄숙한 행사이다.

 필자는 몇 년 전 교양선택 과목인 「불교의 윤리」 시간에 학생들에게 자신의 생활윤리를 보고서(Report)로 제출을 요구한 적이 있었다. 그 결과 대부분 학생들의 일상 생활 속에는 어떤 체계적이고 전통적인 윤리도덕의 덕목이 부족하다는 사실이 발견되었다. 그런데 필자를 매우 놀라게 한 것은 그러한 사실에 학생들 스스로가 놀라고 있다는 것이다. 뒤바뀐 가치관, 극단적 이기주의, 물질숭배의 병폐 등 참으로 치료해야 할 문제들이 많은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불교에서 설해지는 계(戒: Sila 습관 성향 행상)와 율(律: Vinaya 제거 훈련 제지 조복)은 교단을 형성하는 근본으로서 출가(出家)대중의 비구 비구니와 재가(在家) 대중의 우바새(남) 우바이(여)의 사부대중이 받아 지키는 금율(禁律)이며 근본 규범으로서의 윤리덕목이다. 여기에서 우리 동국인들은 재가에 속하며 재가 대중이 받는 계는 5계이다. 5계는 부처님 재세시에 제정되어 지금까지 전 세계 불교도에게 전승되고 있는 것이지만 그 내용은 출가 재가의 계율은 물론 대소승의 계율에 있어서도 그 기본이 되고 있다. 더 나아가 이 5계는 국가와 종교를 초월하여 모든 인류가 받아 지켜야 할 보편적인 윤리덕목이라고 할 수 있다.

저 멀리 삼국통일의 원동력이된 신라 진평왕(579-632)대의 화랑도들이 원광법사에게 세속오계(世俗五戒)를 받아 훌륭한 낭도로서의 인격을 함양하였듯이 우리 동국인 들도 국가와 인류가 필요로 하는 인재가 되기 위하여는 동국인의 윤리덕목인 재가(在家) 5계(5戒)를 받아 지켜야 하겠다.

2. 불교윤리의 특색

재가 5계의 내용을 설명하기에 앞서 불교윤리의 특색에 대하여 간단히 살펴보고자 한다. 불교는 특히 윤리적인 종교이다. 불교윤리의 특징을 크게 세 가지로 압축하여 설명할 수 있다.

첫째는 행위(行爲)주의이다. 불교에서는 행위를 업(業: karman 梵)이라고 한다. 인간은 행복을 추구하여 행위를 한다. 행위(業)에는 반드시 그 과보(果報)가 따른다. 선업(善業)과 악업(惡業)과 무기업(無記業)이 있다. 부처님은 『숫따니빠따(Sutta-nipata 經集)』에서 "인간의 귀천(貴賤)은 태생에 의하여 구분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행위에 의하여 구분된다"라고 하여 바라문과 천민과의 구분을 행위로서 규정하였다.

둘째는 행위의 과보인 업보(業報)에 바탕을 둔 권선(勸善)주의이다. 원시불교에서는 선(善kusala)이란 『바람직한 과보가 있는 것』 따라서 불선(不善, 惡:papa)이란 『바람직하지 못한 과보가 있는 것』이라고 하고 업보의 근원을 인과응보의 사상에 두었다. 이러한 선악의 행위는 몸(身)과 말(口)과 마음(意)의 3업에 의하여 10선업과 10악업이 형성된다. 이 3업 가운데 마음으로 짓는 행위인 의업(意業)을 가장 중요시한다. 그것은 행위의 본질적인 것은 의지(思業)이며, 이 의지의 작용에 의하여 구체적인 신(身) 구(口) 의(意)의 3업(思已業)이 나타나게 된다. 이 의지는 3업 가운데 의업에 포함된다. 불교에서는 선악의 판단에 관련하여 결과(結果)로서 나타난 행위의 선악보다는 그 행위를 낳게 한 동기(動機)의 선악을 중요시하고 있다. 그렇다고 신업과 구업을 절대로 경시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그러므로 인도 쟈이나(Jaina)교의 윤리가 결과론의 입장이라면 불교의 윤리는 동기론의 입장이라고 할 수 있다.

셋째는 절대적 가치로서 이러한 세속적 업보(業報)적 윤리에서 초탈하여 해탈을 지향하는 것이다. 이것은 불교의 윤리는 궁극적으로 선악을 초월하는 출세간(出世間)적인 가르침이라는 것이다. 중국 정영사 혜원의 『대승의장』에는 「진리에 순응하는 것을 선(善)이라 하고 진리를 어기고 사는 것을 악(惡)이라 한다」고 하였다. 그리고 육조 혜능(638-713)선사는 "마음 바탕에 허물이 없는 것이 자성의 계이다"라고 하였다. 선인락과(善因樂果) 악인고과(惡因苦果)의 세간적인 일반윤리를 초월하여 윤리의 주체인 자성(自性)청정의 해탈 열반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3. 재가 5계

동국인 수계법회는 물론, 불교에서의 모든 수계의식은 먼저 삼귀의계(三歸依戒)를 받고 그 다음에 본 5계를 받으며 그리고 사홍서원(四弘誓願)으로 회향을 한다. 그 내용은 소승계와 대승계를 잘 조화하고 있다. 5계의 정신은 모든 불교도의 근본규범이다. 5계의 항목은 아래와 같다.  

(1)살아 있는 생명을 죽이지 않는다(不殺生) (2)남의 물건을 훔치지 않는다(不偸盜) (3)이성과의 부도덕한 행위를 하지 않는다(不邪淫) (4)거짓 말을 하지 않는다(不妄語) (5)마약을 금하고 술을 마시지 않는다(不飮酒)이다.

이상의 5계에 대하여 여러 율장에서는 다양하게 설명되고 있으나, 가장 오래된 경전인 『숫따니빠타(經集)』에 그 내용이 자세하게 기술되어 있다.

 

살아 있는 것을 스스로 해쳐서는 안 된다. 또 다른 사람을 시켜 죽이게 해서도 안된다. 그리고 다른 사람이 죽이는 것을 보고 기뻐해서도 안 된다. 세상에서 힘이 세거나 또 약하거나 살아 있는 모든 것에 대해 폭력을 거두어야 한다.(불살생)

다음으로 가르침을 들은 사람은 주지 않는 것은 어떠한 것이라도 또 어디에 있든지 남의 것인 줄 알면서 그것을 갖지 말라. 또 다른 사람을 시켜 가지게 하거나 다른 사람이 가지는 것을 보고 기뻐해서도 안 된다. 주어지지 않은 것은 무엇이든지 가져서는 안 된다.(불투도)

슬기로운 사람은 음행을 피해야 한다. 붉게 타오르는 불구덩이를 피하는 것처럼 만약 불음(不淫)을 닦을 수 없다면 적어도 남의 아내를 범해서는 안 된다.(불사음)

집회 장소에 있든, 단체 가운데 있든, 누구도 다른 사람에게 거짓말을 해서는 안 된다. 또 다른 사람을 시켜 거짓말을 하게 해서도 안 된다. 또 다른 사람이 거짓말하는 것을 듣고 기뻐해서도 안 된다. 모든 허망한 말을 회피하라.(불망어)

 또 술을 마셔서는 안 된다. 이 불음주의 가르침을 기쁘게 받아들이는 재가자는 다른 사람에게 술을 마시게 해서도 안 된다. 다른 사람이 술 마시는 것을 보고 기뻐해서도 안 된다. 이것은 끝내 사람을 취하게 하고 미치게 하는 것임을 알아라.(불음주)

 

불교에서는 선이란 무엇이며 악이란 무엇인가? 라고 하면, 선은 오계를 지키는 것이며 악이란 오계를 지키지 않는 것이라고 대답한다. 우리 범부 중생들은 탐욕과 증오와 어리석음의 세가지 불선(不善)의 근본에 의하여 살인 강도 절도 사기 강간 성폭행 성희롱 음주 마약 도박등 수많은 범죄가 성행하고 있다. 그리고 세계는 종교와 이념과 민족의 갈등으로 전쟁과 기아와 질병에서 허덕이고 있다.

그러므로 부처님께서는 살생은 자비의 종자(種子)를 끊는 것이고 도적질은 복덕의 종자를, 삿된 음행은 청정의 종자를, 거짓말은 진실의 종자를, 음주는 지혜의 종자를 끊는 것이라고 하였다.

만일 인간의 본성이 고정적이라면 범부에서 성인으로 그리고 악인이 절대로 선인이 될 수 없다. 고정이 아니기 때문에 다르게 바뀔 수 있다. 그 변화의 방편은 참회이다. 과거의 실수를 반성(懺)하고 미래를 위한 다짐(悔)은 자기를 행복으로 이르게 한다. 중생은 부끄러움을 알기 때문에 참회와 노력에 의하여 해탈에 이르게 된다.

4. 수계의 공덕

계의 성질에서 계를 분석해 보면 계에는 성계(性戒)와 차계(遮戒)가 있다. 성계란 본성이 나쁜 것을 말한다. 살생 도적질 사음 거짓말 등은 누가 해도 나쁜 것이다. 그러나 차계는 본성이 아닌 벌목(伐木)등 실수로 인한 것을 말한다. 그러나 음주는 지나치면 자신은 물론 타인에게 피해를 주기 때문에 반성반차(半性半遮)라고도 한다.      

중국의 육조 혜능(638-713)선사는 "마음 바탕에 허물이 없는 것이 자성의 계이다"라고 하고 『능엄경』에는 "마음을 거두어들이는 것(攝心)을 계(戒)라 하고, 계로 인하여 정(定)이 생기고, 정으로 인하여 지혜(慧)가 꽃핀다"라고 하였다.

우리들은 탐욕과 증오와 어리석음의 세 가지의 독소, 즉 3독(3毒) 때문에 중생으로 윤회를 거듭하고 있다. 만일 탐욕과 증오가 없어지고 어리석었던 마음이 올바른 견해로 바뀌게 되면 우리는 중생의 고통으로부터 해방되어 해탈의 안락을 얻을 수가 있을 것이다.

수계법회의 의식은 매우 중요하다. 중국의 도선(596-667)율사는 계를 받을 때 전계사가 계를 설하고 계를 받는 사람이 지키겠다는 맹서를 할 때에 그 수계자의 마음에 계체(戒體)가 생긴다고 하였다. 여기에서 계체란 수계자가 계를 지키겠다고 마음에 받아드리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면 우리들이 어떤 행동을 하려고 할 때 수계의식 때 대답했던 그 약속들이 생각이 나서 문득 이러한 행동을 하면 안 되는데 하고 그 맹서를 기억하는 것을 말한다.

5계는 출가 재가를 막론하고 이 계를 받아 지키면 현세에서나 내세에서 복과 덕이 구족하고 모든 사람들에게 존경을 받는 지위에 오른다고 하였다. 그러나 현실은 5계를 지키며 살아 가는데에 너무나 어려움이 많이 있다. 많은 용기와 결심이 요구된다. 그러나 설사 파계를 하였다 하여도 재가5계는 금율이 아니기 때문에 교단으로부터의 어떤 벌칙은 없다. 다만 스스로 자신의 행위에 대하여 반성하고 참회하여 올바른 삶을 영위하도록 지도하고 있다. 건강한 육체, 건강한 정신, 그리고 고도의 윤리는 건강의 정의이다.  

수계의 공덕으로 동국인 여러분과 여러분들의 가정에 복과 지혜가 가득 하시기를 기원 드립니다.

 

 | 목차 |
 

| 월간정각도량 | 편집자에게 | 편집후기 |
Copyright 2001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aster